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의 천재가 되는 법> 19화
꾸준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 상담을 받은 해이기도 하다. 1년 동안 총 2번의 마음상담을 받았다. 첫 번째 마음 상담은 번아웃 증상이 심해 SOS 구조 신호를 보내는 심정으로 받았다. 두 번째 마음 상담은 건강검진받듯 현재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받았다. 다행히 첫 번째 상담 이후로 마음 체력이 많이 회복되어 두 번째 상담은 좀 더 편하게 받을 수 있었다.
상담의 가장 좋은 점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다'이다. 두 번째 상담을 받고 나서는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꾸준함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나는 스스로 인정하는 바람직한 행동을 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끼는 행동을 수단 삼아 이지안이라는 사람의 존재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유 시간에 쉬지 않고 운동이나 영어 공부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꼭 뭔가를 해야만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인정받는 건 아니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는 존재하며 가치 있다고 말했다. 겨울에 가만히 있는 나무를 보고 우리가 쓸모없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나라는 존재도 성취와 실패로 가치를 따질 수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감각은 발달하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행동(일, 운동, 공부)을 하고 그것에서 성취감과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것과 상관없이 너라는 사람은 존재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설명하는데 다른 수단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관점이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어떤 수단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방법에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올해 심하게 번아웃 증상을 겪었던 것이 바로 같은 이유였다. 평소에는 일과 나를 동일시하고 업무에 깊게 몰입하는 것이 내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일이 한동안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긴 터널을 고립되어 홀로 걷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일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심리적인 타격이 왔다. 일이라는 수단을 통해 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였기에 생긴 일이었다.
상담 이후 나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되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수단(일, 공부, 운동 무엇이든)을 통해서 나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나는 그 자체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무엇을 하든, 내가 한 일이기 때문에 잘했다고 칭찬하고 긍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전에는 자신을 칭찬하는 기준이 너무나 높고 엄격했다.
이렇게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자 꾸준히 뭔가를 하는 원동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를 압박하는 면이 있었다. '해야만 한다'라는 강압적인 감정으로 스스로 행동하도록 떠밀었다. 앞으로는 그에 못지않게 '하고 싶다'라는 자발적인 감정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뭔가를 달성하고, 그것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보다는 뭔가를 하는 순수한 즐거움-운동이라면 땀 흘리는 기쁨, 공부라면 뭔가를 배우는 행복 -에 집중해서 좀 더 즐겁게 꾸준한 습관을 만들고 싶다. 외부의 압박감과 내면의 즐거움이 함께 균형을 이룰 때 더 즐겁고, 더 건강하게, 오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