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눈썰매
“올겨울은 제주에 눈 보기가 힘들 듯”
“그러게”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타러 가야 하는데”
“눈이 오면 모든 일 제치고 눈썰매 타러 가야클”
“당근이지”
주현이랑 얘기하다 친정 가족들과 눈썰매 탔던 얘기, 어린 시절 동네 오름에서 눈썰매 탔던 얘기로 이어졌다.
큰언니네 가족이 방학 때 내려오면 친정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못다 한 수다를 풀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루는 눈이 수북이 쌓이자 사 남매 가족들이 한라산 눈썰매장으로 출동.
사 남매 내외를 비롯한 중학생인 조카를 시작으로 두 살 된 내 딸까지 친정 가족들이 즐거움과 배려심은 눈썰매장에서도 무르익었다. 오빠 언니들이 어린 동생들을 챙기고, 동생들은 믿음직한 오빠 언니들에게 마냥 재롱부리며 사촌들끼리 돈독한 정으로 늘 즐거웠다.
내 어린 시절 눈썰매도 빼놓을 수 없다. 70년대 눈썰매 장비라고는 비료 포대가 고작이었던 시절. 눈썰매 타기 위해 삼십 분 걸어서 동네 오름을 가야 했는데, 그 긴 여정도 눈썰매 탈 행복에 힘든 줄 모르고 마냥 즐거움에 걸어갔었다. 눈썰매 타기 위해 “눈 오름”이라는 곳에 가는데, 대부분 남자아이들만 갔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워낙 놀이문화를 좋아했기도 했거니와 동네 오빠들이 마냥 예뻐해 주었기에 늘 신나게 놀 수 있었다. 눈썰매 타기 위해 동산을 낑낑대며 올라가서 썰매 타고 내려오는 시간은 왜 그리 짧은지, 동산은 왜 그렇게 높고 멀었던지, 올라가기를 반복하다 보면 다리는 후들후들..... 동산에 올라가기 힘들어하고 있으면 오빠들이 내 손을 잡고 같이 올라 가주었기에 그나마 덜 힘들었던 것 같다. 눈썰매를 타다 돌멩이와 나뭇가지에 부딪혀서 멍들기 일쑤였고, 놀다 보면 옷이 다 젖어 추워지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럴 때면 오빠들이 모닥불을 피워준다. 모닥불에 불을 쬐다 보면 옷이랑 양말들이 불에 타서 구멍이 숭숭~~
옷도 귀한 시절이라 집에 가서 혼날 생각에 겁도 나지만 신나는 눈썰매의 즐거움이 더 크기에 눈썰매를 타기 위한 눈 오름 산행은 눈 쌓인 겨우내 계속되었다. 그 누가 말했듯이 창의력은 결핍 속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비료 포대 속에 솔잎을 넣어 쿠션감 있게 만든 썰매 장비, 앞부분에 나무 막대기를 끼워 손잡이도 만들고, 놀이에 대해 무궁무진했던 초등학생들의 아이디어 속에 신나고 즐거웠던 겨울
눈썰매 장비도 부실하고 거리도 먼 거리였음에도 눈썰매를 타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겨울이 더더욱 즐거웠고, 마냥 예뻐해 주었던 고마운 동네 오빠 언니들이 있었기에 어린 시절이 더없이 행복했다. 내가 밝고 긍정적으로 자랄 수 있었던 한 부분에는 그분들의 사랑과 배려가 있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껴본다.
올겨울도 눈이 수북이 쌓이기를 바라며.......
2020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