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을 읽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며 독서도 틈틈히 해본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중에 단편소설 「입동」을 읽으며 마음이 아파서 표현해보았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이란 단편소설「입동」을 읽기 시작하며 제목에서 뭔가 밝은 이야기는 아닐 거란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혹 미진의 정신 건강 문제일까, 아니면 아들 영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중반부쯤 뭔가 쿵! 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아들아이를 낳고 기르며 30여 년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터라 영우의 이야기는 나의 가슴에 더 먹먹하게 와닿았다. 어린이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런 사고를 낸 원장 또한 그 무게를 감당하며 어찌 살아내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 하루하루 누구 한 사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차 하는 순간 사고다. 그런 사고를 낸 원장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원장은 또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그의 삶도 힘겨울 것이다.
그 사고로부터 두 가족은 모두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부모는 갑작스러운 비극으로 인해 한겨울처럼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버렸다. 마치 외부의 시간과 상관없이 마음속에는 매서운 겨울이 닥쳐온 것처럼 말이다. 행복하고 따뜻해야 할 가정에 예상치 못한 차가운 슬픔이 훅 들어와 버린 것이다. 어린이집과의 책임에 대한 한계를 보험금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도 슬펐다. 자식을 잃은 사람은 무슨 옷을 어떻게 입고,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나, 먹지 않나? 무슨 반찬을 사고 어떤 흥정을 하나, 주위의 시선들이 훔쳐본다고 생각하며 외부와 담을 쌓는 삶을 선택하는 그녀에게 '그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등을 토닥이며 말해주고 싶었다.
복분자 원액을 소포로 보내온 어린이집의 처신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통증의 깊이가 확연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어린이집에서는 보험금 지급으로 합의를 끝냈고,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직 부모는 영우 이름의 이응만 봐도, 같은 또래의 아이만 봐도 가슴이 메어 숨을 못 쉬고 움츠러드는데… 어린이집에서는 부모의 통증을 감히 짐작조차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싶다. 아마도 당사자가 아니면 그 통증에 깊이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영우의 부모에게 더 미안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입동은 겨울이 시작되는 날을 의미한다. 겨울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바깥은 여름』이라는 전체 책 제목과 「입동」이라는 소제목으로 묘하게 연결되면서 안과 밖의 온도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소설 속 「입동」은 단순한 계절의 시작이 아니라 예기치 않은 비극으로 인해 삶의 따뜻함이 사라지고 차가운 슬픔이 젖어드는 심리적 상태를 상징하는 제목이다.
「입동」이라는 제목처럼 삶에 갑자기 찾아온 한겨울 같은 절망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그 부부의 모습이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부모의 입장도 어린이집의 입장도 조금은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그 통증의 깊이를 작게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이 지워지지 않는 여운과 아픔이 쉬 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