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원장 Feb 15. 2024

우리가 되기까지

어린이집 적응기 

우리가 되기까지

                                                                 

   “교실마다 온도계 습도계 달아 줄 수 있나요?”첫 질문에 좀 당황스럽다. 30여 년을 부모님들 상담하다 보니 대충 감이 온다. 까다로운 부모구나! 외동으로 늦게 본 딸아이가 2살이 되니 혼자 놀기 심심해하여,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마땅한 곳을 찾는 중이란다. 더구나 다른 곳에 한 사흘 다녀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곳을 찾는 중이란다. 주춤하니 한발 물러서며 ‘아니다,’ 싶다. 피곤하게 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어디선가 재롱이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마인드 컨트롤도 잘하고 사랑이 많다 소문을 듣고 왔노라 하며 다니고 싶단다. 이미 마음으로 정하고 온 듯하다. 이렇게 예민한 부모라면 고민이 된다. “앞으로도 계속 어머니가 따라다니며 온도 습도를 맞춰,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하고 반문하며, 이제는 스스로 온도 습도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쉽게 이해하는 듯하다.


     그렇게 서아는 어머니와 함께 적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는 다른 친구가 옆에 오기만 해도 “오지 마!”하고 소리치며 밀쳐낸다. 어머니 또한 누가 만지기라도 할까 전전긍긍이다. 원생 중에 코를 흘리는 친구가 보이자 얼른 아이를 데리고 멀찍이 앉는다. 어머니 무릎에 앉아 이거 해줘, 저거 해줘 손가락 하나로 지시만 하면 어머니가 다 들어주며 둘이서만 교류하고 있다. 


 적응 3일째 어머니께 상담을 청했다. 적응 기간 일주일은 아이가 어린이집과 선생님, 친구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어머니는 한 발 뒤에서 지켜봐 주셔야 한 다고 부탁드렸다. 어머니도 어린이집을 이해하고 어린이집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기에 어린이집의 방침을 따라 줄 것을 요구했다. 서아가 어머니를 찾을 때면 선생님이 도움을 줬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도움을 거부한다. 그러면 어머니가 얼른 달려가려 한다. “어머니 잠깐만요” 하고 말렸다. 몇 차례 그렇게 하고 나니 서아도 이곳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들어야 하나보다 느꼈는지 점차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들인다.


    일주일을 그렇게 보내고 다음 두 번째 주는 아이가 어머니와 떨어져 혼자서 보내야 하는 일주일이다. 아이가 소화해 낼 만큼 한 시간부터 시작해서 점차 시간을 늘려 어린이집의 생활을 하도록 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떨어트리는 것에 안절부절못한다. 일주일만 더 있게 해 달라 사정한다. 어린이집 규칙이라 안된다. 말하자 당신의 아이는 보지 않고 선생님의 일손을 돕겠단다.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다. 서아와는 접촉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한 주를 더 있도록 허락했다.


  서아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하면 선생님이 얼른 달려가 도움을 주고 놀아주었다. 어머니는 가능한 서아와 눈도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서아는 어머니한테 하듯 선생님에게도 모든 것을 해달라 요구한다. 어머니께 “다른 친구들 보세요. 다들 스스로 하는 것도 서아는 못 하고 해 달라 요구하잖아요.” 하고 이야기하자 아직 못 할 줄 알고 다 해줬단다. 스스로가 뭔가를 해보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 주일을 어린이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지켜본 어머니는 그간 자기 아이를 너무 과잉보호했고, 또한 과소평가했다며 삼 주째는 어머니도 서아를 어린이집을 믿고 과감하게 어린이집에 떼어 놓으셨다.


    뭐든 다 들어주던 어머니가 안 계시니 불만이 가득하다. 입을 뾰로통하니 내밀고 선생님 무릎을 차지하고 앉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무릎에 앉은 채로  “블록 자동차 만들어줘, 저거 가져다줘” 명령하듯 말한다. 선생님이 무릎에서 내려놓으며 “우리같이 만들어 보자” 하고 부드럽게 말하며 같이 하도록 유도했다. 점심 식사 시간 도시락에 밥을 주자 밥도 스스로 먹지 않고 먹여 달란다. 간신히 달래서 혼자 먹도록 수저를 집어 주니 콩나물국에 들어 있는 파가 수저에 붙자 떼어달라 수저를 선생님에게 내민다. 특히 채소는 거의 먹으려 하지 않고 편식도 심하다. 


    설명할 것은 설명해 주고, 무시해도 될 것은 적당히 무시했다. 다른 친구들이 스스로 하는 모습도 보도록 했다.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할 때는 많은 격려를 해주었다. 부모님께도 집에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보도록 격려해 주고 기다려 주어 성취감을 맛보도록 할 것을 부탁했다. 가정과 어린이집이 함께 서아가 스스로 행동하고 주도적으로 놀이하도록 일관되게 지도했다. 그렇게 이 개월쯤 지나자 서아도 점차 자발적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은 일은 직접 해냈고,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려 즐겁게 놀 줄도 알아가는 함께하는 우리가 되었다. 이제는 사회성 좋고 싹싹하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서아를 보면 내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절로 번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