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지혜롭게 보내기
올해는 설 연휴에 임시휴일이 하루 더 불어나 긴 연후가 되었다. 동서네 가족과 아들네 가족이 와서 하룻밤을 함께 하고 설날 아침 차례를 모신다. 이불도 미리 챙겨야 한다. 추석은 춥지 않으니 대충 덮고 자도 된다. 설은 겨울이라 추울까 봐 두꺼운 이불도 준비해놓아야 한다. 차례 준비에 식구들 먹을 음식까지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생각하며 하나씩 준비한다. 이번 긴 연휴에 나도 놀러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잠시 든다. 남편에게 “긴 연휴 뭐 할까요?” 하고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던져봤다. 무심이 던진 말에 무심한 답이 돌아온다. “하긴 뭐해요. 차례 지내야지”“그렇군요”하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 여행은 무슨 여행’ 빠른 포기다. 씁쓸한 내 마음을 더 부추기듯 TV에서는 돌리는 채널마다. 시국도 시끄러운데 공항에는 여행객으로 북새통이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남의 이야기로 치부해 버렸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비워냈다. 시작은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론 작은댁도 따로 명절을 보낸다. 시동생네 가족도 조카들 장성한 뒤론 동서랑 시동생만 참석한다. 조카들은 다 컸다고 명절에도 다니지 않는다. 앞으로 이렇게 명절이라고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날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미풍양속이라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손님도 맞이하고 즐겁게 보내자! 언제까지가 될지 모를 일이라 생각하니 불편했던 마음이 아쉬운 마음으로 바뀐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준비 땅!. 어떤 먹거리를 할까 적어보자 하고 반찬 준비 계획부터 세웠다.
마음을 바꾸니 갑자기 바빠진다. 이제부터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서 이불도 손봐놓고 집 안 대청소며 좋아하는 반찬을 한 가지씩 준비하고 가족들 양말 한 켤레라도 설빔으로 준비해 두어야겠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 내게도 없는 건 아니다. 매번 미리부터 지치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으니 참아 낸 것이다. 피할 수 없어 마지못해 하는 일은 힘이 더 든다.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 우선 윷도 새로 준비하고 윷판도 멋지게 만들어 놓았다. 올 설 명절에는 여자들끼리만 하던 설거지를 윷놀이로 지는 사람이 설거지하는 방법을 시도해 보아야겠다. “어찌 여자가 할 일을 남자에게 넘기려 하냐?” 고지식한 노 씨 집안 남자들 펄쩍 뛸 것이 분명하다.
남편부터 슬슬 긁어 댔다. “시동생도 너무 고지식하다. 동서나 하니 지금까지 참고 잘 사는 거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도망을 갔어도 열 번은 갔을 것이다.” 그 말에는 남편도 동조한 적이 있었다. 이번 설에는 동서와 합작해서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 고집불통 노 씨 집안 남자들 설거지 좀 꼭 시켜봐야겠다. 같이 일하고 같이 쉬며 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된다면 명절 증후군이니 그런 말은 없어질 것이다. 내게 명절은 아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마음에 부담감이 가득하다. 피할 수 없으니 즐길 방법을 찾아보자, 즐겁고 행복해서 기다려지는 명절로 만들 수는 없을까?
옛날 시골에서 집집이 찾아다니며 세배하고 덕담 듣던 그런 훈훈했던 명절은 꿈도 꿀 수 없다. 요즘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집에서 같이 잠자며 일박을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들었다. 밖에서 잠깐 만나 식사하고 차 마시고 헤어지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다. 편리한 개인주의에 밀려 부모 자식, 형제자매 간에도 서로의 집을 방문하여 부대끼며 지내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명절이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주는 동서 가족과 아들 가족이 있다. 찾아주는 그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만남이 될 방법을 찾아 시도해 보아야겠다. 이번 명절에는 윷놀이로 설거지를 분담하여 여자들의 노동 부담을 줄이고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는 행복한 명절을 잔뜩 기대해 본다.
이번 명절을 마음먹은 대로 남자들과 음식 준비며 뒤처리를 함께하고 즐겁게 보내고 나면 후기도 계획 중입니다.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