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서의 가족 모임
눈이 많이도 온다. 온 천지가 하얀 세상이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은 찐 겨울 풍경이다. 추운 날 추운 곳에서만 볼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접하기 힘든 풍경일 것이다. 이 나이 되도록 제대로 된 멋진 눈꽃을 보지 못했다. 눈이 많이 오는 요즘 은근히 눈꽃 여행이 그리워진다. 마침 이질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모와 외삼촌을 엄마와 함께 무주에 초대한단다. 언젠가 내 글에 등장한 째깐 언니의 여식이다. 몸에 생긴 나쁜 혹을 초기라서 간단한 시술로 잘 제거해 낸 언니다. 나쁜 혹을 잘 제거해 낸 기념으로 함께 기도하고 함께 마음 졸인 이모와 삼촌을 초대한단다. 이질 부부는 아이들 스키 가르치러 겨울철에는 매주 주말 무주에 간다. 마치 숙소도 큰 것 예약해 놓겠단다. 반갑다. 망설임 없이 흔쾌히 오케이다.
무주에는 설에도 눈이 많이 내렸다. 출발 이틀 전에도 그곳엔 눈 예보가 많다. 설에 온 눈도 아직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을 텐데 얼마나 멋질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80이 가까운 큰 언니도 난 산에 못 가더라도 따라간다. 하며 함께 해준다. 방한용품 단단히 챙기고 아이젠까지 잘 챙겨 토요일 새벽 버스로 인천에서 대전으로 출발했다. 대전에서 동생과 합류 무주로 향했다. 공주에서 오는 사람, 천안에서 오는 사람, 토요일 오전 시차 없이 무주에서 잘 합류했다. 매번 이모 삼촌의 모임에 함께 해주는 조카와 질부 질서들까지 달려와 줬다. 오랜만에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우리 형제·자매는 연 한두 번 부모님 제사를 계기로 만나 산소 근처에 숙소를 예약해 일박한다. 이번은 이질녀 덕분에 멋진 계절 멋진 곳에서 덤으로 한 번 더 만나게 되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질녀와 질서는 금요일부터 내려가 스키를 즐기며 숙소를 마련해 놓고 기다리고 있다. 모두 만나 점심 식사 후 방한용품을 잘 챙겨 입고 스키장으로 향했다. 스키장의 경사도와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예전 아들아이 어릴 적 가본 경기도 어디쯤인가에 있는 스키장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보기에도 아찔아찔 무섭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을 활강하며 자유자재로 스키를 타며 누비는 조카들과 아이들이 너무 멋지다. 멀리서 보니 한 마리의 새가 하늘을 나는 모습과 흡사하다. 나는 지금까지 무얼 했나 싶다. 황홀하다. 이제라도 스키를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순간순간 짜릿짜릿 무서운 감정이 스키를 타보고 싶은 욕구를 잘 다스려준다. 다행이다. 이 나이에 대책 없이 스키를 타겠다. 장비를 빌려 달라하면 조카들도 곤란할 것이다.
우리 형제자매는 칠십 대 후반의 큰 언니부터 60대 초반 막내 남동생까지 칠 남매다. 칠 남매의 중간 다섯째인 내가 총무를 보며 나를 중심으로 매번 모사가 일사천리 꾸며진다. 큰언니 큰오빠부터 총무인 동생의 의견에 토를 다는 일이 없다. 단체 카톡방에 총무로서 의견 하나 올리면 만장일치 총무님의 의견에 따릅니다. “나이 든 언니·오빠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하며 적극적으로 따라주는 큰언니·큰오빠가 고맙다. 어릴 적 농번기에는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우리를 업어 키운 언니 오빠다. “언니 오빠는 우리 업어 키웠으니 그런 대우받아 마땅하다.” 이야기하며 미안해하는 마음 갖지 않도록 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혹시 눈길에 미끄러져 동생들과의 여행에서 걱정 끼칠까 봐 스스로 조심 또 조심하는 언니 오빠의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이 든 부모님과 이모 삼촌을 생각해서 멀리서 달려와 준 조카들 어른들이 겨울 여행에 추울까 봐 따뜻한 목도리에 장갑 선물까지 준비해서 참여해 준 조카들의 마음이 참으로 예쁘고 따뜻하다. 그 따뜻한 마음에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춥지만 추운 줄 모르는 따뜻한 겨울 여행이었다. 칠 남매의 형제·자매와 그 자식들까지 하나 되는 모습은 매번 감사하며 흐뭇하다. 나이 들면서 살아온 세월만큼 둥글둥글 다듬어져 부딪침 없이 매끄럽게 지내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라 생각한다. 이번 여행도 서로의 이해와 협조로 즐겁고 따뜻한 여행이었다. 더구나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다음 여행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하며 행복했던 이번 여행을 따뜻했던 추억으로 마음속에 고이 간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