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모비 딕』
스타벅 : 에이해브 선장님, 나는 모비 딕의 비뚤어진 아가리건 죽음의 아가리건 겁내지 않을 겁니다. 그게 우리가 하는 고래잡이 일에 정당한 것이라면 말이죠. 하지만 저는 고래를 잡으러 왔지 선장님 복수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만약 복수에 성공해도 그놈한테서 고래기름 몇 통이나 얻을 수 있을까요? (…) 녀석은 눈먼 본능에 따라 선장님을 공격했을 뿐인데, 이건 미친 짓입니다! 어리석은 동물에게 원한을 품다니, 선장님, 신을 모독하는 일입니다!
에이해브 : 그놈 너머에 아무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하지만 녀석이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괴롭히는 것만으로 충분해. 나는 녀석에게서 잔인무도한 힘뿐만 아니라 그 힘을 북돋우는 가늠할 수 없는 악의도 본다네. 그 가늠할 수 없는 존재야말로 내가 가장 증오하는 것이지. 모비 딕이 그 대리인이건 본체이건, 내 증오를 놈에게 쏟아부을 거야. 자네, 신성모독이니 하는 말 따위는 집어치워. 태양이 날 모독한다면 태양이라도 공격할 거니까.”
스타벅 : 늙은 선장님, 당신은 절대, 절대 그놈을 잡지 못할 겁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이 일을 그만둡시다. 악마의 광기보다 더 나쁜 일입니다. 이틀 동안 추격했고, 보트가 두 번 산산조각 났고, 선장님의 다리마저 또 부러졌습니다. (…) 이 이상 뭘 더 원합니까? 이 흉악한 고래가 우리를 마지막 한 사람까지 쓸어가 버릴 때까지 계속 추적할 겁니까? 그놈에게 바다 밑바닥까지 끌려가야 합니까? 그놈에게 지옥에까지 끌려가야 합니까?
에이해브 : 이보게, 에이해브는 영원히 에이해브야. 이 모든 건 이미 정해져 있고 바뀔 수 없는 장면(Act)이라네. 이 바다가 물결치기 10억 년 전에 이미 자네와 나는 리허설을 마쳤어. 바보 같으니! 나는 운명의 부하야. 나는 그저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 이봐, 너희들도 그 부하야. 내 명령에 복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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