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r Sep 09. 2024

지옥에서 태어난 아이

 1. 여자의 비밀          [ 단편 소설 ]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다. 목이 조여 온다…..

점점 목가지가 터질 것 같다. 아이는 생각했다. 차라리 심장이 지금 멈춰 버렸으면....

여자는 이불을 아이 얼굴에 뒤집어 씌우고 아이 목을 조른다.

그리곤 죽음 앞에서 손을 놓아 버린다.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아이를 대한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여자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아이를 죽음의 문턱 앞 공포의

시간속으로 데려다 놓았다.


아이의 집은 좁은 단칸방이다. 늘 가난했고 배가 고팠다.

14살이 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설 명절이다. 아이는 명절이 되면 친가에 가서 지낸다.  

아이가 유일하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며 여자와 떨어져 지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가난한 아이집과 다른 친척집 분위기. 그러나 어느 누구도 아이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어 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음식을 먹고 세배하고 하루종일 잔 심부름을 하며 온종일 마음껏 티브이를 볼 수 있는 것이 전부이지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것과 여자의 학대가 없다는 것 만으로 아이는 명절이 되면 여자가 시키지 않아도 기를 쓰고 친척집에 갔다.


거실에서 큰아버지랑 삼촌들이 고스톱을 치며 술을 마신다.

시간이 지나며 삼촌들이 쓰러져 잠을 자고 여자 어른들은 아침 먹은 것을 치우고 뿔뿔이 흩어졌다.

큰아버지는 술에 취해 아이에게 이런저런 걸 물어보신다.

잘 지내냐.... 공부를 잘하냐....

그리곤.... 술에 취한 큰아버지는 오래전 아이의 부모 이야기를 하셨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아이는 어리 둥절 했지만 큰아버지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 기업에 입사 이후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고 한다.

결혼을 약속하고 교제하던 중  군대 동기 친구들과 술을 마시게 되었고 얼추 술에 취해 군대 동기들에게 끓여 나이트에 갔다가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고 이후 집으로 한 여인이 배가 불러 찾아왔고 아버지는 어른들의 결정으로 결혼을 약속한 같은 회사 동료 여자와 헤어지고 얼굴도 기억에 없는 하룻밤 보낸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 그 하룻밤의 여자가 지금의 아이 엄마다.

이후 아이 엄마는 아빠를 늘 의심하고 심한 의부증을 보였고 아빠는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을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큰아버지라는 사람은 술에 취해 그렇게 가족 모두 가슴에 묻어버린 이야기를 꺼내놓고는 쓰러져 잠이 들었다. 아이는 배가 부르게 먹었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며 또다시 허기짐을 느꼈다.

부엌으로 들어간 아이는 커다란 소쿠리에 가득 올려있는 전을 양손 을로 집어 들고 거접지겁 먹는다.

아이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축복받지 못한 자신의 출생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목구멍에 전이 막힌 것 같다.

아이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자에게 매를 맞아도 목이 졸려도 흘리지 않던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세상에 어떤 사람도 스스로 선택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축복받지 못하고 태어나야 하는 아이는 없어야 할 것이다.


아이는 모든 날에는  친구가 없었다.

여자는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생기면 친구들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들에게 아이가 아주 질이 나쁜 아이라며 집에서도 포기했으니 못 놀게 하라는 이야기를 했고 친구들은 아이를 피하고 마치 전염병 환자를 보듯 아이가 다가오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런 여자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마음조차 가지지 못했다.

태어나 보니 아이는 그 여자와 단 둘 뿐이고 그 여자는 아이를 학대했지만 아이는 그렇게 사는 것 외 다른

삶을 보고 배운 것이 없기에 그렇게 여자의 지독한 집착과 학대를 받았지만 어쩌면 아이는 그 여자가 없는 세상을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무렵 여자의 비밀을 알아버린 아이는 아마 조금씩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지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좁은 골목 방, 부엌 밖에 없는 집..... 구석에 공동화장실이 있는 빈민가..... 보통은 남자들이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가 있는 집은 몇 가구 되지 않았다.

여자는 공장에서 일을 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 오지만 공장에서 잔 심부름을 하고 실밥을 뜯는 일을

하는 여자는 70만 원가량 월급을 받았고 월세를 내고 나면 늘 빠듯한 생활이었지만 교회 갈 때 입은 옷과 가방은 늘 좋은 것으로 사고 교회를 가기 위해 사는 여자인 듯  여자가 유일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중 행사였다.

먹을 게 없어도 며칠을 굶어도 일요일이 이 되면 잘 차려입고 아이를 데리고 교회에 나가 성가대 봉사를 했다.

교인들과 다른 교제는 하지 않았다. 여자는 딸아이에게도 밖에서 사적으로 교인을 만나거나 학교친구들을 학교 밖에서 만나는 일은 하지 못하도록 늘 이야기했다.

여자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늘 경계하며 사는 듯했다. 그 여자가 사는 세상은 오롯이 아이와 둘 뿐이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사치는 교회를 나가는 게 전부인 그녀는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고 아이가 주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점점 집착이 심해졌고 아이가 커가면 커갈수록 아이를 더욱 지옥으로 끓어 당겼다.


여자는 때론 공장에 출근도 하지 않고 딸아이를 학교까지 따라가 합교 앞에서 아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함께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가면 청소를 하고 아이가 상을 펴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봐야 여자는 안정을 찾았다. 그러다 책을 뺏어 들고 아이에게 질문을 쏟아붓고 대답하지 못하면 아이를 마구 때렸다.

여자는 아이에게 가진 욕설을 퍼부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알아듣기도 힘든 욕이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부엌에 오래전부터 있던 절구 방망이를 가져와 아이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얼굴과 손과 발 눈에 보이는 곳을 피해 아이 여린 몸뚱이를 내려치고 아이를 짓밟아 버렸다.




여자 또한 홀어머니 와 둘이 살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사랑했지만 배움이 없어 그녀를 그저 인형처럼

이쁜 옷을 입히고 어떤 일을 시키거나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인형처럼 이쁘게 있다가

잘 사는 집안에 시집을 가길 원했다.

여자가 많이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국민학교까지만 가르쳤다.

그녀는 어린 시절 고생을 하고 자라지 않았지만 늘 공주처럼 살면 될 거라 망상에 빠져 지냈고 결혼이 그 녀의 삶을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채워줄 거라 믿었다.

그녀가 21살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와 다니던 성당 유일한 그녀의 친구가 그녀를 난생처음으로 나이트라는 곳을 데려갔고 그곳에서 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를 만났다. 그녀는 그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직감했다. 그녀는 술을 마셔서 그랬을까? 그동안 그녀가 꿈꿔온 남자라고 확신을 했고 그 착각은 그녀에게

운명으로 다가왔다.


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그녀는 불행인지 행운인지 임신을 하였고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그 남자의 명함을 부적처럼 간직하고 있다가 배가 불오기 시작 할 무렵 그 남자를 찾아갔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 생활은 그녀의 예상과 달랐다. 그 남자의 가족들은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 드리지 않았다.  그 여인을 받아주는 건 시아버지 한 분 이셨다.

시아버지는 교회 장로님이 셨고 그 당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시고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분이셨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 남자는 사실 결혼한 이후에도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과 계속 만났고 갑자기 내연녀가 되어버린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떠나 버렸다.

남자는 기억도 못하는 하룻밤의 실수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좌절감에 빠졌다. 이후 남자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다.

또한 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는 임신하고  자신을 봐주지 않는 남자에게 강한 집착을 하는 여자가 한몫을 했다. 매일 그 남자의 회사로 전화를 걸고 회사 앞에 찾아가 그 남자를 기다리고 남자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 앞에 한참을 귀를 대고 서있는 등 강한 집착을 보였고 그것도 불안했던 여자는 그 남자와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를 찾아가 행패를 부르는 등 마치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고 다녔다.

한어머니의 무지함이 하나밖에 없는 딸을 정신병자로 만들어 버렸고 그 여인은 많은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남자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시아버지께서 작은 집을 구해 주셨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고삐까지 풀려버린 그녀는 그 집마저 지키지 못하고 딸아이와 빈민가 판자촌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다.

이후 그녀의 모든 꿈은 산산이 무너졌고 정신이 반쯤 나간 그녀는 그녀의 딸아이를 때론 남편으로 때론 본인을 키운 엄마로 원망의 대상으로 딸아이를 인형처럼 여기며 자신의 모든 원망을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악마가 되어 아이에게 쏟아 버린 것이다.


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교회를 갈 때 잠시 지옥에서 타들어가 가는 목구멍에 물방을 한두 방울을 떨어 트려 주는 것처럼 순간에 찰나에 느끼는 안식을 가지는 교회 가는 시간을 좋아했다.

물론 교회에서 주는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좋았고 그 여인이 엄마 같아 보여 좋았다.


그녀의 아이는 그렇게 그녀의 곁에서..... 그럼에도 불고 하고 살아내고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