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17장. 균열

by 대성림

17장. 균열


처음 이상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작았다.

준서가 늦은 날이었다.

보통은 문 열기 전부터 와 있었다. 문 앞에서 기다리다 먼저 빗자루를 들던 아이였다.
그날은 점심이 다 돼서야 나타났다.


모자를 깊게 눌러썼고, 눈을 들지 않았다.


“늦었네.”

고개만 끄덕였다.


“몸 안 좋아?”


“아니요.”

말은 짧았다. 끝이 닳아 있었다.


로운은 더 묻지 않았다. 국을 하나 더 떠서 내놓았다.

“먹고 해.”


준서는 말없이 먹었다. 숟가락이 그릇에 자꾸 부딪혔다.

탁. 탁.

손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며칠 뒤, 실수가 이어졌다.
주문을 잘못 받고, 반찬을 빼먹고, 계산을 한 번 틀렸다.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괜찮아. 천천히 해.”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눈 밑이 어두웠고, 잠이 모자란 사람처럼 보였다.


그날 밤이었다.


가게 문을 닫고 나오는데 준서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비는 오지 않았는데 옷이 젖은 것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안 가?”

대답이 없었다.


한참 뒤.

“형.”

그리고 멈췄다.

“왜.”

“아니에요.”

고개를 더 숙였다.


그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한때의 자신과 닮아 있었다.


“무슨 일 있어.”

이번엔 물음이 아니었다.


준서의 입술이 조금 떨렸다.

“요즘… 연락이 와요.”


로운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


“어디서.”


“모르는 번호요.”

잠깐 숨을 삼켰다.

“제가 했던 얘기들… 다 알아요.”
“게임 기록도.”
“병원 간 것도.”
“형 만난 것도.”


공기가 가라앉았다.

보이지 않는 것은 소리 없이 스며든다.


“뭐래.”


“처음엔 상담이라고 했어요.”
“힘들면 도와준다고.”
“돈도 벌 수 있고….”

로운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후—


“지금도 와?”


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는… 형이랑 너무 붙어 있으면.”
“다시 망가질 수 있다고.”

잠깐 멈췄다.

“형도 결국… 다시 무너질 거라고.”


말은 정확했다. 사람을 찌르는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준서의 손이 주머니 안에서 움켜쥐어졌다.

“저… 맞는 말 같기도 해서요.”


그 순간, 로운은 알았다.
균열은 밖에서 밀어 넣는 게 아니라, 안에서 스스로 벌어진다는 것을.


밤이었다.

방 안 불을 켜지 않았다. 바닥에 앉았다.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그래도 마음은 쉽게 내려오지 않았다.


예전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직 멀었어.
넌 못 바뀌어.
다시 돌아가.

그 소리를 그는 오래 들었고, 오래 믿었다.


패드를 켰다.

『보이지 않는 길의 기록』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견디려 할 때, 균열은 조용히 자란다.

로운은 그 문장을 오래 보았다.


후—

숨이 조금 아래로 내려갔다.


패드를 닫지 않았다. 문자창을 열었다.
준서에게, 짧게.

“지금 어디야.”

전송 표시가 떴다.


그는 기다리지 않았다. 겉옷을 집어 들었다.
문을 열었다.

골목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차가웠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숨을 한 번 더 내쉬고, 걸었다.

이전 17화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