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과 얼음!!!
자동차에 올라타려면 꽤나 힘을 들여야 했던 초등학생 시절, 나의 할아버지는 늘 종이컵에 든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좋아하셨다. 한 모금 마신 뒤 흡족해하던 당신의 모습에 나는 커피라는 것의 맛이 궁금해졌다.
“할아버지, 나 한 모금만, 아니 아주 쬐끔만 먹어볼래요!”
“그려, 함 먹어봐. 허허”
종이컵을 두 손에 가득 꼭 쥐고서 혀끝으로 살짝 맛을 보았는데. 에퉤퉤퉤!! 그때의 커피는 나에게 ’에퉤퉤퉤 음료‘로 남게 되었다.
고3이 되던 해에, 나는 그 ‘에퉤퉤퉤 커피’가 없으면 안 되게 되었다. 학교 복도 끝의 테라스에 있던 청록색의 자판기에서 뽑아먹는 500원짜리 ‘레쓰비’ 캔커피는 유행처럼 수험생의 단골 음료로 퍼져 있었다. 물론 커피를 자주 먹는 걸 싫어했던 부모님 몰래, 아주 많이 마셨었다.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 쉬는 시간에 한 캔, 야자(야간 자율학습) 시작 전 한 캔. 나는 그렇게 하루 두 캔의 커피를 마셨다. 마시다보면 눅진하고 무거운 달콤함이 흘러들어왔다. 그 눅진한 달콤함이 나의 수험생활을 견디게 해주던 동력 중 하나였다.
성인이 되고, 카페에서 한두 잔씩 아메리카노를 사먹으면서 나의 커피 생활은 ‘얼음’과 함께였다.
얼음이 담기는 커피 메뉴를 시키다보면 가게마다 담기는 얼음의 형태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얼음의 모양부터 얼음의 녹는 시간까지. 어떤 얼음은 각진 모서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어떤 얼음은 동글동글한 모서리에 깊게 파인 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각자의 특색을 뽐낸 얼음을 함께 마시다보면 입에 닿는 감촉이 달라지며 음료의 맛을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면 종종 남는 얼음이 아까울 때가 많다. 남는 얼음들이 서운할까봐 아작아작 씹어먹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다 볼이 너무 시려울 때 쯤에 얼음 먹기를 그만두곤 한다. 테이크아웃한 커피라면 집에 가지고 왔을 때 남는 얼음은, 그 위에 다시 보리차를 담아 마신다. 그렇게 되면 한여름 땀방울을 식혀줄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이 더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맺음말 : 할아버지, 당신께서 잠들어 계신 곳에, 종이컵에 믹스커피 가득담아 올린 올 한해의 명절이었음을 다시 떠올립니다. 오랜만에 찾아뵈어 올리는 커피임에도 여전히 입맛에 맞으셨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 다정했던 당신께 이 글을 올리며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