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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의 머리에 다시 꾸는 꿈

새로운 자격증에 도전하다

by 예담

저출산과 신도시로의 젊은이 쏠림 현상으로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귀해진다. 구도심에서 근 삼십 년을 운영하던 나의 어린이집에도 서서히 원생들이 줄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이젠 나도 서서히 어린이집을 정리해야 하나,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 절차를 알아보았다.


구청에서 상담받고 돌아 나오는 발걸음에는 힘이 풀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길을 걸으면서도 주위 시선도 아랑곳없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다. 근 삼십여 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과 웃고 울던 지난날 일상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내 삶에서 어린이집을 뺀 삶을 생각하니 걷잡을 수 없는 허전함에 목이 멘다. 이렇게 슬픈 감정으로는 더 이상 정리를 진행할 수가 없다. 운영이 어려우면 어려운 채로 가는 곳까지 가보자 생각하며 밀고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거의 한계를 느끼면서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얌아! 맘마 먹어” 발음도 완성되기 전의 아가들, 걸음도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이다. 어린이집 근처 야산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상수리를 주워 던져주며 하는 말이다. 상수리를 먹으러 나오는 다람쥐를 숨죽여 기다린다. 기다리는 다람쥐가 오지 않는다. 다시 푸른 잔디밭으로 나와 뒤뚱뒤뚱 고추잠자리를 따라다니며 뛰어논다.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아름답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 둔다. 일 년, 이년 혹은 삼 년도 모아둔다.


어린이집 졸업 시즌이 돌아온다. 내가 하는 일은 그간 모아둔 많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평생 기억될 멋진 사진을 고르고 골라 앨범을 만든다. 사진을 고르다 보면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는 모습보다, 자유 놀이로 분주하게 놀이하는 모습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 모습 사진이 있다. 그것은 운동장에서 혹은 숲에서, 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모습이다. 이거다. 내가 태어났고, 유연 시절 풋풋한 꿈을 꾸며 자란 곳, 내가 좋아하는 자연의 품속에서 사랑스러운 아가들과 만날 수 있는 일 그것은 바로 “유아 숲 지도사”라 생각했다. 이런 찰떡같은 생각을 해낸 스스로가 기특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알아보았다. 유아숲체험원에서 “유아 숲 지도사” 자격시험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내게 주어진 이 기회가 참으로 고맙다. 첫 수업이다. 다시 책상 앞에 앉으니 긴장과 흥분으로 살짝 떨린다. “유아 발달론” 내 반평생을 들었고 공부했던 영역이다. 재미있고 신난다. 전공이 다른 학우들은 생소한 용어에 당황해하며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라 말한다. 나만 신나나 싶다.


화요일, 목요일 저녁 퇴근 후 급히 달려가는 발걸음은 가볍고 행복하다.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늦깎이 학생이 되었다.”유아 숲 지도사“ 란 대명사 하나를 더 부여받을 기대와 새로운 도전의 설레는 마음으로 젊은이들과 나란히 앉은 반백의 나는 오늘도 소박하지만 소중한 꿈 하나를 살포시 가슴에 안고 오늘 행복하게 열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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