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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도전

첫 기타 합주로 얻든 소득

by 예담

‘네 꿈을 펼쳐라.’를 목청껏 불러댔다. 기타 연주도 연주지만 노래에도 자신이 없는 내가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타를 치며 노래해야 한다. 덜컥 겁이 났다. 같이 기타를 배우는 지자체 행정복지센터 기타 수강생들이 비슷한 수준별로 팀을 짜하는 공연이다. 기타를 배우고 처음 해보는 합주다 보니 내심 설렘과 떨림이 공존한다. 더구나 팀원 여럿이 같이하는 합주다 보니 서로 맞추고 잘 어우러져야 한다. 주어진 곡은 가수 양희은의 노래 네 꿈을 펼쳐라, 이다. 노래를 핸드폰으로 계속 들으며 따라 불렀다. 기타 연습도 틈만 나면 해댔다. 집에서 남편이 이젠 자기도 노래를 다 외웠다고 말한다.


하나 있는 아들아이 결혼과 함께 찾아올 은퇴 후 주어질 노년의 시간이 무료할 것 같다. 그 시간을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즐기기 위해 젊어서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해보고 싶어도 못 해 봤던 것들을 찾아 배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간이 되면 행정복지센터나 평생학습관에서 저렴하게 운영하는 기타 강습을 찾아 배우고 있다. 시간이 안 되면 책을 보며 독학으로 집에서 기타를 배워왔다. 요즘 저녁 시간에 기타 강습을 운영하는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6개월간의 기타를 배우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자체 공연이 잡혔다. 같이 공연하는 팀원 중에는 중학생에, 학원 강사에, 직장인들과 칠순이 되신 노인분도 계신다. 각기 다른 환경과 다른 연령대다. 주어진 지정곡인 네 꿈을 펼쳐라. 노래를 들어보지도 못한 세대도 있다.


함께 모여 연습할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다. 오직 주 일회 목요일 저녁에 만나서 하는 두 시간 연습으로만 맞춰봐야 한다. 공연 날짜가 잡혔다. 공교롭게 중학생 팀원은 시험 기간과 겹친단다. 학원에 근무하시는 분도 학생들의 시험 기간이라서 공연 참석이 어렵단다. 칠순이 되신 노인분은 친구분들과의 칠순 여행이 잡혀있는 날이란다. 다 함께해도 걱정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다 빠지고 세 사람이 준비해야 한다. 여럿이면 좀 서툴러도 잘하는 사람의 틈에서 묻어갈 텐데 걱정이 더 많다. 열심히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다. 퇴근 후 집에서 하는 연습은 아래 윗집과 남편에게 방해될까 봐 조심조심 도둑 연습이다.


세 사람도 함께 만나 준비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각자 서로 직장에서 집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하며 준비했다. 대망의 공연 날 한 분이 직장에서 급한 일이 생겨 못 오시겠단다. 갑자기 둘이 하게 된 것이다. 그건 아니다. 우리 팀 차례를 뒤로 밀어놓을 테니 늦게라도 참석해 달라 협박 비슷한 부탁을 했다. 차례가 다 되어 미리 맞춰 볼 시간도 없이 허겁지겁 달려와 주셨다. 잠시 짬을 내서 옆 교실에 셋이 모여 딱 한 번의 예행연습을 하고 공연을 시작했다. 시작부터 삐걱댔지만 나름 박자에 맞춰 고개와 발로 장단을 까딱까딱 맞추며 끝까지 멈추지 않고 완주했다. 준비 과정에서 했던 긴장과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아무 생각 없이 리듬에 몸을 맡기고 즐겼다. 중간중간 서로 맞지 않으면 곁눈질하며 눈치껏 맞춰가면서 완주해내고 나니 가슴 벅차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겼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기타를 배우며 처음으로 해본 합주다. 혼자의 연주보다 합주는 서로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힘을 합쳐 맞췄고 즐겁게 함께 연주하며 즐겼다는 것으로 만족하며 행복했다. 첫 번째의 합주로 자신감을 얻었다. 다음부터는 합주 기회가 주어 지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연습해야겠다는 방향도 좀은 알게 되었다. 첫 도전을 계기로 더 즐겁게 기타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늦은 도전이지만 색다른 경험으로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란 말을 실감하며 이제라도 기타를 배우게 된 것이 신의 한 수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겁내지 않고 도전을 꿈꾸며 도전하는 노인으로 아름다운 낭만과 멋진 삶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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