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기자생활 ②
카톡 포비아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깸과 동시에 팔을 뻗어 휴대전화를 열어본다. 다행히 카톡에 빨간 메시지가 없는 보니 밤사이 별 일은 없었나 보다. 슬슬 오전 보고들이 양식에 맞춰 하나 둘 올라오고, 다른 단체 대화방들도 빨갛게 기지개를 켠다. <ㅇㅇ 부방> <ㅁㅁ 팀방> <입사 기자방> <정보 공유방>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적게는 4명 많게는 500명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카톡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세수를 하면서도, 지하철을 타러 가는 순간순간에도 새로운 카톡이 왔는지 체크한다. 혹시나 위로부터 중요한 지시가 내려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잠깐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를 하고 오면 그새 또 카톡 폭탄이 쌓여있다.
이러한 이유로 마와리(출입처를 돌며 사람을 만나는 것)를 휴일에 도는 걸 좋아한다. 남들이 들으면 미쳤나는 소리가 나오지만, 확실히 휴일이 좋다. 카톡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취재원과 좀 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중간중간에 휴대전화를 보거나 전화로 불려 나가는 일도 없어 편하다. 또 나는 읽지 않은 카톡은 무조건 '읽음' 상태로 바꿔놔야 하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에 보는 즉시 처리해야 맘이 편하다.
카톡 없이 기자 어떻게 해?
요즘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 중에 구글 맵 안 쓰는 사람이 있을까? 낯선 나라에 가더라도 구글 맵 하나 있으면 여행이 두렵지 않다.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와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고, 가고 싶은 식당이 여는지 안 여는지도 알 수 있다. 구글 맵 없이 종이 지도를 들고 해외여행을 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경외감이 들 정도다. 구글 맵이 여행자의 필수품이듯, 카톡은 적어도 한국에서 기자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럼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긴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온 건 2010년대 초반인데, 그럼 그전에 기자를 했던 선배들은 어떻게 생활했을까? 문자로 주고받았을까? 나도 옛날 폴더폰에 엄지 두 손가락으로 메시지를 보내던 실력이 나쁘진 않았는데, 기자일 하는 속도로 메시지를 칠 자신은 없다.
멀티태스킹
누군가 나에게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난 "멀티태스킹 능력"이라고 대답한다. 기삿거리를 가져오는 능력, 기사를 잘 쓰는 능력, 낯선 사람과 친해지는 능력 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기반에는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톡은 기자들에게 멀티태스킹 능력을 강제로 장착하게 만든 주범이다. 스타크래프트에서도 화면에 보이는 전투에만 매몰되면 게임이 박살이 난다. 전투는 물론, 끊임없이 병력이 보충될 수 있도록 본진 관리도 해야 한다. 또 새로운 영토를 넓힐 수 있는 곳으로 정찰도 병행해야 게임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현장이 돌아가는 걸 챙기면서도 상부로부터의 여러 가지 취재지시를 잘 숙지해야 한다. 만약 방송기자라면 함께 나간 영상취재기자와의 호흡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시계로는 기사 마감 시간을 체크해야 하며 회사내부에서 작업하는 미술부와 영상편집실과의 소통도 시시각각 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만든 주범이 바로 카톡과 같은 SNS다.
속도에 지친 기자들
뉴스의 생명은 속도라고 하지만, 우린 모든 게 빠른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여유가 없다. 분명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된 건 맞지만, 그 과정에서 폐해가 생겨났다. 과도한 단독 경쟁과 속보 싸움.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무분별한 재생산. 그렇게 나온 기사는 손쉽게 카톡 등 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간다. '받/'이라는 단어를 단 소위말하는 선전지들도 날개 돋친 듯 돌아다닌다. 문자를 쓰던 때는 요금제가 있어서 보낼 수 있는 한도에 제한이라도 있었지, 카톡은 무제한이다. 쉴 새 없는 속도전에 지쳐가는 기자들. 카톡 없이 기자를 하긴 어렵겠지만, 오늘 하루만은 카톡이 잠깐 고장 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