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의 공책

3

by 한운후

*이야기는 현재(지구에서)와 과거(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됩니다.




[달]


가구와 바닥 타일, 그리고 검은색 금속 선이 심어진 벽은 모두 맨질맨질한 흰색의 재질이었다. 사람의 눈을 지치게 만들 것 같지만, 서브루나 기지 구성원의 생체 리듬 신호에 맞추어 밝기를 조절하는 따듯한 조명 탓에, 온통 흰색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될 만한 건 없었다.(그 빛을 뿜어내는 아폴로리움은 실내에 있는 식물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눈을 감은 채 침대에 엎드렸고, 언짢았던 어젯밤 잠자리를 떠올렸다. 악몽이라 하기엔 유치하고, 단편적인 꿈이었다. 그 기억들은 여전히 포자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실내의 모든 빛을 ‘0’에 가깝게 낮추더라도, 내일이 비번이면 제대로 된 잠에 드는 건 여간 쉽지 않았다. 탁자에 놓인 알람 시계를 몇 번이고 쳐다보았지만, 고갤 돌릴 때마다 계속 시간을 잊어버렸다. 들끓는 설렘에 못 이길 것 같을 땐 시간을 여러 차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손목에 차고 있던 작은 기기를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알람까지 38분. 휴일이면 그녀는 종종 설정해 둔 시간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초조한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재촉을 가하는 건 아직 의미 있는 행동일 수 있었다.



창문이 없던 탓에, 달의 은색 평야와 검은 하늘을 담은 똑같은 여러 개의 사진들이 벽의 한 부분을 대신 메우고 있었다. 동굴 지하 130m의 바닥에 위치한 서브루나 기지에서 요원들이 어두운 침묵과 쓸데없는 생각에 잠기지 않으려고 생각해 낸 방법들은 아주 다양했다. 밀폐된 공간은 사람들의 이성과 판단을 아주 손쉽게 어지럽혔고, 멈출 수 없는 생각엔 늘 가속도가 따라붙기 때문이었다.

달에 위치한 어느 독특한 지형의 사진들은 언뜻 전부 똑같아 보이지만, 그 주변에 드리운 그림자의 위치나 길이는 조금씩 달랐고, 각각의 구석에 표시된 날짜도 그러했다. 그녀가 매번 같은 장소를 찾아가 촬영한 사진들을 벽에 순서대로 정돈한 것이었다. 하나는 특별한 일과를 담은 각 사진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들을 기록했고, 사진들은 대부분 일주일 간격을 두고 있었기에, 그 벽은 달에 상주하는 기간을 표시하는 달력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달에서 인식하는 시간의 흐름을 지구와 구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달에서의 시간은 지구보다 느리게 흘러갔다. 메딕으로서 그녀가 수행했던 훈련 중 하나처럼, 매 장소마다 각각의 시간을 다르게 인식하는 건 달에서 필수적인 능력이었다.(취향이나 트라우마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었다.) 현재를 음미하는 건 초연함을 얻기 위해 마음에 풀어놓은 닻과 같았다.

‘지금, 여기는 달이다.’

당연한 사실을 속으로 되풀이했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 가운데 마디를 살짝 깨물었다. 정신의 초점이 한 곳으로 모였고, 어느새 잠은 부리나케 달아났다.

그녀가 시계를 풀어 침대 위로 던지자, 조그만 흰색 주머니와 베개 사이로 작은 동전 한 닢처럼 떨어졌다. 와플 촉감의 분홍색 가운을 펼쳐 몸에 걸쳤고, 슬리퍼를 찾으려 맨발로 침대 아래를 더듬었다. 발가락에 따스한 털이 스쳤고, 한 짝을 밖으로 끌어내 발을 욱여넣었다. 신발 등에 수 놓인 복슬복슬한 노란색 태양은 마치 목젖을 드러낼 것처럼 함박웃음을 보였지만, 눈을 감은 은색 달이 수 놓인 반대쪽 슬리퍼는 보이지 않았다. 그건 마른빨래가 쌓여있는 육각형 테이블과 바닥 사이에 끼어 있었다.

하나는 테이블을 향해서 가볍게 뛰었다. 분홍색 가운의 끝자락과 허리에 둘러진 띠가 위로 천천히 떠올랐다. 마치 상승하는 바람을 타고 허공에 올라가 거대한 꽃잎에 앉으려는 나비와 같았다. 발이 다시 땅에 닿았을 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그저 머리 뒤로 묶여있는 머리칼이 어깨에 스치는 소리가 전부였다. 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가 태어나고 자란 행성과 극명한 차이를 마음껏 발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새끼손가락으로 검은색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살며시 슬리퍼에 발을 넣었다.




[지구에서]


단조로운 계단은 위층의 생김새를 암시하는 듯했다. 성인의 상체부터 얼굴 높이 정도엔 열리지 않는 유리창이 마구잡이로 나 있었다. 하나는 7층으로 오르는 벽에 불규칙적 간격으로 뚫린 그 유리 구멍들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양옆에 설치된 조명들은 그녀에게 꽤 익숙했다. 따스하고 노르스름한 빛들은 곡선을 그리는 길을 평온하게 바꾸었다. 그 빛에 대해서 무관심했지만, 지구로 귀환하고 나서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깊은 용암 동굴 속에서, 그리고 장엄한 우주 아래에서 외롭지 않았던 시간엔 항상 따스한 빛이 가까이 있었다.

그림자를 내어주는 지붕이 없던 탓에 하늘은 무서울 정도로 드높았다. 바닥은 온통 타버린 검고 붉은 떨기나무 잎 조각들로 가득했고, 잎들이 뭉친 곳과 그렇지 않은 구간은 아름다운 대륙 모양처럼 나뉘어 있었다. 다소 따가운 태양광 속에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가동 중인 실내 환기용 모터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뭔가에 골몰하고 있었다. 반들반들한 송풍 배관을 통해 찌르릉 거리는 소리가 밀려들었다. 바람은 전과 같지 않았다. 공기는 차가운 상자 안에 갇힌 것처럼 정체되어 있었다.

하나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 중년의 여인은 사이키델릭-보헤미안 풍의 패턴 외투를 어깨에 두르고 있었다. 가장 중앙에 있는 흰 털뭉치 바깥으로 보라, 주황, 보라, 청록 순서로 직조된 털실 재킷은 그녀가 지난겨울 내내 입어온 털실 재킷이었다. 그건 과녁처럼 보이기도 했고, 화려한 변장술에 능한 곤충의 딱딱한 등껍질 같기도 했다. 겨울 동안 사람들은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특이한 그 재킷은 하나의 기억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하나가 헛기침을 하며 가까이 다가가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활짝 펼친 공책을 무대 삼아서 대나무 재질 몸체 만년필을 끊임없이 굴리고 있었다. 얼핏 밝은 창가로 몸을 기울인 채 미세한 부품에 자기 영원한 흔적을 새기려는 시계 제작자의 모습 같았다. 송풍용 파이프 철면에 기대어 있던 그녀의 나무 지팡이는 신기하게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점점 예쁜 담갈색을 띠고 있었다. 재활원 사람들은 점점 멋스럽게 변색해 가는 그 지팡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곤 했다. 아마도 그들은 ‘정확한’ 날짜 정보에 두려움이나 환멸을 느낀 탓일 수 있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최첨단 자동 날짜 계산 달력’을 내버려 두고, 그들이 자연이 흘려 두는 애매한 단서들에 집착하려는 걸 아무도 비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는 뒷짐을 진 채 그녀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검은 잉크가 새하얀 종이를 적셔가는 걸 지켜보았다. 그 필기체는 특히나 삐침의 기울기가 전부 똑같아서 종이 전체를 흑백의 갈대밭 사진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걸 다 스캔해 가져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가상 세계에서도 누구나 다양한 언어로 읽을 수 있게끔.” 하나가 물었다.

그녀가 깜짝 놀라 쥐고 있던 펜을 노트 중앙에 던졌고, 이내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녀는 허리를 살짝 틀어 하나를 보더니 말없이 인자한 표정만 지었다. “세상에나.” 그녀는 동그란 은테안경 앞으로 떨어진 회색 곱슬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

하나는 그녀의 앞에 도시락과, 요구르트 한 컵, 그리고 탕비실의 고무 바구니에 남아있던 마지막 녹차 페트병음료를 올려놓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빅토리아.”

“나는 물만 마실게, 매번 고마워요. 우리의 어여쁜 달님.”

“천만의 말씀이에요. 그리고 이건 물이 아니에요. 여기에 ‘발효된 어린잎으로 만든 녹차’라고 적혀있어요.”

하나가 입을 오므린 채 씹는 걸 멈추고는 페트병을 이리저리 살폈다.

“햇빛으로 건조한 잎에서 달달한 풀꽃이나 구운 아몬드의 향미…? 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정말? 궁금하네.” 빅토리아는 다시 펜을 집어 들었다.

“이제 막바지에 들어가는 시기라, 여기로 도착한 보급품들 대부분이 플라스틱 물품이더라고요. 시간이 조금 더 있더라면, 아마 일회용 기저귀도 들어왔을 거예요.”

그녀가 펜을 멈추고는 멋쩍은 웃음으로 하나를 올려보았다. 그들이 친해지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달’ 때문이었다.

지난해의 어느 청명한 가을밤, 일을 마치고 숙수로 돌아가려던 하나에게 그녀는 “달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아요?”라고 물었다. 그리고는 한때 자기 직업이 지질학자였다는 말을 덧붙였다. 하나는 그녀에게 고마워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었다. 기억에 남는 지난날, 그리고 평범한 과거사를 공유하는 건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는 가장 전통적 방법이었다.

대화가 그리 길지 않았어도, 두 사람은 서로가 ‘국제 달 자원 추출 기구’, IROLE(International Resource Organization of Lunar Extraction)을 위해 일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는 달 표면에 적합한 인공적 건축환경에 대해 장기간 연구해 온 학자들 중 한 명이었고, 용암 동굴 속에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서브루나 SubLuna 기지 건설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하나는 달에서 건축/ 광물자원 시추 공사를 진행하는 요원들의 건강을 돌보는 메딕이었다.

대화중 그들은 서브루나에 있던 모든 화장실들의 크기가 욕조에 비해서 말도 안 되게 작았다는 사실에 손뼉을 치며 동의했고, 눈물과 웃음으로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다가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빅토리아는 달에 가본 적이 없었지만, 하나가 달에서 일하며 겪은 경험들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경청했다. 특히나 그녀는 달 기지와 가까이 있는 직선형 단층, Rupes Recta에 대해 남다른 호기심을 보이곤 했다. 하나가 가끔씩 야외 활동을 하러 달 표면을 나갔을 때 마주했던 ‘달 위의 거대한 장벽의 이야기’를 묘사할 때면, 빅토리아는 박사에서 환상에 잠긴 소녀로 돌아가는 듯했다. 반대로 하나 역시 빅토리아가 얘기해 주는 폐쇄 도시의 고된 시간을 상상하곤 했다. 한쪽 다리를 절게 된 당시에는 어떤 마음을 먹었을지, 그리고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하나는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그때의 만남으로 하나에게 재활원은 더 이상 고독의 장소가 아니었다. 오른쪽으로 넘겨진 풍성한 곱슬머리나, 습한 여름에도 소매가 긴 옷을 고수하는 것 외에, 빅토리아에 대해 주어진 실마리는 다양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그녀의 단단한 성품을 동경했다. 빅토리아는 매일 같이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아리송한 농담을 하면서도, 때론 옥상에 혼자 서성이며 같은 사람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점잖은 면모를 보이곤 했다. 간혹 그녀는 말도 없이 반나절이 넘도록 모습을 감춰 재활원의 자발적 일꾼들을 걱정시키기도 했다. 산책로 옆의 눅눅한 숲 속으로 풀무치를 잡으러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그녀가 혼자 낙엽이 가득한 땅에 무릎을 꿇고 있던 걸 발견하기도 했고, 그녀가 더 먼 곳까지 나아가, 안개 자욱한 소금기 있는 새벽 호수에서 지팡이 끄트머리로 동그란 물결을 그리는 날도 있었다.

빅토리아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에 가까이 있는 새로운 친구들을 말 그대로 유일한 가족처럼 받아들이려 했다. 그건 남은 시간을 알찬 방법으로 기념하는 허영심과 달랐다. 심지어 그녀가 외로움 때문에 방랑자가 된 거라 여겼던 사람들도 곧 사실이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재활원 사람들은 ‘그녀가 자신이 몸담은 시대에 얼마큼 충실한 학자였는가?’ 혹은, ‘전 세계에 들이닥친 황당한 난국을 얼마나 침착하게 이해했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빅토리아의 직업을 아주 소량 이해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는 팔을 올린 채 가슴을 활짝 열어, 길게 숨을 뱉었다. 맨 위가 착 가라앉은 머리카락 끄트머리가 물에 젖은 듯이 찰랑거렸다. 덩굴줄기처럼 생긴 그녀의 머리카락은 세찬 햇빛을 맞으며 은빛을 띄었다. 하나는 재빨리 눈을 비볐고, 먼지투성이 평평한 파이프 위에서 홀로 번들거리는 노트의 가죽 표지를 내려다보았다. 오돌토돌한 가죽 표면에 선명히 자리한 동그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건 상상의 동물같이 고리타분하고, 낡은 상징처럼 보였다. 인두로 손수 지져서 그을려진 듯한 그림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단순한 장식보다 훨씬 정교했고, 주술책에나 나올법한 어떤 상징이나 앰블럼처럼 기이한 느낌을 풍기기도 했다. 정확히는 기다란 용이 스스로의 질긴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이었는데 마치 그 신비한 동물이 남에게 꼬리를 잡히느니 차라리 스스로 물어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제 꼬리를 삼키는 가여운 동물은 ‘시작과 끝’이나 ‘거룩한 순환’ 따위를 의미했기 때문에 그 뻔한 상징 또한 지구와 함께 사라져야 마땅하다 생각했다. 그걸 인식할 수 있는 존재가 전멸해 버린 현실에서, 바보 같을 정도로 단순한 ‘기호’따위가 영원히 계속될 리는 없었다.

그림의 잔상은 결코 매혹적인 게 아니었다. 오만한 상징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

빅토리아는 모자를 벗었고, 퉁 소릴 내면서 노트를 덮었다. 그녀 주위로 자잘한 먼지가 일었다. 그리고 뿌연 입자들은 바쁘게 허공을 돌아다녔다. 그녀의 남색 노트는 주인의 삶을 담아내기에 시간이 모자란 듯 보였다. 상당히 새것이었다. 하지만 3분의 1 정도가 촘촘히 채워진 노트는 빅토리아가 폐쇄 도시에 갇혀있는 동안 일어났던 극적인 경험들로 들끓을 게 분명했다.

하나는 달에 대한 주제보다, 폐쇄 도시에서 벌어졌던 사사로운 일들을 물어보고 싶었다. 다행히, 빅토리아는 재활원의 다른 몇몇 생존자들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를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흰 꼬리들의 무자비한 범행들을 줄줄 풀어놓지도 않았다. 종종 환자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얘기엔 하나의 주의를 빼앗는 폭동 준비 과정, 폭탄을 제조하는데 선별된 특정 사람들, 혹은 폭도들 무리 내부에서 심했던 균열에 대한 주제가 들어 있었다.(흰 꼬리들의 ‘설탕’에 대한 집착은 어마어마했다.)

“중간중간 영어 문장이 보이긴 하지만, 어서 ‘그곳’으로 가서 한국어로 번역된 걸 읽고 싶어요. 박사님의 노트 말이에요.”
하나는 자신의 집념 어린 표정 때문에 그녀가 불편해할 것 같아 금방 시선을 거뒀다.

“뭐랄까, 사실 지금 와서 보면 이건 허풍과 하소연 투성이일 뿐이지. 나는 이 노트를 덮는 순간부터 내가 방금 뭘 적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거든, 항상. 그저 기억이 떠오른 순간을 틈타서 욕심스럽게 한 단어씩 채우는 거니까.”

빅토리아가 일어나며 잠시 몸 한 구석이 날카로운 것에 찔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는 재빨리 일어나 뒤에서 안는 것처럼 허리와 팔을 잡아주었다.

“그래도 고마워, 하나. 나도 네 생각이 많이 궁금하다.”
빅토리아의 건조한 얼굴에 무섭도록 쨍한 빛이 내리쬐었고, 눈가엔 여전히 쾌활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지팡이를 움켜쥔 그녀의 손마디는 하얘져 있었다.

“괜찮아, 내가 혼자 걸을 수 있어.” 빅토리아가 손사래를 쳤다.
하나는 고통 속에서 꽃처럼 일어나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작디작은 푸른 점 위에서,

<블루닷 이펙트>

The Blue Dot Effect

빅토리아의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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