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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Dec 13. 2023

사회불안: 수줍음인가, 병인가?

사회불안 바로 알기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헉, 누구지?’


이건 극한의 I일까? 아니면 질환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람과의 관계를 불편해하곤 한다. 전화 받는 것을 불편해하고,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내성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때론 이런 증상도 ‘질병’이 되곤 한다. 그렇다면 그 경계는 어디일까? 이번 글에서는 사회불안이 나타나는 현상과, 그것이 어떤 경우에 질병인지, 또 어떤 경우에는 그저 성향인지 살펴보자.


사회불안은 과거에 사회공포증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즉, 특정한 사회적 상황이나 수행 상황에서 공포 또는 불안을 느끼는 것을 ‘사회불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사회불안에 해당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진단 기준을 살펴보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딱딱한 진단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모호하다. 진단 기준에서 벗어나 실제 사회불안이 사람들에게 어떤 현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자.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살펴볼 것이다.


생각

사회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에 집착하곤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돼”

“다른 사람들이 나를 판단할 거야”

“다른 사람들이 내가 불안하다는 걸 눈치챘을 거야”

“귀가 빨개진 걸 보고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가장 나쁜 일이 벌어지면 어쩌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두려워”


감정/신체 반응

사회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감정 또는 신체 반응을 느낀다.   

사람들과 교류할 때, 또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을 때 두려움 또는 불편함을 느낌

그 순간 다음과 같은 신체 반응이 동반됨: 얼굴이 빨개짐, 가슴이 쿵쾅거림, 몸이 떨림, 땀이 남, 속이 안 좋음, 어지러움, 현기증


행동

사회불안이 있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행동하곤 한다.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그들 앞에 나서는 상황일 회피함: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 모임에 참석하기, 대화를 시작하기, 데이트 하기, 직장 또는 학교에 가기

걱정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무마하려고 노력함: 미리 무엇이라고 말할지 생각해둠,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함, 조용히 이야기 함

사회적 교류가 있었던 상황을 곱씹고, 그 과정에서 ‘바보 같았어’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결점을 지적하곤 함.


아직 내가 사회불안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 예시를 살펴보자. 다음은 사회불안의 사례 보고(case report)로 한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 수지의 사회불안

"저는 스무살 때 대학에 진학했어요. 전 항상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죠. 강의도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그룹 세미나였어요. 이상하게도 저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면 미칠 것만 같았죠. 불안이 커지자 저는 그냥 그룹 세미나 수업에 참석하지 않게 되었어요. 모범생이었던 저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제가 이 문제로 인지치료사를 찾아갔을 때 선생님은 제게 그 상황을 묘사해보라고 했어요. 당시엔 제가 남들에게 무언가를 발표해야 할 차례였어요. 저는 그 발표를 위해서 정확히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썼죠. 그런데 말을 하는 동안, 저는 제가 웅얼거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요. 정말 바보 같았죠. 사람들이 저를 소심하고 무능한 학생이라고 생각할 것만 같았어요. 저는 불안했고, 얼굴이 뜨거워졌고, 등허리에선 땀이 흘러내렸어요. 대본을 든 손과 제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어요. 손이 떨리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이 이를 알아차릴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손을 단상 아래로 숨겨버렸죠.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걸 숨기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냥 아예 눈을 피해버렸죠. 저는 그들을 쳐다보지 않고 그냥 대본에 적힌 내용만 무의미하게 읽고 황급히 발표를 끝냈어요. 발표가 끝난 뒤, 저는 수업이 마치기 전 황급히 교실을 떠났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했나 생각했어요. 그게 제 마지막 발표였어요. 저는 아직도 발표 수업을 끝마치지 않았답니다."


이 내용을 읽어보면 사회불안이 단순히 수줍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했을 것이다. 사회불안을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은 ‘그것이 너무 과도하여 스스로에게 상당한 고통을 불러일으키거나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는가’다. 만약 수줍음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너무도 커져서, 내가 일상 속에서 사회활동, 학업, 또는 업무 등을 원활히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땐 사회불안으로 진단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약물 복용 또는 인지행동치료를 이용해보는 것이 좋다. 약물 복용은 당장의 증상을 완화시켜줄 것이고, 인지행동치료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불안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수줍음 때문에 삶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사회불안을 의심하고 해결책을 찾아나서보자. 나는 극한의 I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social-anx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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