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16장. LNK 내부

by 대성림

16장. LNK 내부


건물은 도심 외곽에 있었다. 주변에는 창고와 도로뿐이었다. 사람이 머물 이유는 없었다.

겉모습은 물류센터였다. 회색 외벽과 작은 출입문, 낮은 간판.


LNK Logistics.

그렇게만 적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졌다. 복도는 지나치게 흰색이었다. 먼지도 보이지 않았다.

조명은 일정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늘 같은 밝기였다.


발소리는 작았고 대신 키보드 소리가 일정하게 이어졌다.

탁. 탁. 탁.


한 층 전체가 모니터였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틈이 없었다.

각기 다른 화면에 채팅 기록과 게임 로그, 배팅 패턴이 흘렀다. 심박 그래프와 수면 시간, 위치 이동 기록이 겹쳐졌다.


한 화면에 한 사람.

모두 청소년이었다.


이름은 없고 코드만 있었다.

LN-4472
LN-9031
LN-1120

숫자가 사람을 대신했다.


중앙 책상에 남자가 앉아 있었다. 정장을 입었지만 넥타이는 없었다.

왼쪽 손목에 희미한 실리콘 팔찌 자국이 남아 있었다. 살보다 조금 더 옅은 색이었다. 오래된 자리였다.


그는 화면을 넘기며 말했다.

“이탈률.”


옆 사람이 답했다.

“최근 한 달, 열두 퍼센트 증가. 소형 식당. 쉼터. 비공식 네트워크.”


남자는 말이 없었다.


“이유.”


“정서 안정. 관계 회복. 종교성 개입 가능성.”


잠깐 침묵.

그의 시선이 화면에서 벗어났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손목 위를 스쳤다가 다시 모니터로 돌아왔다.


“패턴 분석. 차단 준비.”


다른 화면이 켜졌다.


ARENA-X 2.0

MindLoop
DreamBridge

빛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과거 기록은 늘 그렇게 사라졌다.


“접속 구조 바꿔. 직접 말고 추천 기반. 관계형 유입.”

“보호자 차단은?”

“AI 상담으로 처리 중입니다. 공감 알고리즘 업데이트 완료.”


남자가 말했다.

“핵심은 고립.”


잠깐 멈췄다.

“혼자 남게 만들 것.”


그는 다시 손목을 만졌다. 습관 같은 동작이었다.


“붙잡아봐야, 다 무너진다.”

설명이 아니었다. 이미 겪어본 사람의 말투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리듬처럼.


모니터 한쪽이 확대됐다.

사진 하나. 숨결 식당.

비 오는 날이었다.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남자의 눈이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


“여기 계속 문제.”

“접근 기록 있습니다. 한 번 실패. 재시도 준비 중.”


남자가 말했다.

“이번엔 사람부터 흔들어. 관계부터 깨. 믿음부터 무너뜨려.”

“스스로 나오게 만들어.”


회의는 십 분 만에 끝났다. 질문도 토론도 없었다. 결정만 남았다.


밖으로 나오자 건물은 다시 물류센터였다. 트럭이 오가고 짐이 오르내렸다.

운전자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경비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 안에서 무엇이 지워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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