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밤의 문
21장. 밤의 문
비는 밤늦게부터 거세졌다. 가로등 불빛이 빗줄기에 잘려 흔들렸고, 골목은 비어 있었다.
식당 문을 닫은 뒤였다. 남자는 가스 밸브를 잠갔다. 짧은 금속 소리가 났다.
로운은 테이블을 끝까지 밀어 닦고 있었다. 준서는 안쪽 방에서 자고 있었다. 숨이 깊고 고르게 이어졌다.
그때였다.
쿵. 문이 울렸다.
유리창이 얇게 떨렸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다시 한번 쿵, 경첩이 삐걱였다.
천장 위에서 낮은 회전음이 스쳤다.
웅—
작은 정찰 드론 하나가 처마 아래를 스치듯 날았다. 렌즈가 문과 창을 훑고 지나갔다.
남자의 눈빛이 굳었다.
“정찰이다.”
밖에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열어.”
낮고 거친 소리였다. 여럿이었다.
로운의 심장이 한 박자 빨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머리가 먼저 하얘졌을 것이다.
지금은 숨이 먼저 나왔다.
후—
등이 펴졌고 발바닥이 바닥에 붙었다.
“뒤로. 준서부터.”
로운은 방으로 들어갔다. 준서를 깨웠다.
“조용히. 숨.”
준서의 눈이 커졌다.
“형….”
“나 따라.”
후—
둘은 같이 내쉬었다. 들이마셨다. 짧고 깊게.
그 사이, 문이 버티지 못하고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유리가 산산이 흩어졌다.
세 명이었다. 검은 후드와 마스크.
손목에는 얇은 전도성 밴드가 감겨 있었다.
한 명이 바닥에 원형 장치를 굴렸다.
툭.
장치가 펼쳐지며 반투명 전자 장막이 번졌다.
공기가 일그러지듯 흔들렸다. 시야가 왜곡됐다.
남자가 낮게 말했다.
“흡입 조심. 눈 낮춰.”
로운은 즉시 내쉬었다.
폐를 비우고 코로 짧게 들이마셨다.
훈련은 생각보다 먼저 나왔다.
첫 번째 남자가 전도 밴드를 휘둘렀다.
아크가 튀며 허공이 갈라졌다.
남자는 한 발 옆으로 옮겼다.
힘의 선을 비껴냈다.
툭.
손목이 비틀렸다. 전류가 바닥으로 흘렀다.
몸이 균형을 잃고 무너졌다.
두 번째가 장막을 확대하려는 순간, 남자가 의자를 밀어 넣었다.
장치가 벽에 부딪혀 방향을 잃었다.
공기가 한쪽으로 쏠렸다.
세 번째가 로운에게 달려들었다. 밴드가 번쩍였다.
“형!”
준서의 목소리가 터졌다.
로운은 중심을 낮췄다.
숨을 내쉬었다.
후—
밀려오는 힘을 옆으로 흘렸다.
손목이 닿았다. 차가운 합성 섬유 감촉.
힘의 각도가 틀어졌다.
쿵.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밖에서 또 다른 드론이 낮게 선회했다.
빨간 점이 벽을 스쳤다.
이미 위치는 공유된 상태였다.
멀리서 사이렌이 들렸다.
작았다가, 점점 커졌다.
세 남자의 눈빛이 바뀌었다.
“철수.”
늦었다.
파란 불빛이 골목 끝에 번지고 있었다.
남자는 숨을 고르고 섰다.
로운도 숨을 정리했다.
후—
안개가 천천히 빠져나갔다.
준서는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처음으로, 자기가 자기를 지킨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