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처 [단편소설]
소정이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때 소정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소정이 엄마..... 그녀가 문제다.
한동안 기침이 멈추지 않고 골골 거리며 소정이가 경제 활동을 시작하고부터 일을 자주 쉬며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그녀는 소정이가 예전에도 생리를 하지 몇 번 건너뛴 적이 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수업을 들으며 점점 불러오는 배를 숨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소정이는 마른 체형이기에
큰 티를 입으면 티가 나지 안 않지만 병원에 갈 수도 그렇다고 그녀에게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4개월이 넘어가면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려니 소정이는 더욱 말라 갔다.
입덧이 심하지 않았지만 먹는 게 없으니 사람 몰골이 아니었다.
봄 꽃잎이 거리바다 장관을 이루고 따스한 봄 햇살이 소정이 집 창문으로 비추고 있었다.
소정이가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는데 목이 늘어난 커다란 티셔츠 사이로 소정이 가슴이며 배가 드러났다.
그녀는 순간 광기 어린 눈빛이 되어 소정이의 옷을 잡아 끓어 벗겨 버렸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소정이 머리체를 잡고는 질질 끌기 시작했다. 그녀는 점점 광기 어린 망나니가 되어 가고 있었다.
더러워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을 소정에게 퍼붓고 짓밟았다. 그것도 성애 차지 않은지 절구 나무막대기를 가져와 내려치기 시작했다.
이미 소정이는 쓰러져 의식을 잃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소정이 아랫도리가 빨갛게 물이 들기 시직 한다.
집안에 온통 피 비린내로 진동을 한다.
광기 어린 그녀는 이미 실성을 한지 오래다.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피범벅이 된 소정이에게 함께 죽자며 칼을 들이민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다. 아마도 옆집에서 신고를 한모 양이다.
그녀는 소정이 옆에 없다. 경찰서로 간 모양이었다.
소정이 옆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여인은 여성복지센터 복지사였다. 우물쭈물거리더니 이내 쉬지 않고 말을 건다. 그리고는 그녀는 지금 경찰서에 있다며 안심하라고 한다.
소정이는 그 복지사의 말이 사실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본인이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이 지났다는 것을 간호사들의 이야기로 알 수 있었다. 꿈인지 현실인지도 알 수 없는 병원에서의 시간 속에 아침마다 잠에서 깨지도 않은 소정이에게 간호사들은 주사를 놓고 거즈를 들어 소독을 하고 사라졌다.
소정이가 정신이 들 때쯤 소정이도 모르고 있던 소변줄을 빼러 간호사가 소정이를 찾아왔다.
병원에 입원하고 사흘 만에 소정이는 링거가 걸려있는 링거대를 붙잡고 겨우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
화장실 입구에 들어선 순간 소정이는 주저앉아 버렸다. 소정이 왼쪽 뺨에 빨간약물이 든 거즈가 붙어 있었다.
이제 막 피어난 여리고 소중한 작은 꽃잎을 갈기갈기 찢어 그렇게 내동댕이 쳐지는 순간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겨우 그 작은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 소정이는 왼쪽빰에 거즈를 들어내는 순간 빨간약으로 더욱 흉해 보이는 바늘로 꾀면 자신의 보였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 작은 얼굴에 더욱 커 보이는 흉까지 생기니 가히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 복지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복지사는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지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살짝 입에 미소까지 띠우며 소정이에게 다가왔다.
" 소정 씨 이제 됐어요. 당신의 어머니는 이제 당신 앞에 당분간 나타날 수 없을 거예요."
가정폭력으로 실형을 받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주변에서 가정폭력의 제보가 큰 영향을 준 모양이다.
그리곤 여러 가지 소정이가 복지를 받을 수 있는 거주지와 생활 보조금을 설명하고 있었다.
소정이는 기뻐해야 하는지 슬퍼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고 복지사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둘의 다른 눈물은 그렇게 함께 흐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그렇게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 소정이는 퇴원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은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벽지며 세간 살림도 말끔한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정이의 사건은 꾀나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었고 사회사업가들의 후원이었다. 전과 다른 아늑하고 따뜻한 집이었다. 태어나 처음 가져보는 작은 침대가 가장 먼저 소정이 눈에 들어왔다.
지치고 고단 했을 소정이는 침대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잠이었다.
소정이는 무슨 꿈을 꾸며 잠이 들었을까.... 늘 작은 몸으로 짊어지고 있던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듯한 홀가분한 마음이려나.... 하지만 오랜 시간 그저 그렇게 놓아둔 곪아 버린 아픔은 이네 흉측하게 밖으로 드러나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