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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켜주는 것

나이 들어 한 가지 운동은 필수

by 예담

내 나이 40을 넘기며 높을 高 자가 내 몸을 지배하려 한다. 高 혈압 高 콜레스테롤, 高 혈당 삼 高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칠 대 종갓집 맏며느리로 아들아이의 엄마로 어린이집 원장으로 바쁘게 사느라 나 자신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 했거늘 너무 아둔해서 잘 몰랐다. 이제라도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으나 운동하기가 쉽지는 않다.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고 가족들에게도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했다.

우선 그간 배우고 싶었던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퇴근 후 부랴부랴 남편과 아들아이 밥 챙겨주고 마지막 타임의 강습 시간에 맞춰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저녁 시간의 수강생들은 직장 퇴근 후 오는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40대 중반에 들어서는 아줌마는 나밖에 없다. 물에만 들어가면 팔고 다리는 따로 놀며 허우적댄다.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니 팔과 어깨도 아프다.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좌절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수밖에…

출근 전 새벽에 수영장에 나가 연습하고 강습 없는 주말에도 종일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오후에 집에 오면 라면 끓일 힘도 남아있지 않다. 아들아이에게 라면 하나 부탁해서 간신히 먹고 기운을 차렸다. 그렇게 삼 개월이 지난 뒤부터는 미리 선행학습을 한 내가 시범을 보이는 수준에 달했다. 같은 수강생들보다 앞서가는 수영은 재미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수영의 재미에 빠져 살았다. 수영하다 보니 수영은 접근성이 썩 좋지 않다.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바쁜 내가 편할 때 아무 때나 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고민 끝에 어릴 적 고향에서 자전거 타던 기억이 났다. 그래 자전거를 타보자 도로만 있으면 달리면 된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자투리 시간에 혼자서도 가능하니 좋을 것 같다. 자전거를 한 대 마련했다. 주말이면 혼자서 자전거를 끌고 소래 생태공원 습지도 마음껏 달렸다. 벚꽃이 피는 봄이면 인천대공원을 자전거로 갔다. 차가 막혀 꼼짝도 하지 않는 도로를 자전거로 더 빠르게 달리니 신난다. 주말만 되면 자전거를 끌고 나가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달리고 달렸다. 때론 돌아올 기력이 다 소진되면 남편에게 데리러 와달라 콜도 하며 즐겼다. 운동을 시작하고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 덕분에 나를 따르던 삼 高도 잘 관리된다. 그런데 자전거는 밤에나 비 오는 날엔 탈 수 없다. 주중에는 근무하느라 탈 수 없다. 주중 저녁 시간에 매일 할 수 있는 운동에 눈을 돌렸다.

아파트 관리동에 탁구장이 있다. 말 그대로 동네 탁구장이다. 가르쳐 주는 전문 코치도 없고 주민들이 가끔 들락이며 연습한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며칠 만에 가보면 탁구대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고 때로는 담배꽁초에 탁구대 다리가 하나 부러져 있기도 했다. 자칫 청소년들의 우범 지대가 될 수 있다. 위태롭게 유지되던 것을 뜻이 맞는 몇몇 입주민들이 모여 동우회를 결성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바닥에는 마루를 깔고 탁구대도 새것으로 교체하며 에어컨 설치도 했다. 그 뒤로 동우회에서 알차게 운영하고 있다. 처음 탁구 실력은 공을 받고 넘겨주는 수준이었다. 조금 나은 회원이 완전 초보인 회원을 가르치면서 점점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같이 공을 주고받으며 파트너가 되어 꾸준히 탁구를 즐겼다.

우선 접근성이 좋았다. 집에서 이, 삼 분 거리 잠자다가도 운동화에 탁구 라켓 하나만 손에 들고 가면 된다. 또한 전천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부나 밤이나 낮이나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파트너가 꼭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긴 하지만 때론 그 단점이 장점도 된다. 파트너와 함께 즐길 수 있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다. 탁구를 꾸준히 즐길 수 있던 것도 파트너 있는 것과 좋은 접근성이 일등 공신일 것이다. 그렇게 동네에서 탁구를 즐기다 보니 실력이 늘고 우리 구장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는 실력이 되었다. 슬슬 욕심이 생긴다.

외부 대회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실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은 것이다. 글로벌 대회, 시 대회, 구 대회와 여성대회 등 다양한 대회에 파트너와 함께 틈만 나면 참가했다. 각종 대회 참여하며 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복식대회 우승, 준우승에 개인 우승 등 다양한 입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외부 대회에서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며 체크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부터 탁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간 해오던 수영과 자전거는 까맣게 잊게 되고 퇴근 후나 주말 틈만 나면 탁구장으로 달려가게 된다.

영하 십 도를 오르내리는 한파 주의보가 내려졌다. 하지만 퇴근만 하면 망설임 없이 탁구장으로 간다. 넘치는 파이팅에 추위가 움찔 물러난다. 생활에 활력을 받으며 퇴근 후에 하는 탁구는 하루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보내고 편안한 잠자리를 보장해 준다. 지금도 젊은 후배들과 함께 게임하며 즐길 수 있음에 탁구를 꾸준히 배워 둔 것이 신에 한 수라 생각한다. 오늘도 초보 때부터 함께했던 나의 파트너와 복식 게임에서 젊은 회원들을 모두 이겼다. “더 센 팀 어디 없나요?”하며 농담 반 진담 반 거드름을 피워 탁구장에 웃음 안겨주었다. 나이 들며 따라다니는 삼 高도 잘 관리되고 있다. 영하의 추위에도 땀범벅이 된 내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나는 오늘도 행복한 파워 스매싱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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