여행 43일. 오스트리아 4일~크로아티아 1일.
*이번 편은 긴 시간 동안 기차로 이동하면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기차에 사람이 많아 대부분 다른 기차에서 촬영된 사진입니다. (저번 주 보여드리지 못한 할슈타트도 한 장 있어요)
짤츠를 떠나는 기차는 오후. 그래서 얼마 하지 못한 잘츠 여행을 마저 하고 싶었으나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아침에도 내리고, 짐 맡길 곳도 없어서 늦은 아침을 먹고 중앙역으로 와 기차를 기다렸어. 아쉬움은 짤츠에 다시 오라는 신호겠지? 다음에는 짤츠 페스티벌에 맞춰서 음악여행을 와야겠다고 다짐하고는 기차를 탔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비행기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자그레브행이 잘 없거니와 너무 비싸. 이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나 봐. 그리고 공항 가는 시간을 합치면 기차랑 다를 바가 없었어. 그래서 파리행 야간 기차 이후 8시간이나 타고 가야 하는 기차를 오랜만에 이용하기로 했어. 대신 긴 시간이라 1등석으로 했지. 신기하게도 가격 차이가 거의 없더라고.
기차를 탔더니 방처럼 나뉜 컴파트먼트 형이었고, 내 칸에는 아무도 없어서 보슬비 내리는 알프스 산맥을 편안히 보며 갈 수 있었어. 알프스 산맥을 통과하는 긴 터널을 벗어나자 어느새 비가 그치고 햇빛이 비쳤어.
창밖을 구경하다 따뜻해진 햇살에 꾸벅꾸벅 졸면서 가는데, 인상 좋으신 옆집 아저씨 같은 승무원이 들어와 티켓 확인을 했어. 그러고는 기차가 다음 역에 도착하면 이 칸이 없어지니 앞 칸으로 이동하라는 거야.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니 잠깐 따라오라고 했어. 그래서 앞칸 출입구로 가서는 아까 말을 반복하셨지. 지금은 앞 칸에 빈 곳이 없으니 현재 자리에 머물다가 반드시 다음 역에서 앞칸으로 이동하라고 했어.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 아니 말 뜻은 알겠는데, 왜 내가 타고 있는 칸만 없어진다는 거야?? 그리고 기차를 환승하는 것도 아니고 왜 앞 칸으로 가라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더라고. 티켓에 표시된 대로 자그레브까지 가야지 중간에 기차가 없어진다니? 거기다 1등석을 예약했는데, 앞 칸부터는 일반석이라 어디 가서 앉으면 되냐고 물었어. 그러자 정차할 때 승무원 아저씨가 다시 와서 도와주겠다고 했어. GPS로 확인하니 다음 역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긴장되어 잠이 도망가고 말았지.
다음 역이 가까워지자 캐리어와 백팩을 들고 앞 칸으로 이동하려고 했으나 이미 입구까지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많은 짐을 들고 들어갈 수가 없었어. 그래서 정차하면 짐을 들고 뛰어가 한참 앞칸으로 이동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
드디어 다음 역에 도착했어. 나는 짐을 들고 내려 앞으로 뛰어갔는데 밖에서 바라보니 모든 칸이 만석이었어. 너무나 당황했지만 더욱 당황스러운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어. 기차 몇 량이 분리되어, 왔던 방향으로 사라지고 있었어. 승무원 아저씨 말대로 기차가 사라졌어(disappear). 그러고는 반대쪽에서 기관차와 승객 차 몇 량이 오더니 남아있던 기차와 붙이는 거야. 와~~!! 이건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열명 가까이 되는 근육 울룩불룩 아저씨들이 와서 기차를 연결했어. 이게 끝나자 이 역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타기 시작했어. 그래서 놀라서 커진 눈을 정상으로 돌려놓고 짐을 들고뛰었지.
그런데 새로 붙인 기차에는 1등석이 없었어. 내 좌석도 사라진 거야. 유럽 기차에는 밖에 커다랗게 1이라고 표시되어있거든. 우선 앞에 보이는 기차를 연결하던 울룩불룩 아저씨에게 티켓을 보여주면서 '내 좌석은 1등석에 있는데 보이지 않아요. 어디로 찾아가면 되나요?'라고 물었어. 아저씨는 나에게 '잠시 기다리라'라고 말하고는 기관차 앞까지 뛰어가며 찾아보고 와서 또 '기다리라'라고 했어. 조금 지나니 아저씨가 역 승무원을 데리고 왔어. 아마 영어를 할 줄 몰랐나 봐. 티켓을 보여주며 상황을 다시 말하자, 역시 잘 모르겠다며 기차가 곧 출발하니 우선 타라고 했어. 아...... 뭔가 짜증이 나긴 했지만 기차를 그대로 보낼 수 없으니 짐을 들고뛰며 밖에서 사람이 없는 칸을 찾았어. 그리곤 앞으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들었고 마침내 사람이 없는 칸에 탔어.
그때,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뒤돌아 봤더니 처음에 앞칸으로 옮겨 타라던 그 승무원 아저씨가 다가왔어. 그리고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시며 굿! 하시더라고. 아니, 왜 이제 오셨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를 찾았던 눈치여서 그냥 미소로 답해줬어. 그리고 다시 티켓을 보여주며 '내 좌석이 안 보이는데 어디에 앉으며 되냐'라고 물었지. 왜냐면 티켓에는 처음 앉았던 좌석만 표기되어 있었거든.
만약 좌석과 기차 번호가 두 개 표기되어 있었다면 한국처럼 환승하는 줄 알았겠지. 승무원 아저씨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우선 아무 곳에 앉아 있으면 찾아보고 말해주겠다'라고 하시곤 앞칸으로 가셨어. 어쩔 수 없이 객실 안으로 들어가 아무도 없는 칸에 앉았어. 다행히 사람이 가득 차지는 않았고 6인 칸에 넓게 앉을 수 있었어. 그리고 이내 승무원 아저씨가 다시 오시더니 '앉아 있는 자리에 그대로 앉아가면 된다'라고 하셨어. 아니, 갑자기 자유석으로 바뀌다니? 처음부터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된다고 말해줬으면 이리저리 물으며 찾지 않았을 텐데...... 따지고 싶었지만 없는 좌석을 승무원이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특히 잘 모르는 승객을 위해 왔다 갔다 하며 잘 챙겨주시는 거 같아 그냥 앉아가기로 했어. 기차가 조금 오래된 것으로 바뀌긴 했어도 6인 칸에 여유롭게 앉아서 딱히 불편한 건 없었으니까.
좌석을 찾았던 이유는 단순히 좌석을 예매했기 때문도 있지만 자유석을 타본 경험이 없어서 좌석이 없다는 건 불안해. 내성적인 사람에게 말 걸어오는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일이거든. 특히 남의 짐을 들고 내린다는 유럽 기차 안에서는 더욱더. 또 그럴 때마다 자리를 옮기면 많은 짐들을 들고 다녀야 하니 다른 승객들도 불편하니깐. 그래서 승무원 아저씨의 '아무 곳이나 앉아도 된다는 말'이 덜 불안하게 해 줬어. 이런 사람이 혼자서 유럽 여행을 한다니 신기하지?
아마 국경을 넘어서 철도 회사가 바뀌면서 생기는 일인 거 같은데, 이런 일은 다녀온 사람들한테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당황스러웠어.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친절하게 여러 번 말해주시는 모든 직원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했어.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더 당황했을 거야. 예약한 좌석이 사라져 아저씨들도 같이 당황하는 바람에 나의 당황스러움이 나누어졌던 거 같아. 1등석 치고 너무 가격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곳까지 비용만 포함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어.
하지만 다음 역에서 불편함을 맞이했어. 다음 역에 도착하니 배낭 여행객들이 막 뛰어오면서 기차에 타는 모습에 깜짝 놀랐어. 우선 플랫폼을 가득 채우는 숫자에 놀랐어. 거기다 유럽 배낭 여행객 중에 대학생들은 거의 폴리 소재의 스포츠 웨어만 입고 다니는 사실 알아? 짐 최소화와 여름에 흐르는 땀에 최적화, 빨래를 쉽게 하기 위해 유럽 대학생들은 이런 옷만 입어. 거의! 이런 몇 백 명 되는 사람들이 뛰어오는데 무슨 마라톤 대회인 줄. 그리고는 기차를 꽉꽉 채워버렸지. 덕분에 짐을 올릴 곳이 없어서 내 캐리어는 선반 위에 올려놓고 나머지 백팩은 내려서 발아래 좌석 밑에 놓고 다리로 잡아야 했어.
유럽 여행 가면 한국인들이 얼마나 자주 씻는지 알게 돼. 더욱이 대학생들은 저렴한 숙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샤워실 이용료가 따로인 곳이 많아. 그래서 더 잘 안 씻게 돼. 덕분에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힘들 수도 있어. 나도 그들에게서 땀 내음이 살짝 나서 잠깐 윽! 했지만 여자들만 타서 그런지 아침에 샤워를 했는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고 곧 익숙해졌어.
그런데 다 나만 보는 느낌 알란가? 혼자 동양인 남자에 여행객처럼 짐은 제일 많으나 옷은 여행객 답지 않게 셔츠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누가 봐도 혼자 다른 사람이지. 쳐다 볼만도 해. 마치 엘리베이터에 다 여자고 혼자 남자인 것보다 더 심한 느낌은 내 몫이지만.
마침 마주 보고 있던 앞자리의 여행객이 가방에서 물건을 꺼낸다고 지퍼를 여는 순간 스프링처럼 모든 물건들이 튀어나와서 시선이 그쪽으로 이동했어. 물건들을 다시 넣기 위해 온몸을 사용하는 모습에 짐이 결코 적은 건 아니구나 싶었지. 1미터 가까이 되는 배낭에 정말 이것저것 다 구겨 넣어서 무슨 마법 배낭 같았어. 어릴 때 유럽 배낭여행이라는 걸 들었을 때 간단한 배낭인 줄 알았는데, 뭐 거의 내가 들고 다닌 짐을 초 압축해놓은 거 같았지. 결국 옆 사람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지퍼를 닫을 수 있었어.
어느 정도 정적이 흐른 뒤 어색한지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어서 유럽 대학생들의 배낭 여행기를 들을 수 있었어. 외국인들도 대화 주제는 비슷해. 여행 다녀온 이야기, 학교, 전공 등등. 나이야 호칭을 구별할 필요가 없으니 딱히 묻지 않는 것 외에는. 기억에 남는 건 유럽여행을 하기 위해 알바를 긴 시간 동안 해서 돈을 모아 왔다는 것. 그들에게는 또래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 같았어.
한국도 내가 어릴 적에는 알바로 돈 모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막상 이곳에 와서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어. 몇 년간 맥도널드에서 알바해서 온 학생도 있었지만 부모님에게 지원받은 경우가 훨씬 많았어. 유럽 여행은 반드시 해봐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전혀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했어. 그러나 '한 달도 안 되는 여행에 천만 원으로 부족하다고 다음에는 더 받아서 와야겠다'는 어느 학생의 말은 불편했어. 다들 한 푼이라도 아껴 쓰려고 알아보고 노력하는데 말이야. 이것도 잘못된 거 하나 없지만 스물 넘어 어른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어. 받을 건 받고 '이제 어른이니 내 뜻대로 해야죠'라고 말하니까.
한국 대학생들의 상황이 이해가 돼. 부모님 집에서 통학하지 않은 한 월세에, 생활비에, 책 값만 해도 알바비가 모자르니까. 그리고 그 시간에 전공, 영어공부를 해서 성적을 잘 받아 둬야 취업이 될 테니까. 그런 게 오히려 부모님을 더 기쁘게 해 드리고 큰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 이유로 나도 이 나이가 돼서야 유럽에 올 수 있었으니. 반대로 그 유럽 학생은 북유럽 대학 학생으로 등록금이 없고 거기다 같은 대륙이라 한국에서 오는 비행기 값에 비해 백만 원 이상 차이나고 상대적으로 높은 알바비라 이런 동유럽 국가에서의 여행비는 싼 편이지. 이런 상황에 비교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될지도 몰라.
정말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가는 여행은 20대 청춘이 아니면 하기 어렵지. 거기다 20대 대학생만 누릴 수 있는 각종 학생 할인과 무료, 가성비 최고인 유레일 패스 때문에 비용도 훨씬 적게 들어. 30대 아저씨가 보기에는 씻기도 힘들고, 공항, 역 등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여행은 하라고 해도 안 할거 같았지만. 한 달간 주위에서 보면 여유보다는 힘들어 보여. 처음 하는 경험을 짧은 시간에 몰아서 하는 거라 정말 20대만 할 수 있는 여행이지. 아무튼 평범한 대화에 여러모로 뭔가 부럽고 많은 생각이 들게 했던 거 같아.
그리 길지 않은 대화에 다시 정적이 흘렸어. 그래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어. 왜냐면 한둘씩 졸고 있었거든. 역시 지치지. 그리고 기차 속도가 현저히 줄었어. 오스트리아 기차가 정말 빠른 거야. 어느덧 바깥 풍경이 작은 언덕의 넓은 초원으로 바뀌자 전부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어. 이내 다음 역명이 나오고 다들 배낭을 챙기기 시작했어. 여기서 좀 많이 내리겠다 싶었지. 곧 기차가 정차하자 스포츠웨어를 입은 이들이 우르르 다 내렸어. '개인 여행이 아니라 단체 여행이구만.' 그 좁던 기차가 텅텅 비고 말았지. 유럽 대학생들 가는 코스가 거기서 거기인가 봐.
다시 출발하는 기차에서 지나가는 풍경을 보니 충분히 공감이 됐어. 이곳은 꼭 들려야 하는 곳이라고. 한 달간 다니면서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파트라슈와 소들이 뛰어놀 거 같은 풍경은 슬로베니아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 유럽에서 새로이 뜨는 여행지라는 걸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지. 당시에는 유럽 외에는 그렇게까지 입소문이 퍼지지 않아 유럽 대학생들만 잔뜩 있었던 거 같아. 현재는 한국에서도 워낙 유명하지. 다음에 여행 와서 넓은 초원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지나가는 바람과 시간에 녹아들면 좋을 거 같아.
그렇게 다음 유럽 여행지를 선정하고는 노랗게 물들어가는 풍경을 바라보았어. 지는 해는 반대쪽이라 볼 수 없었지만 풍경이 노랗게 물드는 건 언제든지 보기 좋은 거 같아. 어두워지는 풍경에 북적대었던 기차가 막상 조용해지니 허전하더라.
이내 다음 역에서 한 어머니와 두 어린 아들이 탔는데 애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연신 잡아두는 어머니만 고생이지. 영어를 못하시는지 나에게 미안한 눈빛만 자꾸 보내시더라고. 그래서 괜찮다고 말씀드렸어. 그리고 내가 애들을 쳐다보니 오히려 잠잠해지더라고. 무서워하는 게 아니고 부끄러워하는 거 같았어.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워졌어.
그리곤 어느 역에 정차하더니 승무원이 와서 티켓과 여권 확인을 했어. 크로아티아 국경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던 거야. 우선 슬로베니아 승무원이 와서 도장 찍고, 곧 크로아티아 승무원이 와서 도장을 찍었어. 그래서 총 2번. 입국 심사 같은 질문은 없었고, 총은 차고 있었지만 무서움보다는 좋은 여행하라는 친절함만 있었지.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여권에 기차 모양이 그려진 도장이 찍히니 수집욕이 채워지는 느낌에 뭔가 뿌듯했어.
국경을 넘었으니 금방 도착할 줄 알았는데 마음만 도착했던 건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어. 처음에는 어디에 내리는지도 몰랐어. 티켓에는 자그레브라고 표기되어있지만 구글맵에는 자그레브 역이라고 표기된 곳은 없었으니까.
그래도 구글맵에서 숙소와 가까운 역을 찾아 내리는 역을 확인했어. 지도에서 딱 봐도 중심지였어. 이내 Glavni Kolodvor라고 표기된 곳에 정차했어. 그리고 이곳이 종착역인지 기차가 아예 서버리더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 내린 후, 짐을 천천히 챙기고 내렸어. 근데 한 나라의 수도에서 가장 큰 역인데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야. 반대로 사람은 엄청 많더라고. 역을 나와 역 건너편의 Tomislav 광장에만 밝고 얼마나 어두운지 자정이 되었나 싶을 정도였어.
트램을 타고 게하까지 갈려고 했지만 트램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냥 걸어갔어. 밝은 공원을 따라가면 되고,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안전해 보였어. 천천히 걸으니 처음 보는 건물 양식에 확실히 동유럽이란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래서 지겹지 않고, 재밌었어.
커다란 공원을 지나니 갑자기 군중들이 나타나고, 엄청 큰 마이크 소리가 들렸어. 이곳은 반 옐랴치치 광장(Trg bana Josipa Jelačića), 자그레브의 상징과도 같은 광장으로 행사를 하고 있었어. 큰 행사인지 방송국 카메라도 보였어. 자그레브의 전기를 여기다 다 쓰는지 엄청 밝더라.
마침 타야 했던 트램이 지나가서 그 길을 따라 게하로 들어갔어. 이 게하에 아는 사람이 있어. 바로 빈 첫날에 만난 대학생. 반갑게 인사하고는 내일 플리트비체 갈 준비를 하고 씻고 일찍 잠들었어.
그냥 간단히만 할까 하는 이야기를 한편으로 써버렸어요. 덕분에 사진은 없지만 여행이 아니면 겪지 못할 일들이라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유럽에서 가장 당황했던 날이었어요. 그냥 환승한다고 생각했으면 별 문제가 아닌데 말이죠. 기차가 분리되거나 좌석이 없어지리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어요. 저보다 더 당황하는 많은 아저씨들이 도와주셔서 겉으로는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