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파편의 도시

여전히 불완전한, 그러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위해

by ASTER

해인은 새로운 세계에서의 삶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며 살아가려는 결심이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기대와 달리

둥근 세계 역시 완전한 이상향은 아니었다.

감정은 여전히 파편처럼 흩어지고,

사람들 사이엔 크고 작은 어긋남이 존재했다.

해인은 그런 감정의 틈 속에서 다시 삶을 배워야 했다.


작은 공동체 사람들과의 관계속에 스며들기 시작한 해인.

처음엔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먼저 자신의 감정을 꺼내 보였다.

해인에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인의 진심을 믿었지만,

누군가는 그런 그녀를 불편해했다.


해인은 어느 날 낯익은 누군가와 마주쳤다.

오래전 떠나보냈던 친구.

‘주현’

현실에서 보았던 친구와 이름도 얼굴도 다르지만,

해인은 직감적으로 그녀가 주현임을 알아보았다.

주현은 해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 보였지만,

그녀의 눈동자 어딘가에는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분명 주현이었다.


해인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기.. 우리, 예전에 혹시 어디선가 만난 적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이름이 저.. 주현씨 아닌가요..?”


".... 아니요. 저 아세요? 저는... 김수아인데요.."


해인은 그녀의 낯선 대답에 물러섰다.

그녀의 그런 반응은 당연했지만

마음은 한없이 위축되었다.


그날 밤, 해인은 혼자 걸었다.

별이 아닌 감정의 파동들이 흐르는 하늘 아래서.


이 세계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감정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거나 평화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한 감정들을 직면해야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이전 세계에선 느껴보지 못했던 희망이고 가능성이었다.


해인은 비로소 깨닫는다.

여기 둥근 세계란 완벽한 감정이 있는 곳이 아니라,

불완전하지만 그 감정들을 인정하고 끌어안으며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수많은 얼굴을 한 감정의 파편들이 어우러진 그곳에서,

해인은 다음 좌표를 찾기 시작했다.



[다음화 예고]


제14화. 「서로의 좌표」


감정의 충돌과 이해, 그리고 해인은 새로운 변화와 관계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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