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r Sep 24. 2024

지옥에서 태어난 아이

3. 마음의 불씨                      [단편소설]

아이는 검정고시를 합격하고부터 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에는 신문 배달 점심에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저녁에는 동내 헬스장 청소를 했다.

이사를 하고 검정고시를 합격하고는 일을 하고 중고로 버려진 책을 주어 공부를 하면서 어쩌면

아이는 고된 시간을 보냈지만 어쩌면 조금씩 아이의 마음에도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가 생겨 나고 있었을 것이다.

여자는 아이가 열심히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그보다 아이가 어쩌면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이가 클수록 아이게 더욱 집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처럼 아이를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횟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다만 그녀의 불안감이 커질수록 아이에게 심한 욕설과 비난을 쏟아 버렸다. 여자의 힘을 과시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하루하루 고된 아이의 시간은 희망의 불씨라 해도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 과한 노동이었다.


늦은 저녁 헬스장 문을 닫은 시간 아이는 헬스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

헬스장에서 일하는 코치가 다가왔다. 코치는 그곳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하는 듯했다. 아이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고 헬스장 한편에 작은 사무실에서 티브이를 보는 듯했다. 무심한 그 코치의 행동은 아이가 태어나 처음 받아보는 관심이었고 음료수 하나는 아이에게 의미 이상 크게 다가왔다.

이후 아이는 저녁에 헬스장 청소를 하러 갈 때면 거울에 자신의 초라한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사간 자꾸만 코치가 들어왔다. 아이는 저녁시간을 기다렸다. 이런 마음을 전혀 알리 없는 코치는 

열심히 사는 아이가 대견하고 어쩐지 안쓰러워 가끔 의미 없는 음료수를 건넸다.

추운 겨울 12월이었다. 길거리에 캐럴이 흥겹게 흘러나왔고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하게 뽐을 내고 있었다. 어릴 적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세상이.... 그 세상 속 사람들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 들어와 자꾸만 아이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유난히 어두운 늦은 저녁 시간 아이는 헬스장 청소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빵집을 지나가다 아이눈에 작은 케이크가 눈에 들어왔다. 입안에 사르르 녹는 부드럽고 달콤한 케이크....

아이는 빵집에 들어섰다. 작은조각케이크 하나를 사들고 헬스장으로 들어섰다. 코치는 작은 사무실에 소주 한 병을 올려두고 티브이를 보는 듯 했다. 아이가 코치에게 케이크를 건넸다. 

그날 저녁 아이의마음에는 작은 불씨가 더욱 밝게 빛이 났다. 이후 아이와 코치는 저녁이 되면 청소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늦은 시간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을 함께 걷고 공원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코치가 좋아한다는 음악을 들었다. 코치는 가사가 없는 경음악을 좋아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시간 아이는 

잠시지만 고단하고 힘든 자신의 세상을 벗어나듯 했다.

서로에게 건넨 음료와 부드러운 케이크가 서로에게 소풍 같은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한편 여자는 아이의 점점 늦어지는 귀가로 불안했지만 그 무렵 여인도 고된 여인의 시간과 악화된 건강이 아이를 지켜볼 뿐이었다.


두 사람은 가끔 시간을 내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저녁시간 함께 했다. 말이 없는 아이와 코치는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편안했다. 코치는 외롭고 허기진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만으로 만족했고 아이에게 코치는 처음 사귄 친구 같은 첫사랑 그사이 어느 쯤이었을 것이다. 둘의 감정의 크기는 달랐지만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여름에는 함께 공원에 앉아 먹는 막대 아이스크림이 세상 어느 것보다 달콤했고 가을낙엽이 떨어진 길을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내며 걷는 게 좋았다. 한겨울 불이 커진 헬스장에서 티브이를 보며 먹는 호빵 하나로 

아이는 배가 불렀다. 

 고단하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어쩌면 가장 빚나고 있을 시간 아이에게 가장 슬프고 아픈 어두운 그림자가 

아이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길거리 무지갯빛 캐럴이 흐르고 사람들 양볼에 핑크빛 꽃을 피우며 저마다 산타클로스가 되어 선물꾸러미를 

들고 있었고 추운 겨울이지만 세상은 따뜻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이의 세상 유일하게 따뜻하게 다가와준 남자의 시간은 전과 다른 듯했다.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헬스장에서 먹고 자며 운동을 했던 남자는 연말 지극히 혼자이고 외로웠던 어쩌면 지극히 본능적인 남자의 허무한 욕구가 텅 빈 헬스장에서 티브이를 보며 호빵이면 충분했을 아이가 자신을 유혹하는 여인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간 남자는 사무실 냉장고에 소수와 컵라면 하나를 가져와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작고 여린 아이의 볼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는 사정없이 아이를 차가운 바닥에 눕혀 버렸다.

아이는 거부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달콤하고 따뜻한 아이의 불씨는 꺼져가고 있었다. 깊은 어둠이 내린 밤 아이가 헬스장을 빠져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 듬성듬성 자라도 이쁜 작고 여린 아이 마음속 아지랑이 꽃들이 아무도 모르게 짓밟혀 

버렸다.


그날 이후 헬스장 남자는 더 이상 헬스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날의 시간이 아플 겨를도 없이 아이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모아둔 찬통의 돈은 처음으로 아이이름이 새겨진 통장으로 들어갔고 아이의 통장에는 대학 생활까지 하기에는 빠듯했지만 그동안의 아이의 고된 시간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듯 제법 큰돈이 모여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니 아이의 이름이 불리기 시작했다. 김 소정... 아이의 이름은 김 소정이었다.

소박할 소, 계집 정.... 소박한 계집.... 아이의 이름이다. 여자는 팔자가 세면 안된다며 여자의 엄마가 어느 작은 철학관에서 이름을 지어 오셨다고 한다.


소정이가 대학에 입학하는 날 여자는 소정이를 낳을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흘렸다. 소정이는 악취가 나는 쓰레기 더미에 누구도 맡아보지 않은 향기를 가득 품고 자라난 꽃 같았을 것이다.

여자는 더 이상 소정이를 학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자의 세상은 점점 소정이로 가득 차고 있었다.

대학에 다니는 것 만으로 쓰레기더미에 핀 꽃이라 해도 소정이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꿋꿋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소정이 뱃속 작은 아지랑이 꽃 한 송이가 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