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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H Apr 27. 2019

Fall in love with, '채소랑'

NO.1 - 초록초록 새록새록, 느슨하게 채식하는 법 [Plant 편]

에디터 - 박수경 & 림

사람들은 채식을 어렵게 생각한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무슨 낙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채식을 ‘즐거움을 빼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채식 라이프 스타일은 ‘뺌’ 보다는 ‘얻음’이 더 많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에디터 본인은 4개월 전부터 페스코테리언 (소, 돼지 등 육류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 달걀, 그리고 유제품은 허용하는 채식)을 선언한 초보 채식인이다. 육식동물들이 필요 이상의 고통을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채식을 시작했고, 이 한 가지 동기가 충분한 보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식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즐거움을 선사했다. 


예를 들면, 육류를 먹지 않은 대신 더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채소, 그리고 곡식류를 찾아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아침에는 사과, 당근, 그리고 케일 등을 착즙해서 먹기 시작했고, 아침 식사로는 밥이나 달걀 요리 대신 렌틸, 헴프 씨드, 치아 씨드, 오트밀, 곤약 밥과 같은 곡식류를 먹었다. 간식으로 호밀 크래커에 아몬드 버터를 바르고 그 위에 바나나, 치아 씨드, 그리고 꿀을 조금 뿌려서 먹어봤는데 이게 또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탄성을 지르고 인스타에 업로드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먹는 중동 지역의 허머스 (Hummus)나 인도네시아의 가도가도(Gado-gado)는 식사시간을 더욱 다양하고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채식을 하면  어렵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즐거움도 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채식을 굳이 어렵고 고통스럽다고만 인식을 하는 것일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채식이 가져다주는  환경과 동물보호, 그리고 건강적 이로움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왠지 채식이 두렵게 느껴진다면, 채식의 ‘뺌’을 먼저 실천하지 말고 ‘얻음’을 먼저 경험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식단을 하나도 바꾸지 말고, 그냥 채식 식당들만 더 자주 가보라고. 

채식 식당을 방문하면 일단 그 끼니는 자연스럽게 육류를 먹게 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채식 식당 특유의 신선한 분위기, 햄버거와 같은 익숙한 음식을 채식화 해서 먹을 때 느끼는 산뜻함, 그리고 새로운 재료와 향신료들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매료되어 고기를 먹지 않느라 고통스러워 하기를 “까먹어” 버릴 것이다. 


이런 취지 하에 채식 식당들을 소개하는 글을 써보려고 한다. 군데군데 채식의 관한 상식, 채식을 하고 있는 나의 경험과 고찰도 하나하나 솔직하게 나누어 보고 싶다.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길 바라고, ‘채식’이라는 소재에 대해 부담 없이 즐겁게 나누었으면 좋겠다. 초보 채식인으로서 웃긴 에피소드들은 충분하니까 말이다. 

아 참, 그리고 채식 식당도 더 자주 갔으면 좋겠다. 수요가 많아지면 채식 식당들도 더 많아질 것이라는 나의 이기적인 동기도 물론 있으니까.


첫 번째 소개할 곳은 이태원에 위치한, 이미 서울의 채식인 사이에서는 메이저급으로 알려진 100% 비건 식당 겸 베이커리, 플랜트 (Plant)이다. 식당 이름과 어울리게 초록 초록한 식물들이 화분으로, 또는 천창에서 내려오는 행잉 플랜트로 가득 차 있다. 내부를 감싸고 있는 파벽돌(exposed brick wall)과 세련된 빈티지 전구들이 조화를 어우르고 있는 힙스터틱한 이곳은 들어오는 순간 아늑함과 활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Plant는 모든 메뉴가 100% 비건이니 메뉴에 치즈 버거나 스파게티 미트볼 같은 메뉴가 보여도 오해하지 말자. 플랜트의 모든 음식에는 동물성 재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고 두부나 각종 버섯들, 또는 탬패(tempeh)나 밀고기(seitan)와 같은 식물대체재료가 들어간다. 각 메뉴마다 들어가는 재료가 상세히 나열되어 있어 혹시 빼거나 대처하고 싶은 재료가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주문할 수 있다. 밀가루가 빠진 음식은 Gluten Free라고, 견과류가 빠진 음식은 Nut Free라고 메뉴에 표기되어 있고, Gluten Free Option (GFO)이라고 레이블 되어 있다면 주문할 때 밀가루 없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처음 와서 무엇을 주문해야 할지 갈등된다면 Plant 베스트셀러 메뉴들을 의미하는 훈장 마크를 찾아보자. 


주문한 메뉴는 Hummus & Roasted Squash Salad과 Power Green Smoothie. 샐러드는 고기 먹을 때 먹는 애피타이저 또는 사이드 메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큰 접시에 각종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고, 그 위에는 허머스 (Hummus)와 단호박, 그리고 담백하게 구워진 빵이 놓여있다. 비건 식당들은 샐러드를 풍족하고 맛있는 메인 디쉬로 제공하는 비법을 알고 있다. 



허머스 (Hummus)란 중동과 지중해 지방에서 기원한, 이집트 콩과 타히니 소스를 불려서 만든 스프레드인데 고소하면서 포만감도 책임지는 고단백 영양식이다. 허머스를 샐러드랑 같이 먹다가, 바삭한 빵 위에 잼처럼 발라먹기도 하고, 옆에 있는 단호박 한입을 비어 먹을 때면 소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새록새록한 어린잎 채소와 톡 터지면서 향미를 내뿜는 방울토마토, 그리고 해바라기 씨앗을 비롯한 영양가 많은 여러 가지 씨앗들을 같이 곁들여 먹으면 신선한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슈퍼푸드로 잘 알려진 스피룰리나와 치아씨드가 들어간 그린파워 스무디는 초록색이어서 상큼한 녹즙 맛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바나나와 피넛버터를 주재료로 한만큼 꾸덕하고 담백한 맛이다. 비건 스무디인 만큼 우유가 아닌 두유를 베이스로 사용하고, 소량의 카카오 닙스가 스무디 위에 뿌려져 있어 쌉싸름한 맛을 씹어 먹는 재미도 있다. 



이 외에도 플랜트는 계속 신 메뉴를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아주 부드럽고 묵직한 페투치네 크림 파스타를 선보였다고 한다. 그 외의 잘 나가는 메뉴들은 태국 스타일 그린 커리, 렌틸 베지 볼, 칠리 치즈버거 등이 있다. 점심 메뉴와 저녁 메뉴의 차이가 있으니 홈페이지나 인스타 계정을 방문 해 메뉴를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캡션: 태국 스타일 그린 커리(왼쪽), 렌틸 베지 볼(오른쪽), 아이스 차이 라떼


캡션: 초콜릿 피넛 버터 조각 케이크

Plant 대표 Mipa Lee는 2009년 환경과 동물권의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채식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이에 대한 어려움을 경험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에서 비건 또는 베지테리안으로 살기에는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취미로 ‘Alien’s Day Out’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서울에서 비건으로 사는 삶을 기록햇으나 점차 독자들이 많아지자 베이킹이나 음식 레시피를 공유하게 되었고 온라인 샵을 여는 등 사업을 확장해갔다. 지금은 Marie Claire 등 여러 잡지사 에게도 소개되고 채식인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애정을 받고 있는 Plant를 돌아보자. 



Homepage: https://www.plantcafeseoul.com/

Instagram: @plantcafeseoul 

위치: 용산구 보광로 117 2층

운영시간: 월~목 11:00~21:00 금~토 11:00~21:00 일요일 휴무



※ 위의 콘텐츠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매거진 랑', 그리고 산하 에디터에게 전적으로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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