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가는 문, 그리고 선택
도시의 계절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파동의 흐름이 이전보다 부드러워지고,
감정의 색채가 더 선명해졌다.
해인도 달라졌다.
이제는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먼저 바라보는 힘이 생겼다.
그날은 평범한 아침이었다.
하지만 해인은 낯선 기척을 느꼈다.
마치 자신을 부르는 오래된 목소리처럼,
몸속 깊숙한 곳에서 어떤 파장이 일렁였다.
그리고 벽 한가운데 나타난 균열.
그건 과거에도 본적 있는 틈처럼 보였다.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문.'
예전 같았다면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 틈을 바라봤다.
다시 돌아가든, 여기에 남든
누구도 해인의 선택을 대신해 주지 않을 것이다.
선택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다.
그날 밤, 해인은 수아, 유람과 마주 앉았다.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예전의 그 세계로.”
“돌아.. 가고 싶어?”
수아가 물었다.
해인은 오래 침묵하다 고개를 저었다.
“예전엔 내가 있던 곳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이 모든 게 일종의 탈출이거나 회피일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이제는 알겠어. 여기는 결국 내가 선택한 세계야.”
유람은 웃었다.
“그럼.. 너는 이제 여기에 진짜 머물기로 했구나.”
“응...”
해인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이제
어디에 있어도 나인 사람이야.
해인의 말은 진동처럼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그 말은 파동처럼 흐르며 사람들 사이를 지나고,
곳곳의 감정들을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작은 틈은 사라졌다.
돌아가는 문은 닫혔지만, 해인은 아쉽지 않았다.
그녀는 선택했고, 그 선택은 그녀의 일부가 되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이제 어디에 있어도
윤.해.인.
그녀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인은 이끌리듯 도시의 끝, 가장자리로 향했다.
마지막 파동의 경계에서,
가장 깊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다음화 예고] 최종화. 「너라는 세계」
둥근 곳으로 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