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체력 검정을 하는데, 항상 뒤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더 최악이었다. 키는 고등학교 때부터 180이 넘었고 덩치도 커서 아디다스 저지를 입고 나가면 사람들이 체대생인 줄 오해를 받곤 했는데, 현실은 형편없었다. 엄살, 겸손, 과장이 아니라 진짜다.
정말 창피한 과거인데, 군인 시절엔 체력 테스트를 통과 못해서 진급 누락을 당하기도 했었다. 당시 내 상관이 나를 통과시킨다고 뒤에서 밀면서 뛰었는데도 기록이 한참 부족했다. 체력 때문에 진급이 누락당한 건 내가 알기로 같은 부대에 나밖에 없었다. 이런 체력은 군대를 전역할 때까지 그대로였다.
처음 운동을 제대로 하자고 결심했을 때, 운동장 트랙 2바퀴도 제대로 못 뛸 정도로 체력이 저질이었다. (참고로 한 바퀴 400 m 짜리 트랙이다.)
뭐 한마디로 과거의 나는 허우대만 멀쩡한 속 빈 강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 운동장을 2바퀴도 못 뛰었지만, 지금은 8바퀴(약 3km) 정도를 거뜬히 뛸 수 있게 됐고, 얼마 전에는 4km짜리 미니 마라톤에 참여하여 완주도 했다.
집 근처에 있는 작은 산이 있는데, 코스는 짧지만 상당히 가파른 곳이 있다. 예전에 강제로 등산했을 땐 헉헉대면서 겨우겨우 올라갔는데, 지난주에는 30분 만에 날다람쥐처럼 올라갔다 내려왔다. 이렇게 가뿐하게 올라가질 줄은 몰라서 굉장히 신기했다. 오히려 코스가 짧은 게 아쉬웠다. 난 진짜로 세상에서 가장 등산을 힘들어하고 싫어했는데,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산 중 찍은 사진
보통 이렇게 말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한 결과라고 오해받기 쉬운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난 일주일에 딱 하루, 고작 20분 정도 운동을 한 것이 전부이다.
움직이지 않는다 = 뇌가 퇴화한다
과거의 나는 현대인에겐 운동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했고, 내 부족한 근력과 심폐력은 가까운 미래에 현대 의학이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왜 우리가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귀찮음이 많았던 나는 그걸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찾아 공부했다. 그래서 엄청 큰 노력이 없었지만, 단기간에 체력이 상당히 좋아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운동'의 목적은 대부분 '다이어트', '근육질 몸'과 관련이 되어 있다. 우리 몸의 외형을 가꾸는 것에 너무 집중된 나머지, 운동에 대한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신경과학자 다니엘 월퍼트는 TED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뇌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움직이기 위해서"
우리의 뇌는 '더 잘 움직이기 위해' 진화를 거듭했다. 과거 인류가 원시인 시절, 잘 움직인 다는 것은 곧 나의 생존력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다. 더 잘 움직여서 사냥감을 잡고, 나무를 타서 과일을 따고, 비옥한 땅에서 식량이 많이 자라는 곳은 기억해놨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찾아갔다. 원시인의 생활 방식은 우리 뇌를 최대한 잘 활용하는데 최적화 되어있었다. 내가 항상 글을 쓰며 진화심리학을 통해 상황을 설명할 때 200만 년이라는 기간을 주로 인용하긴 하지만, 뇌가 움직이기 위해 진화한 기간은 200만 년보다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진화해 왔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기술이 고도화됐다고 하더라도, 최첨단 기술을 사용한 로봇의 이족 보행 움직임은 우리 인간이 봤을 때 상당히 어색하다. 지금 인간과 같은 스포츠 경기를 로봇이 하기 위해선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인간 움직임의 생각 이상으로 정교하게 잘 발달해 왔다.
하지만, 누구나 잘 알고 있듯 현대인,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 정말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수백만년간 움직이기 위해 발달한 뇌를 거의 쓰지 않는 것이다.
두 자료 모두 15년도에 발표된 내용이다. 표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세계에서 가장 안 움직이는 한국 학생> 中
위 표는 학생들의 운동 수준을 통계로 낸 수치이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저 낮은 수준의 운동 인구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운동 인구 비율에 정확히 반비례하는 경향으로 우리나라의 치매 인구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보인다. 즉, 움직이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뇌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내용들을 통해 운동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크게 느꼈다. 실제 운동과 학업 성취도에 관한 연구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 바 있는데, 공통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성취도가 월등했다.
쉽게 말해 운동 안 하고 하루 12시간씩 공부하는 학생 A보다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고 하루 8시간씩 공부하는 학생 B의 학업 성취도가 비슷하거나 더 좋다는 것이다.
지금 사회에서 우리는 몸을 직접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된다. 공부건 직장 업무 건 말이다. 하지만, 그런 활동에 사용되는 뇌의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서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다간 뇌가 오히려 퇴화해버린다. 앞서 말했듯 뇌의 대부분은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선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시작했다. 더 건강한 뇌를 갖고 잘 살기 위해서 말이다.
앞서 말했듯, 난 고작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고작 20분 정도의 운동을 한다. (사실 진짜 운동 시간은 10분 정도로 더 짧다)
운동선수가 아니라면, 4일에 한 번씩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일반인 수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도 충분한 횟수이다. 그보다 더 잦은 횟수는 오히려 몸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예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나는 미국에서 극강의 효율을 추구하며 삶을 살아가는 부자들이 쓴 책을 참고해 루틴을 만들었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이 '운동만큼 회복도 중요하다'라고 한다. 오히려 회복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육, 심폐량의 성장은 회복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충분한 회복이 진행되지 않으면, 성장 속도는 오히려 더뎌지고, 집중력과 창의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관념과는 완전히 정 반대되는 결과였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말 잠깐의 노력으로 최상의 몸상태를 만들 수 있다니, 운동을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너무 심플해서 어이없는 내 운동 루틴
근력운동도 하고 있긴 하지만, 난 주로 달리기 위주의 운동을 즐겨한다.
집 근처에 달리기 트랙이 있는 운동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인터벌 달리기'를 하고 있다.
운동 방법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1. 트랙 바깥에서 100m 전력질주 (역주행 추돌 사고 방지)
2. 트랙으로 들어와 정방향으로 100m 전력 질주
3. 1분 30초 휴식
총 3~5 set 시행
* 총 소요시간 약 10분
물론 운동 전 스트레칭은 필수적이다. 허벅지, 종아리, 무릎 등 전반적인 다리 부분과 상체까지 풀어주지 않고 이 운동을 하면 진짜 다음날 못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운동은 10분이면 끝나는데 스트레칭 시간은 15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이 운동의 핵심은 '진짜 뒤질 것 같이 달리는 것'이다. 달릴 때 뒤에 호랑이 같은 맹수가 쫓아온다고 생각하며 체력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을 경험하는 운동법이다. 진짜 심장이 터질 것 같고,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만 같은데,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뜀박질이 되면 운동을 잘하고 있는 것이다.
고작 10분이긴 하지만, 진짜 실전 압축 10분이긴 해서 상당히 힘들다. 이 운동하고 나면 20분은 쓰러져 누워있다가 집에 가는 것 같다. 가끔 장거리 러닝을 하면 30분 정도 뛰는데, 그때도 한계를 느껴 멈추긴 하지만 인터벌 러닝 이후에 느끼는 힘듦의 1/4 수준이다. 참고로 이 운동법을 추천한 책에서는 7 set를 하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2 set 하고 앓아누웠다. 지금은 4.5 set까지 할 수 있게 됐고, 다음 달까지 5 set 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래서 정말 달리기 초보자가 이 운동을 시작했다가 어제 먹은 것을 다 토하고 앓아누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도 인터벌 러닝을 하기 전에, 일단 운동장 5바퀴를 뛸 체력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2번씩 했고, 지난번 보다 200m씩 더 뛰는 것을 목표로 조금씩 늘려나갔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인터벌 러닝을 시작했다.
참고로 인터벌 러닝, 사이클을 헬스장에서도 해보긴 했지만, 밖에서 하는 것만큼 효과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밖에선 명확한 목표지점이 눈에 보이고, 액션이 더 잘 느껴져 훨씬 더 많은 운동이 가능해지는 것 같았다.
과거의 내가 운동을 진짜 안 했던 이유는 자주 해야 되는데,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그날 일과를 하는데 방해가 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운동이 삶의 원동력이 됨을 느낀다. 오히려 운동을 한 날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것 같다. 마침 이 글을 쓴 당일에 인터벌 러닝을 하고 왔는데, 귀신같이 목표한 일정 다 끝내고 브런치 글을 2개나 발행하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달리기를 더 자주 하고 싶은 욕심까지 든다. 1년째 운동을 하고 있는 지금, 난 그 어느때보다 젊고 건강하다. 그리고 더 똑똑해졌다.
당신이 아직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당장 나가서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 뇌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썩는다. 어떤 일에 종사하는 그 누구라도 좋은 뇌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곧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운동은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다양한 질병을 탁월하게 개선시켜준다.
고강도 운동은 분명 부상의 위험이 존재하긴 한 방법이긴 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최소한의 안전전을 위해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달린다. 이 점이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달리기를 진짜 도저히 뛰지 못할 때까지 시행하면 된다. 시간은 몇십 분 더 필요하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니 상당히 괜찮지 않은가.
당신도 과거의 나와 같이 운동을 기피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계기로 운동을 시작해서 내가 느꼈던 변화를 경험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