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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Sep 16. 2024

지옥에서 태어난 아이

2. 옆집     [단편소설]

  여자는 경제 개념이 없다. 돈을 벌어본 적도 없었고 기본적인 교육이 부족했던 여자는 은행도 가보지 못했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나라에서 지원하는 복지를 받을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몇 번 동사무소직원이 찾아오긴 했지만 사람의 경계가 심한 여자는 소리를 지르며 돌려보냈다.

망상 속에 사는 여인은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것이 본인과 아이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여자는  일요일에 한번 교회를 가기 위해 사는 여자 같아 보이기도 했다.

월세집에 살면서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교회 갈 때 입을 옷과 신발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야 했다.


무더운 여름이 한풀 꺾기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유난히 하늘은 높고 파란 하늘에 힌 뭉게구름이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모처럼에 날이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을 일부러 빙빙 돌아 걸었다. 시원한 바람

길가에 작은 민들레... 아이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그날은 회색빛이 아닌 아름다운 색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집 앞에 도착할 무렵 골목입구에 아이가 아끼는 작은 곰인형이 나뒹구는 것을 보았다. 골목에 들어서니 집안에 물건이 모두 밖에 나뒹굴고 있었다.

월세를 내지 않으니 주인이 세간 살림을 밖으로 내놓고 널빤지로 된 문을 자물쇠로 잠 둬놓은 모양이다.

동내 계란을 배달하는 가끔 골목에서 마주쳤던 젊은 남자가 아이를 보며 담배를 피운다. 남자는 고아원을 나와 이 골목 달방에 들어와 산지 꾀 오래된 청년이었다. 한참을 아이를 보던 청년은 아이에게 빵하나를 사다 주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저녁이 되고 여자가 집에 왔다. 여자는 생각보다 침착하게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아이를 데리고 큰길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로 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그리고는 아이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 파란 대문 집 앞에 도착했다. 벨을 누르니 대문이 열였다. 그 집은 여자가 일하는 공장장 집이었다. 공장장 집은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었고 문간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공장장부인은 아이가 있었냐며 작은 나무 쟁반에 흑미가 들어간 빨간 밥 한 그릇과 된장국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다. 여자는 아이에게 나무 쟁반을 밀러 주었다. 아이가 먹지 않겠다고 하자 여자는 허겁지겁 쟁반까지 먹어 치울 기세로 모조리 먹어 치워 버렸다.


세간살림을 모두 버리 온 온 여자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장장 부인은 안 쓰는 몇 가지 그릇과 공장에서 쓰던 작은 한 칸짜리 냉장고를 가져다주었다.

방, 부엌만 있어도 커다란 대문이 있고, 마당에는 작지만 꽃밭이 있었고 한편에 바둑이 한 마리가 뛰어노는 집이었다. 아이는 그 집이 마음에 들었다.

이후 가끔 공장장 부인은 집으로 여자와 아이를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었다.

공장장 부인은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그녀를 동정했고 그 여인과 아이를 잘 챙겨 주었다.


공장장은 자끔 아이를 불러 집에 와서 티브를 보라고 했다.

공장장부부는 아들만 둘인데 큰아들은 미국에 유학을 갔고 둘째 아들은 군대에 입대를 해서 공장장부부 둘 뿐이었다.

아이는 굳이 안채에 들어가 티브이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여자는 아이를 그 집에 보냈다.

추운 겨울이었다. 공장장이 아이를 불렀다. 아이가 티브이 앞에 앉으니 이불을 가져다주며 덮으라고 했다.

그리곤 아이뒤에 공장장이 앉아 아이를 안았다. 아이는 반항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었다.

공장장의 손이 아이 바지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티브이를 보는 아이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만약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추운 겨울 집도 없이

쫓겨 날 것 같았고 일요일만 엄마인척 하는 여자가 보호해 줄 것이란 확신 없었을 것이다.

겨울 방학이 되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공장장은 아이를 불렀다. 아이 가랑이 사이로 한 손을 넣고 한 손은 아이 입을 틀어막았다. 아이 몸이 커갈수록 아이는 더욱 자주 공장장 집에 불려 갔고 아이 고통스러웠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에게 다가온 따스했던 온기는 얼어붙은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되어 아이몸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있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큰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유난히 밝게 빛나던 아이 눈은 이미 초점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아이는 무엇에 홀린 듯 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서 뛰어내려 온몸이 부서져도 지금의 고통과 비할 수 있을까... 아이가 뛰어내리려 난관에 올라섰다.

그때였다. 꾀 불량해 보이는 남자 여자 열댓 명이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중에 한 남자가 아이를 보고는 아이 딸을 잡아 끓어 내렸다. 옆에 서있는 여자들은 아이를 보고 눈을 흘기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아이의 가방 안에 물건이 쏟아졌다. 제 발로 걸어 들어간 호랑이굴 토끼 신세가 되어 버렸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아이는 서너 살 많아 보이는 그 불량한 아이들에게 끌려다니며

그 불량한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조롱을 당했다.

그렇게 아이의 세상에 또 다른 악마가 불량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공장장은 아이를 찾았다.

아이가 공장장 집에서 티브이를 보는 날은 공장장이 아이에게 용돈이라며 돈을 쥐어 주었다. 그 돈은 아이가 찬장 위 작은 철제로 된 찬통에 넣어 두었는데 그 불량한 아이들은 만난 이후 그 저금통에는 돈이 넣을 수 없었다. 아이의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고 아이가 쩔뚝거리며 걸어도 어느 누구 아이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가끔 여자는 아이가 멍이 들고 쩔뚝거릴 때마다 비실비실 넘어진다고 오히려 혼을 냈다. 아이는 심한 영양실조에 가끔 기운이 없어 넘어지거나 자주 코피를 쏟았다.

늘 아이는 혼자였고 일요일 여자 손을 잡고 가는 교회가 아이가 유일하게 누구에게도 학대를 받지 않는

시간이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그 파란 대문집에서 이사를 나올 수 있었다.   공장장집은 허물고 다세대주택으로 새롭게 짖는다고 했다.

아이는 끔찍한 지옥에서 타들어가는 목구멍에 한두 방울의 물방울이 아니라 시원한 얼음 조각이 떨어지는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그녀와 아이는 이사를 했다. 그 파란 대문집에서 꾀 멀리 떨어진 산동 내 집이었는데 공장장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만으로 어디든 좋았다.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바로 검정고시를 보았다.

여자는 아이 돈을 벌어 대학을 가겠다는 말을 허락했고 아이가 돈을 버는 일이 싫지 않았다.

17살 아이는 검정고시에 바로 합격을 했고 아이는 20살이라고 속여가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아이의 시간은 지독했지만 한줄기 아이의 삶에도 햇살이 비추는 듯했다.


여자는 아이가 돈을 벌기 시작하고 아이가 자신보다 키가 커지면서 폭력은 쓰지 않았지만 아이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했다.

옆집 악마는 이제 더 이상 아이를 부르지 않았지만 그녀의 불안이 점점 그녀와 아이의 삶 속에 어두운 그림자의 몸체를 크게 키우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옆집 악마는 여러 번 여자가 이사한 집 앞까지 찾아와 서성이며 아이를 기다렸다고

한다.

아이가 사는 세상 속 악마는 늘 아이의 영혼을 갈아먹으려 사방에 도사리고 있었다. 때론 옆집에서..... 죽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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