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장. 선택
18장. 선택
비가 다시 시작된 밤이었다.
굵은 빗방울이 간판을 두드렸다.
탁. 탁.
유리가 얇게 떨렸다.
식당 안에는 둘 뿐이었다.
남자는 먼저 나갔고, 문을 닫으며 말했다.
“너희 둘, 천천히 와.”
불은 절반만 켜져 있었다. 주방 쪽만 밝았다.
테이블 끝에는 컵 하나가 남아 있었고, 김은 사라진 채 미지근한 온기만 남아 있었다.
준서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비가 유리에 부딪혀 흘렀다. 줄이 갈라졌다가 다시 붙었다.
“집 안 가?”
고개를 저었다.
“좀… 더 있다가요.”
말끝이 흐려졌다.
로운은 맞은편에 앉았다. 의자를 끌지 않았다.
소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잠깐 말이 없었다. 빗소리만 식당 안을 채웠다.
“형.”
준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여기 계속 있어도 돼요?”
질문이었지만, 매달림에 가까웠다.
“왜 안 돼.”
준서는 고개를 숙였다.
“걔들이… 내가 계속 여기 오면.”
“형도 힘들어진대요.”
“형 인생 망친다고.”
숨이 짧아졌다.
로운은 먼저 숨을 내쉬었다.
후—
“너, 나 믿어?”
준서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눈이 흔들렸다.
잠깐 뒤,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 말도 한 번 믿어봐.”
컵 위 식은 물에 얇은 파문이 남아 있었다.
“지금 흔들리는 건 네가 약해서가 아니야.”
“혼자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야.”
비는 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예전엔 아무도 안 붙잡았지.”
“그래서 아무 데나 끌려갔어.”
“지금은 네 옆에 사람이 있어.”
“그래서 더 세게 흔드는 거야.”
사람은 붙잡히는 순간, 비로소 흔들린다.
준서가 낮게 물었다.
“그럼… 어쩌죠.”
로운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손바닥을 펼쳤다.
“같이 버티자.”
“내가 대신 고를 순 없어.”
“근데 혼자 두진 않을게.”
준서는 그 손을 바라봤다. 손끝이 잠깐 멈췄다.
로운은 손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한 번만 같이 해보자.”
“뭐를요.”
“숨.”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었다.
처음엔 어긋났고, 두 번째에 조금 맞았고, 세 번째에 리듬이 붙었다.
준서의 어깨가 내려왔다. 턱의 힘이 풀렸다.
눈동자가 덜 흔들렸다.
“형… 이상해요.”
“뭐가.”
“조금… 안 무서워요.”
로운은 말하지 않았다.
그날, 준서는 집에 가지 않았다.
식당 옆 작은 방에서 잤다.
잠들기 전, 작게 말했다.
“내일도 와도 되죠.”
“당연하지.”
그날 밤,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에 적었다.
오늘, 선택은 설명이 아니라 함께 남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