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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행 택시

by 여유

한참 택시를 타고, 통원치료를 받으러 다닐 때 일이다. 버스를 타기는 힘들어 택시를 잡아탔다.


한국병원이요.

목적지를 말하고, 차에 오른다. 최대한 밖을 보지 않고, 잡생각을 없애려 노력했다. 기사는 병원을 지나쳐 근처 어딘가 택시를 정차했다. 30미터 정도의 거리다.


병원 정문도 아닌, 그 어딘가 애매한 곳.

주변은 인도 공사가 한창이다. 걸을 곳이 없었다. 차도 위를 아슬아슬하게 가야 하는 나에게는 지옥길이다. 위험했다.




나 : 병원 앞에 세워주세요.

택시 기사 : 그럼 진작 말하셨어야죠.

나 : 처음부터 목적지를 말했잖아요. 이렇게 걸어갈 거면 버스를 탔죠?


택시 기사는 말없이 유턴을 해 정문에 차를 세웠다. 기사의 불친절함과 나의 여유 부족이 차 안 공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택시에서 내린 나는 절뚝이며, 병원으로 들어갔다.



친절과 다정은 여유에서 나온다.


재물적, 시간적, 정신적, 신체적.

난 네 가지 모두 여유가 없었다. 지금은 조금씩 마음의 여유도 신체적 여유도 생긴 것 같다. 날카로움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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