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07:39

해피 30!

by 한운후


PM 07:39


"이 수면제 광고는 늘 감은 눈들만 보여주는 것 같던데."

무현은 몇 분 전부터 슬라이딩 도어 유리에 반복해서 재생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눈꺼풀 위에 올려진 이 작은 꽃은 뭔지 궁금하네요."

아희는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홍채가 있을 자리에 작고 파란 꽃이 피어있었다. 피어나고, 바람에 잎이 휘고, 다시 펼치는 꽃. 그녀는 눈을 감고도 광고의 내용을 처음부터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술이 노랗고, 꽃부리가 파란색이면, 물망초?" 그녀가 말했다.

"아, 물망초."

무현이 광고판에 한 발 다가갔다. "생각해 보니 꽃부리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드물었어요. 마지막이 언제였을까."

그의 체중은 전보다 심하게 한 쪽으로 쏠려있었다.

"꽃잎들을 뜻할 거예요, 아마도. 저도 예전에 누가 말하던 걸 들었어요."

그녀는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시커먼 철로로 시선을 돌렸다. 불길하고, 희미한 기대로 가득 찬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흐물흐물한 신발 속에서 발가락들을 오므렸다. 축축한 신발 안쪽은 그녀의 몸에서 가장 따듯한 곳이었다.

그는 갑자기 인상을 사납게 찌푸리더니, 재빠르게 반대쪽 손으로 가방을 바꿔 들었다. 통증의 여운이 전보다 길어진 듯 다시 눈을 뜨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두 손을 외투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엄마에게 기대어 서있던 남자아이가 무현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발견하고 흰 셔츠 앞섬 주머니를 더듬었다.

"오늘 이 방울들을 사려고 일을 조금 일찍 마쳤어요."

무현은 검지와 중지로 가슴팍의 주머니를 헤집어 방울 하나를 꺼냈고, 아이가 보란 듯 흔들었다. 아이를 제외한, 열차를 기다리는 누구도 딸랑이는 소리에 고갤 돌리지 않았다.

"문구점 주인아저씨가 처음에 저를 무슨 미친 사람이나 범죄자처럼 쳐다봤어요. 아무리 돈을 충분히 지불하겠다 말씀을 드려도 자꾸 어디서 왔냐 묻더라고요."

오그라진 그의 손 끝에 있는 작은 놋쇠 조각에서 깨끗한 소리들이 지치지도 않고 튀어나왔다.

"그래서 아저씨한테 가방 안에 있던 업무용 노트북도, 제 손목시계도 풀어드렸더니 그제야 방울들을 다 가져가게 해 주셨어요. 어차피 요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트리에 방울보다 LED 전구 걸치는 걸 더 선호한다면서."

남자아이는 엄마에게 한 걸음 떨어져 꼿꼿이 서있었다. 찰나의 시간 동안 무현과 모종의 유대를 쌓은 듯이 생글거렸다.

그가 아희를 돌아보았다.

"들리죠?"

아희는 동의하듯 생긋 웃었고, 안전문 유리에 푸르스름한 색으로 비친 스스로를 바라봤다. 여행 하나를 끝내고, 먼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내키지 않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열차가 안 오네요. 평소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아희는 그가 문구점에서 산 방울에 대해 말을 이어가려 그를 올려다봤지만, 한 단어도 꺼내지 못한 채 입만 움찔거렸다. 어깨를 부르르 떨면서 이빨에 금이 갈 것처럼 턱에 힘을 준 그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가 목덜미와 어깨를 움직이자 등에서 작은 산들이 솟아나듯 외투에 울퉁불퉁한 능선이 나타났다.

"그러게 말입니다. 차라리 아예 안 왔으면 좋겠어요." 무현이 동조하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안 왔으면 좋겠어요.'

아희는 캄캄한 터널에서 사라지는 철로의 한쪽 끝을 바라봤다. 열차는 보이지 않았고, 아직 어디로든 떠나버릴 무수한 선택들이 존재했다. 그녀는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이 불쑥 끄집어내는 기억들을 애써 덮으려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자신만의 상상들, 힘의 원천들이 서서히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래져 갔다. 유치한 열망들이 화려한 깃털들을 잃어갔다. 땅이 울리고, 열차가 도착하고, 레일에 선홍빛 불꽃이 튀기면 그녀는 이제까지 모든 어른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출입문 안으로 발을 디뎌야만 했다.

행진곡에나 어울릴만한 당당한 나팔 소리가 쭉 뻗은 승강장을 따라 울려 퍼졌다. 밝은 안전등이 켜졌고, 아희는 입술을 깨물며 노란색 화살표를 밟고 섰다. 옆으로 순식간에 지나치는 창문 속 수많은 승객의 얼굴들이 마치 길고 두꺼운 하나의 검은 선으로 보였다.

문틈이 벌어지는 동시에 실내 공기가 강하게 빠져나갔다. 비리고 후덥지근한 바람에 불구하고, 아희는 냉랭한 수조 앞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내리는 승객들 건너에서 꿋꿋이 바람을 맞고 있는 무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한쪽 바지단이 거의 텅 빈 것처럼 말려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양 어깨를 맞댄 승객들은 하나의 몸인 듯 열차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거렸다. 아무도 혼자서 다른 방향으로 기울거나 가만히 있지 않았고, 대부분 눈을 감고 있었다. 진녹색 교복의 여학생들이 문에 기대어 다른 사람들보다 몸을 더욱 심하게 뒤흔드는 주정뱅이을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윤이 흐르는 칠흑빛 머리칼의 할아버지는 여학생들 머리 위에 있는 위치 전광판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희는 파란 플라스틱 손잡이를 잡고 손등에 이마를 가져다 댔다. 검은 유리에 비친 무현의 얼굴을 찾으려 했다. 보이지 않는 파도가 10초에 두세 번은 허리를 밀쳐오는 것 같았고, 서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우뚝 솟은 그의 머리만 계속 보이지 않았다. 열차가 크게 흔들리자 그의 가방에서 시끄러운 방울 소리가 한 번 새어났다. 몸을 부딪힌 사람들은 조용히 서로에게 고갤 숙여 사과한 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녀는 손잡이를 단단히 붙잡았고, 유리창에 드러났다 숨어드는 무현을 찾으려 했다.

"계속 쳐다만 보네요."

유리창에 그의 웃는 입모양이 비쳤다. 아희는 옆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기운 어깨, 굽은 등허리, 물방울 맺힌 잎들처럼 생긴 머리카락들이 버드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가 기억하기에 그 나무는 온갖 종류의 초록을 아래로 쏟아내기도 하고, 위로 추켜올리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가 물었다. "이름 알려줄 수 있어요?"

아희는 가방 틈새로 드러난 금색의 둥근 광택들을 내려다보았다. 꿈속의 그 남자가 낯설지 않았다.

"제 이름은 왜 알고 싶어요?"

무현이 성가셨던 고통이 말끔히 사라진 듯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 미소를 지었다.

"잊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의 어깨가 축 쳐졌을 때 가방에서 마치 집채만 한 얼음에 금이 가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갔다. 금세 놋쇠 방울의 부드러운 떨림으로 가득 찬 객실은 가방 속과 다르지 않은 듯했다. 몇몇 사람들도 눈을 뜨고, 고갤 움직여가며 확연히 밝아진 분위기를 살피기 시작했다. 짐칸, 좌석 아래, 사람들의 신발 사이, 깊이 가려진 먼지투성이 구석까지 생기가 돌아다니는 듯했다.

"이상한 이유네요."

"이름이 뭐예요?"

금색 방울 하나가 아희의 코 앞에서 반짝였다. 방울의 작은 떨림은 조금 전처럼 보잘것없지 않았다. 누군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소릴 지르는 듯 시끄러웠다. 그녀는 방울을 든 손에 가려진 무현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광대뼈 아래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넘기고, 그와 눈을 맞추고 싶었다.


"아희예요. 이아희."


그 순간, 눈앞에 있던 금색 방울이 순식간에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몇 번 튕겨 오르다 비어있는 젖은 가죽 신발 옆에서 금세 소리 죽었고, 끝 부분에 매달린 빨간 리본만 흔들거렸다. 눈은 시리고, 귀는 먹먹했다. 아희는 의심했다. 방금 그 대화가 존재했던 일인지, 얼굴의 피부가 늘어나고, 근육이 정말로 움츠러들었던 것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대뜸 허공에 팔을 뻗었고, 거기서 천천히 저었다. 그의 이마와 젖은 머리카락이 있던 곳을 지나는 손가락에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바닥에 입을 크게 벌린 검은 가죽 가방에서 금색 방울들이 멈추지 않고 쏟아져 나왔다. 햇빛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소리 같았고, 모습은 큰 항아리에서 물이 쏟아지는 듯했다. 일어선 채로 깊은 꿈에 빠져있던 수 십 명의 승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동그랗게 눈을 떴다. 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마치 쥐 나 바퀴벌레, 혹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을 발견한 것처럼 두 팔과 다리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치마 끝이 말려 올라가고, 축축한 구두끈들은 아래로 축 늘어졌다.

몸을 새우같이 만 사람들의 등에서 두둑 거리는 명쾌한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등뼈가 늘어나는 소리, 아니면 코트의 재봉선이 찢어지는 소리였을 수도 있었다. 그들이 긴 하루동안 매캐한 상자 같은 사무실 속에서 쌓인 피로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흥분과 고통 사이에서 정체가 의심스러운 감정이 목덜미에서 꿈틀거린 듯 사람들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그들은 일상에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전기적인 자극에 몸서리를 쳤고, 피하는 건 그 순간에 꿈도 꿀 수 없는 선택이었다. 노약자석에서 각각 다리 사이에 등산용 가방을 끼고 있던 세 명의 나이 든 아저씨들은 바닥에 흐르는 금색 방울들을 발견하고는 술에서 덜 깬 것처럼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그들은 고개를 홱홱 돌려가며 서로의 충혈된 눈을 확인하고는, 더 맑게 정신을 차리려는 듯 흙바닥 같은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그러더니 셋 모두 바람개비 모양 환기구가 달린 천장의 에어컨을 바라보며 목젖을 훤히 드러내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혹여나 실내가 조금 더 건조했다면 입술을 찢고 피를 흘릴 정도로 커다란 웃음이었다.

옆칸 열차에 있던 탑승객들은 통로 너머의 사람들을 미친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바닥을 뒤덮는 금색 광휘를 발견한 이후, 한 명씩 이성의 올가미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들 역시 수치스러움을 감추지 못해 눈을 굴려가며 여전히 허리를 핀 채 당당히 서있는 사람들의 수를 셌다. 그다음, 방울 소리에 주눅이 든 사람들이 절반 이상이란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겨우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적갈색 모직 코트를 입고 있던 중년 여성이 허릴 숙여 바닥에서 꿀벌 한 마리처럼 진동하던 방울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녀는 방울을 코 바로 앞까지 가져오더니 손으로 자신의 왼쪽 허벅지를 개울물에 빨래하듯 마구 철썩이며 호탕한 비명을 질러댔다. 금색 방울은 곧 여성의 손에서 열차의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정도로 더 크게, 더 두껍게 진동했다. 아희를 포함한 열차의 모두가 맹수처럼 표호 하는 방울을 목격할 수 있었다. 바닥을 전부 뒤덮은 금빛 방울들도 마찬가지로 날개를 흔드는 벌떼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순간에 똑같은 세기의 떨림이었다. 균일한 간격을 둔 공명의 파도가 일었고, 그건 바깥의 터널 소음과 엮이고 섞이며 에밀레종처럼 무겁고 미끈한 소리로 변해갔다. 길고 힘없던 공간을 요술 풍선처럼 비틀었고, 어쩔 땐 연필처럼 똑 부러뜨려 좁다란 통로에 흩어지기도 했다.

아희는 잠깐이라도 단단한 땅을 밟고 싶었다. 하지만 이토록 광적인 난리 속에서 그건 손 닿을 수 없이 원대하고, 허황된 꿈이었다. 아무도 그 소리가 모든 승객들을 어디서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었다. 열차가 굽은 철로에 들어서면서 왼쪽 사람들의 엉덩이가 좌석에서 살짝 떠올랐고, 황금색 파도는 오른쪽으로 쓸려갔다. 그러자 대낮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소행성 소리에 놀란 아기들처럼, 승객들은 연신 순수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희는 균형을 잡기 위해 손잡이에 매달렸다. 그때 바로 앞에 앉아있던 작은 키의 아주머니가 엉덩이를 뒤로 빼며 일어섰고, 할 말이 있다는 듯 턱을 삐죽 내밀었다. 구정물을 뒤집어쓴 광대처럼 사악한 미소를 걸친 그녀가 부풀어 오른 빨간 입술을 아희의 얼굴 앞에서 꿈틀거렸다.


"저기... 아가씨? 괜찮아요?"


아희는 눈을 떴다. 발 주위는 온통 굴러다니는 작고 동그란 방울들로 가득했다. 살이 온갖 방향으로 삐져나온 노란 싸리 빗자루가 아희의 발 앞을 스쳤다. 방울들이 이리저리 치이며 동전 몇 개가 빈 깡통 속에서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네?"

"증발자 신고를 하는 중이에요. 많이 놀랐겠다. 그것도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이.”

아주머니는 거의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바닥에 널린 방울을 피해서 아희의 곁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미간에 가느다란 주름들이 잡혀 있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남자친구였어요?”

아희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천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모든 문이 열려 있었고, 바깥 승강장에서 수많은 승객들이 열차에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한 명도 빠짐 없이 모두가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허릴 굽힌 남색 조끼의 청소부가 바닥에 남은 마지막 대여섯 개의 금색 방울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뻗었다. 그가 엉거주춤 자세를 낮출 때마다 옆구리에 껴있던 남성용 양복과 구두 한 켤레, 그리고 흐물거리는 가죽 가방의 끈이 잇따라 흔들거렸다. 초라하고 탁한 방울 소리가 플라스틱 쓰레받기 안에서 끝을 맞았다. 아희는 숨이 거칠어지는 걸 진정시키려 두 손으로 입을 덮었다. 공기중에 날카로운 석고 입자가 섞여있는 듯 목구멍이 뒤틀렸다. 서있을 힘조차 발바닥 아래로 줄줄 세어나가는 기분이었다. 온통 땅만 바라보는 어른들밖에 없는 공간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침묵으로 다시 차올랐다.

바깥에서 마스크를 턱에 걸친 흰 옷의 요원들과 역무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청소부가 증발자의 소지품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그들은 들뜬 아이들처럼 몰려들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직원들은 허무맹랑한 말을 들은 것처럼 서로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고, 잠시 뒤 배에 손을 올린 채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코까지 덮은 한 남성 요원이 날름 가방 안에서 금색 방울 하나를 꺼내어 귀 옆에서 마구 흔들었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듯 고갤 흔들고는 도로 가방 안으로 던졌다.

칼날 같은 문이 닫히고, 차가운 기계의 소음이 실내로 스며들었다. 열차는 거인의 식도를 타고 더 깊은 어둠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희는 검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이 홀로 주변의 승객들과 주먹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몸을 밀착하고 있는 걸 보았다. 그 모습은 꼭 유연한 다리들을 움직이는 지네처럼 생존에 대한 욕구로 뭉친 하나의 몸뚱이 같았다. 그건 서로를 돕고, 동시에 할퀼 수 있는 손을 한 짝씩 갖고 있었다. 서로와 다시 만날 일이 없고, 또 언제라도 함께 시작할 사람들이었다.

"짜잔."

어디선가 딸랑이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생동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삐걱이는 지하철 차체 소음과 위협적 침묵 속에서 아희는 그것에 손톱 크기의 싸구려 방울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았다.

"쉿, 그만하라고 말했지."

엄마의 팔에 머리를 기댄 남자아이가 방울 하나를 허공에 들어 요리조리 흔들고 있었다. 아이는 방울을 올려도 보고, 귀 옆에서 막 채집한 곤충처럼 흔들기도 했다.

"조용히 해야 해. 그거 엄마한테 줘."

그는 아희와 눈을 마주치자 방울을 흔들길 멈췄고, 엄마의 등을 떠밀며 뒤로 숨어들었다. 잠시 후 작은 손이 굵은 보풀이 표면에 구름처럼 올라온 엄마의 스웨터를 움켜잡았다. 아이는 슬쩍 고개까지 내밀더니 기운 시선으로 아희를 쳐다보았다. 그가 열차에서 무엇을 어디까지 봤는지 불확실했지만, 그녀는 아이가 지금 들고 있는 게 누구의 물건이었는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쥐고 있던 방울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새의 울음같이 뚜렷하고, 발랄했다. 작은 손가락들 사이로 빨간 리본이 살랑였다. 그녀는 주변의 몇몇 어른들처럼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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