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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May 19. 2021

공유결합과 인간관계의 유사성

분자 구성에 따른 SN1 반응과 SN2 반응의 선호도.

화학과 시험


  화학과는 한 학기에 3번 시험을 치는 과목이 많다. 그래서 벚꽃 필 무렵부터 매주 시험이다. 시험 범위는 의외로 간단하다. '처음부터 배운 곳까지.' 교수님 마다, 학교마다 아닌 곳도 있지만 대체로 처음부터이다. 왜냐면 처음부터가 아니라고 해도 처음 배운 것을 알아야 다음 내용이 이해가 되고 이것이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통째로 외우지 않는 한 처음 배운 내용부터 이해해야 한다. 또한 연관되어있기에 처음 내용을 알아야 필요한 부분을 통째로 외우기도 더 쉽다.

그림 1. SN1 반응과 SN2 반응


  그래서 우리도 SN1과 SN2 반응의 메커니즘을 보면서 다시 상기하자. 두 반응에서 같은 출발 물질은 같은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경로는 달랐다. 경로가 다른 이유도 분자 주위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Nu-, X, C와 이미 결합된 R, 용매, 촉매, 온도와 같은 많은 요소들이 반응을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하였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기존에 어떤 환경을 겪었냐에 따라, 어떤 환경이 주어졌냐에 따라 경로는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진다는 점이 말이다. 이번에는 여러 요인중 당사자인 Nu-C, X에 대해 알아보자.



Nucleophilicity(친핵성도)와 C+ 안정성에 따른 반응 경로 선택성


  우선 가장 큰 요인인 Nucleophile(친핵체)이 Nucleophilicity(친핵성도)가 높을수록 강한 Nucleophile라 하고, 강한 Nucleophile에 의해 SN2 반응이 선호된다. 앞선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XNu-은 경쟁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X보다 강한 Nucleophile는 X가 결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C와 결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X보다 약한 친핵체일 경우 X가 분리된 후에나 C와의 결합이 가능하기에 SN1 반응이 선호된다.


  상대방인 C와 그 주위를 살펴보자. 이번에도 결과만 본다면 간단하다. 3차 C > 2차 C > 1차 C > Methyl halide (0차) 순으로 SN1반응이 선호된다. 당연히 SN2는 그 반대 순이다.(그림2) 이때, n차의 n은 C에 결합된 다른 C(탄소, Carbon)의 수이다. 즉, C의 결합된 C의 개수가 많을수록 SN1 반응이 선호된다는 것이다.


  왜? 저번 글에서 RDS가 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러니 SN1반응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X가 쉽게 분리되어야 한다. 이때 C-X가 공유하고 있던 전자를 X가 가져가게 되어 전자가 하나 부족한 C+ (carbocation)이 생성되는데 이 C+ 상대적으로 안정되어야 쉽게 생성될 수 있다.


그림 2. n차 탄소와 반응 선택성


  그리고 마지막 X는 경로에 대한 영향력이 C보다 크지 않다. 다만 C와 마찬가지로, 분리되어 X-가 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될수록 쉽게 분리된다. 그래서 XNu-은 경쟁적인 관계이므로 경로의 영향보다 반응 여부의 영향이 크다.



공유 결합(covalent bond) : OO을 같이 가지자.


  그렇다면 왜 C와 결합이 많을수록 C+이 안정할까? 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결합의 종류 중 하나인 '공유 결합'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도 간단히 용어로만 인식하는 수준으로 이해해 보자.

그림 3. 공유 결합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핵은 중심에 있고 전자가 일정한 궤도에서 존재한다. 이런 원자들이 서로 결합 시에 서로의 전자를 공유하여 결합하는 것을 공유 결합이라고 한다. 즉, 서로 가지고 있던 물건 혹은 애정(전자)을 서로 공유하며 같이 산다는 느낌이다. 혹은 서로의 손을 잡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참고로 탄소의 손은 4개다. 그래서 4차 탄소까지만 존재할 수 있다. 결합에 대해 정확히 알려면 obital(오비탈)이라던지, octet rule(옥텟 룰)이라던지, energy level(에너지 준위)이라던지 많은 기초적인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나 거기까지 가면 목적지에 가지도 못하고 지칠 것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그곳이 아니니 간단히 개념만 이해하자. 하지만 화학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므로 이후 천천히 조금씩 알아가 보자.



C+(carbocation)의 안정성과 주변의 C와의 관계성


  본론으로 돌아와서 C와 결합된 C가 많을수록 왜 C+는 왜 안정할까? 그럼 여기서 전자를 마음이나 정신 혹은 물질로 인간 세계에 비유해보자. X와 헤어진 C는 없어진 관계 때문에 마음이 허전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런 C의 마음을 채워주는 이는 무엇일까? C의 가까운 친구는 C에게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평소 같지 않게 가라앉은 C의 목소리로 친구는 C의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끊어진 관계로 인해 마음이 구멍 난 것처럼 비워져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을 새벽이 될 때까지 같이 마시며 C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울고 웃을 것이다. 그렇다, 그런 C의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가장 일반적으로 가족과 친구일 것이다.


  원자도 마찬가지다. C-C+ 결합에서 공유된 전자를 받아 안정화될 수 있다. 여기서 C-C+결합뿐 아니라 H-C+ 결합의 공유된 전자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답은 '가능하다.' 하지만 C-C+결합의 공유 전자가 H-C+ 결합의 공유 전자보다 훨씬 쉽게 C+로 갈 수 있다. 이를 화학적으로 말하면 '편극성이 더 높다'라고 한다. 따라서 C와의 결합이 많을수록 C+가(이) 안정화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공유 결합, 정확히는 σ-bond(시그마 결합)의 전자를 주거나 받는 효과를 inductive effect (유발효과)라 한다.


그림 4. inductive effect (유발효과)와 hyper conjugation (하이퍼 컨쥬게이션)


  앞서 말했듯이 H-C+결합의 공유 전자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럼 H-C-C+ 결합에서 H-C결합의 공유 전자도 C+에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답도 '가능하다.'(C+의 p-obital과 상호작용) 이를 hyper conjugation(하이퍼 컨쥬게이션)이라 한다. 결론적으로 이를 단순 수치화한다면 1차 C+의 경우 1의 inductive effect와 3의  hyper conjugation의 효과를 받을 수 있으나 3차 C+의 경우 3의 inductive effect와 9의  hyper conjugation의 효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자를 줄 수 있는 그룹을 말 그대로 electron-donating(releasing) gruop (EDG)이라 하며 앞의 두 가지 효과로 인해 C+에 EDGC의 결합이 많을수록 안정화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X에게 준 전자를 C+와 결합된 C와 H에서 받아 상대적으로 안정해지므로 그 수가 많을수록 더 안정하다.



강한 친핵체란?
 

  가장 처음 돌아가 Nucleophile가 Nucleophilicity가 높을수록 SN2 반응이 선호된다고 했다. 그럼 강한 친핵체는 무엇이 다를까? 이도 C의 경우에서 유추할 수 있다. 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고 핵은 전자와, 전자는 핵과 같이 있으려고 한다. Nucleophile은 괜히 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즉, 강한 Nucleophile란 전자가 많다는 뜻이다. Nu-Nu: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때 :은 비공유 전자쌍(lone pair)을 의미한다. :은 전자가 공유되지 않고 남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전자가 부족한 곳을 찾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SN1 연애를 하는 사람, SN2 연애를 하는 사람
 

  우리가 열심히 연애하던 대학시절(한창 연애하는 시기)로 가보자. 보통은 SN1 반응을 거치고 가끔 SN2 반응을 거친다. 하지만 SN2 반응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하는 이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 사람은 인기가 많아서 가능하다. 그런데 그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마음을 나눠주는 이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그들의 인기와 유명세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늘 연애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 분자적으로는 주위에 EDG가 없어 cation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다. 


  심지어 남이 보기에 이미 헤어진 연인처럼 보이나 다음 상대가 생길 때까지 헤어지지 않겠다고 하는 이도 있다. '헤어진다고 다른 사람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만날 사람도 없는 걸', '지금 나이에 헤어지면 다른 사람 만날 수 있을까? 무서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상대 X도 같은 감정일까? 아니, 이미 XC의 전자를 다 가져가 버린 걸까? 이런 외로움 때문에 전자가 풍부한 Nu-들이 다가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마음을 주는 이가 없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의 차이와 내가 알 수 없었던 마음 깊이 박힌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사람과의 관계의 깊이까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니 추측일 뿐이다. 연인 사이를 정확히 아는 건 두 당사자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단순히 너무나도 강력하고 C와 잘 맞는 Nucleophile이 다가왔기에 SN2 반응이 진행된 경우도 많다. 또한 오늘 이야기하지 않았던 다른 요소들도 영향을 주기에 온전히 CX, 그리고 그 주변 R 상황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미 X와의 연인관계는 분리되었으나 정에 의해 의리 때문에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오늘 이야기한 Nu-C(R), X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지만 그 때문만이 아니라는 말도 함께 남기고 싶다. 


  앞서 글에도 이야기했듯이 99%가 SN1반응이 진행되어도 1%가 SN2 반응이 진행될 때도 있으며 심지어 반응이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니 결과만으로 요인의 일부를 섣불리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모든 반응은 예측할 수 있으나 실험과 증명으로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대학생 시절,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버스에서 여자 동기가 남친과 헤어졌다는 말을 들었다. 통화가 끝난 후, 상실감이 전해져 짧은 문자를 보냈다. '그에게 그만큼의 마음을 주었기에, 마음을 다해서 사랑을 했기에, 그러니 가슴에 큰 구멍이 생긴 거라고, 그러니 아픈 거라고, 그러니 그 구멍이 메워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러다 보면 그 구멍을 메워줄 좋은 사람을 만날 거라고.'말이다.



우리는 마음을 공유하며 결합되어 있다.


  사람의 관계도 원자의 결합과 비슷하다. 그중에 공유결합처럼 사람들은 애정이라는 마음, 돈이라는 물질과 같은 이익을 공유하며 관계되어 있다. 21살의 나에게는 가장 끈끈한, 강력한 결합은 애정을 공유한 관계였다. 그래서 그 결합은 쉬이 끊어지지 않고, 만약 끊어졌을 경우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상실감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그럴 때 C+처럼 결합된 C, 그리고 그 C와 결합된 H까지 C+에게 전자를 주듯이, 나에게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 존재가 많을수록 상실감과 공허함이 쉽고 빠르게 그들의 마음으로 메워져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렇게 해주었던 이들에게 나도 그렇게 해주었다. 그리고 때론 그것만으로 부족할 때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Nu-처럼 새로운 이가 나타나 마음을 주었다. 물론 사람은 C처럼 4개 만의 결합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때론 4개보다 많이, 때론 4개보다 적게 관계를 유지했지만 늘 언제나 나에게 사람들의 마음이 머물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와 합쳐져 지금의 내가 되었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그리고 나를 나타내는 중요한 일부가 아닐까?


 그렇게 나는 너의 일부가 되고 너는 나의 일부가 되어 우리가 되는 것이다.



Chemistry And Life. 2021. 1. 3-5



Ref.


Clayden, Greeves, Warren and Worthers Organic chemistry, Oxford University Press(2001), 408~416, 429~443

Francis A. Carey organic chemistry』, 유기화학교재연구회 공역, 자유아카데미(2004), p7, 169 ~173, 359~360, 367~369



  저번 주에 아파서 글을 쓰지 못했어요. 그리고 어렵네요. 처음부터 하자니 정말 하염없이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초고에서 1/3은 날리고 1/3은 다음 편으로 보내버렸어요. (그림도 그렸다 지웠다) 그래서 이번은 공유 결합 개념까지만 하게 되었네요. 아까 hyper conjugation을 이야기하면서 p-obital가 잠시 등장했지요. 공유 결합에 inductive effect와 hyper conjugation을 이야기했으니 당연히 conjugation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obital과 σ-bond과 π-bond를 거쳐 이중결합, 삼중결합, 그리고 분자의 3차원 구조까지 나와야 해요. 그러면 정말 너무 멀리 가기에 머리가 터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가 주가 아니라 덤인데 말이죠. 역시 교과서대로 하는 이유가 있구나 싶긴 하지만 그럼 재미없잖아요. 조금 더 깊이나 속도를 내도 될까요? 아니면 더 천천히? 이 부분이 힘들 줄은 몰랐네요. 우선 나머지 요소인 용매, 온도, 촉매를 끝내고 obital도 느껴보아요. 저와 같이 화학을 느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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