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말해 보자, 다이다이

죽으라는 뜻은 아니고요.

by 와리

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은 태국어는 사왓디캅도 아니고 컵쿤캅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외국인한테 사왓디캅이라고 인사해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면 헬로, 왓 캔 아이 두 포 유라고 묻고, 영어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면 그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기다린다. 그것만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쪽이 아주 서툴게나마 태국어를 할 줄 안다는 티를 내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신원 확인인 "너 어디에서 왔니?"가 나오고 태국어로 대답하면 "너 태국어 어디에서 배웠어? 잘한다."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기본 인사치레에서 벗어나 내가 가장 많이 들은 태국어는 바로 ‘다이다이’, 그리고 ‘마이 뺀 라이.’다.


이 말은 대개 내가 묻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많이 나온다. 식당에서는 “저기, 여기 앉아도 될까요?”, “화장실 좀 써도 될까요?”, “여기에서 꼬꼬마 이유식을 좀 먹여도 될까요?” 숙소에서는 “혹시 여기에서 밥 먹어도 돼요?”, “여기 앉아서 놀아도 될까요?”, “혹시 있으면 접시나 포크를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던질 때다. 뭘 물어보냐는 식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벌써 손은 내가 부탁한 것을 향해 나가고 있다. 의자를 향해, 식탁을 향해 손짓하고 화장실 방향을 알려 준다. 거기에 더해 아니 그럼 이건 필요 없어? 이유식은 데워서 가져다줄까? 몇 개나 갖다 줄까? 얼마든지 괜찮으니 편하게 해, 언제든지 또 부탁해도 돼, 같은 말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이 뺀 라이.” (괜찮아, 괜찮아.)

아이가 물을 엎고, 밥을 흘리고, 너무 크게 깔깔거리고 웃고, 갑자기 신이 나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가게 한복판에서 불쑥 춤을 추기 시작할 때. 서둘러 물을 닦고, 식탁 밑에 기어 들어가 밥풀을 줍고, 아이를 조용히 시키고, 사람들한테 방해가 안 되도록 아이를 내 옆으로 서둘러 끌어오고 내가 대신 가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사과를 할 때, 이렇게까지 신세를 지는 게 맞나 싶어 몸 둘 바를 모르고, 너무 폐가 되는 것 같아 사양하려고 하고, 갑작스러운 친절과 호의에 감동하고 놀라서 우와하고 있던 때에 항상 들려왔던 그 말.


괜찮아, 괜찮아. 그러면 좀 어때. 치우면 되지. 아직 아이인데 어때. 웃는 소리가 이쁘기만 한 걸. 우와 너 춤 잘 춘다. 응 받아도 돼. 내가 좋아서 주는 거야. 네가 기쁘다면 그걸로 됐어. 별일도 아닌데 뭐. 나도 재미있는 걸. 괜찮아, 괜찮아. 아이 키우는 게 그렇지 뭐. 사람 사는 게 그렇지 뭐.

다이다이. 해도 돼, 해도 돼. 할 수 있어. 못 할 이유가 뭐야. 할 수 있지. 마이 뺀 라이, 마이 뺀 라이, 괜찮아, 괜찮아.

마치 마법의 주문 같은.

치앙마이에서 하루에 몇 번이나 들을 수 있는 그 말.


(덧붙임. 특정 국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태국 사람의 이런 관대함도 그 빛을 잃고 만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 곳은 관광객의 국적에 따라 그 장소의 분위기마저 달라지는 듯싶다. 그리고 태국 사람들의 이런 관대함과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자기 이득을 챙기려는 이들도 있다. 그 쪼잔한 사람들이 사소한 이득을 바득바득 챙기며 온통 주위에 폐를 끼치는 바람에 태국이 관광 피로에 물들어 내가 사랑하는 이 분위기가 점차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면 슬프면서도 화가 난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예의를 갖추기만 한다면 여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태국의 공기 중에 너울너울 떠도는 너그럽고 따뜻하고 인정 많은 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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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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