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말들
"조직은 근태가 생명인 거 몰라. 솔직히 근태 말고, 업무 능력 다 고만고만한데 회사 취미로 다니나?"
"왜 이렇게 늦었어 지금 대체 몇 시야, 그러고도 차장이냐. 왜 대리 과장들도 안 하는 짓을 해!"
이혼 위기에 빠진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리얼리티 예능이 유행이다.
배우자를 심하게 구속하는 어느 남편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심리역할극을 통해 치유하는 장면이
내게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남편은 과거 어린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늘 질책하기만 했던 과거의 아버지에게로 돌아가
그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자신의 아픔과 마음의 앙금을 치유했다.
과거 어느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나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왜 이렇게 늦었어 지금 대체 몇 시야, 그러고도 차장이냐. 왜 대리 과장들도 안 하는 짓을 해!"
"조직은 근태가 생명인 거 몰라. 솔직히 근태 말고, 업무 능력 다 고만고만한데 회사 취미로 다니나?"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다들 남 망하는 것만 바라는게 세상이야,
다들 네가 넘어지길, 실수하길 기다린다고."
"내가 너를 더 많이 혼내는 건 결국 너를 위한거야.
다른 직원들 앞에서 더 크게 혼내야 편애라는 오해로부터 너를 보호해.
매사 조심해서 행동해야 돼."
꿈을 꿨다.
그 순간의 나는 작았고,
나를 혼내고 나에게 조언을 했던 그 사람은 컸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더 주의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
"네 조언 감사합니다..."
고분고분 대답했던 순간들.
그래야 책임감 있는 어른의 태도지.
이 '무한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게 최선이야.
그래서, 최선의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다 의미없을지 몰라도
나도 그 역할극의 남편처럼
그때 했어야 하는
그냥 밀어두었던 말들을 꺼내놓고 싶어졌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나도 그 사람만큼 커진다.
"왜 이렇게 늦었어 지금 대체 몇 시야, 그러고도 차장이냐. 왜 대리 과장들도 안 하는 짓을 해!"
"옆 부서 부장님께서 오랜만에 후배들 점심 사준다고 다들 모인 자리여서 중간에 끊고 나오기 어려웠습니다.
앞으는 시간 잘 지키도록 주의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제 책임자인데 왜 반말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혼을 내세요? 제가 늦은 건 물론 잘못이지만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조직은 근태가 생명인 거 몰라. 솔직히 근태 말고, 업무 능력 다 고만고만한데 회사 취미로 다니나?"
"회사를 취미로 다니다니요,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취미는 이렇게까지 못합니다. 생명같은 근태라서 저도 목숨걸고 지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세상에 쉽게 돈벌이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세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다들 남 망하는 것만 바라는게 세상이야...(중략)"
"가스라이팅 그만하세요.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는 식의 추측을 가지고 질책하시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것이 맞고, 저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그 표현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체 왜 기분이 태도가 되시는거에요. 저는 그저 함께 일하는 조직의 일원인데 말끝마다 '너 너'하면서 혼날 어린 자식이 아니잖아요. 이건 선 넘으시는 겁니다."
내면의 힘이 약한 사람은
특히 불안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예민함을 주변에 전가하고
그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피할수 없는 안타까움이고
나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약하다.
약한 인간들이 모여 결국 약한 세상을 이루고 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연약함 가운데서 최소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분별력과 의연함,
서로 보듬어주는 용기와 의지가 있다면
꽤 괜찮은 세상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조용히 내면과 영혼까지 침범해 들어오는
이 악하고 약한 '정글'속에서
어떠한 회유와 유혹에도
속지 않기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