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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이 아기 공주

빛이 나는

by 여유

난 피부가 유독 하얗고, 눈은 땡그라니 컸다. 입술은 두툼했고, 예뻤다.


세상에 어디 안 예쁜 아기가 있을까? 엄마 품에 안겨, 배냇저고리를 입고 있는 사진. 내가 봐도 귀엽다. 엄마는 딸이니 예쁘게 머리를 길러주고 싶어 했다.


아빠의 생각은 달랐다. 빡빡머리가 귀엽다고, 사진을 찍고, 필름 가게에 가서 출력을 하고, 무슨 표창장도 아니고, 커다란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놨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런데 한 편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


아빠는 나를 자신의 동지로 만들기 위해 빡빡이로 만든 것은 아닐까?


아빠 눈에만 예뻤던 빡빡이 아기 공주.

그건 아빠처럼 빛났기 때문이 아닐까?



나를 낳은 엄마는 몸이 많이 아팠다고 한다. 빡빡이 공주를 낳은 엄마는 산후조리는 꿈조차 꿀 수 없었다.


몸이 아픈 엄마에게 모유가 잘 나올 리 없었다. 그래서 난 모유를 많이 먹지 못했다. 일도 해야 했고, 집안일도 해야 했다. 아이도 돌봐야 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그게 정상이었다.


오빠는 눈만 마주치면 우는 아이로 감정과 눈물샘이 발달된 센스티브한 아이.


난 늘 배고파서 우는 아이였다. 분유는 입에 대지도 않는 아이. 밤낮으로 울어 재끼는 눈치 없는 나 때문에 할머니의 호통은 커져만 갔다.


허약한 엄마는 그 와중에 일반 기저귀를 쓰지 않고, 천 기저귀를 썼다. 알만하다. 난 피부가 예민하다.


하루에 수십 장 나오는 똥 기저귀는 엄마가 빨았으나, 나중에는 아빠 전담이 되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날카로운 관심의 눈초리는 피할 수 없었다. 장남이 손빨래를?


그래서 그런가? 오빠와 나는 영특하게도 기저귀를 빨리 뗐다.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오빠와 나에게 고마워했다.


할머니는 내가 금덩이를 싸나 안 싸나 궁금해서 더 쳐다봤을 수도 있다. 난 그런 존재였다. 혹시나 금덩이를 쌀까 기대를 받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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