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곡간장

어리석은 선택

나의 어리석은 미련함은 나를 더욱 비참하게 지옥으로 이끌었다.

by gir

나는 이후 음대에 들어갔다. 오롯이 엄마의 바람이었다. 나의 대학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연습실이며 레슨이며 일찍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지만 난 알아듣기도 힘든 수업에 지쳐가고 있었다. 유일한 낙은 커피숍에 앉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거였다.


집 근처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손님들이 없는 시간에 여러 가지 음식 재료를 준비하는 일이었다.

가족이 하는 식당이었다 늦은 저녁부터 새벽 4시까지 사장님 아들과 둘이 일을 했다. 사장님 아들은 재미있고 늘 유쾌한 성격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오빠동생처럼 친하게 지냈다. 더러 손님들은 우리를 남매로 알기도 했다.

늘 나를 챙겨주는 아들 사장님이 편했다. 나는 매년 겨울에만 3개월씩 그곳에서 일을 했다.

이후 몇 년이 지났을까… 난 그 아들 사장님과 결혼을 했다. 그때당시 나는 가난이 싫었고 무엇보다 가족을 떠나고 싶었다. 내가 클수록 나에게 집착하는 엄마가 나를 더욱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연극을 전공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나에게 " 넌 너 자신을 너무 사랑하지 않아"라고 말하며 결혼을 반대했다. 차라리 외국에 함께 나가자며 워킹홀리데이를 제안하기도 했다. 유일한 나의 친구였다. 그러나 그때 당시 나는 친구의 말이 들리지 않았고 친구는 며칠을 화를 내며 결혼을 말렸다. 나는 결혼이 나의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결혼생활은 지옥 같은 생활에 시작이 될지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당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나는 그 집 식모로 들어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매일 커다란 2층집을 청소해야 했고 기름진 빨래하고 시간이 되면 가게 나가 장사를 도와야 했다.

시아버지는 일요일 내가 교회 가는 것을 싫어하셨다. 한 번은 단체주문이 있는 날인데 내가 교회에 갔다는 이유로 "너의 집이 교회를 다녀서 그렇게 사냐며" 욕을 하셨다. ( 우리 친정집은 부유하지 않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집이었다) 그때 나는 임신 7개월 즈음되는 시기였다. 생활비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 가끔 남편이 주는 오백 원짜리 한주먹이 나의 생활비였다. 그 오백 원짜리 한주먹은 아이를 낳고 매달 필요한 생리대를 살 돈이 없다고 하니 주는 돈이었다. 생활비를 주지 않은 이유는 너무도 당당했다. 쌀도 있고 김치도 있는데 생활비가 왜 필요하냐는 말이었다. 그밖에 생활용품은 늘 어머니께서 사다 놓으셨고 어쩌면 난 그 집의 식모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지냈던 거 같다. 가끔 시어머니는 용돈이라며 만 원짜리 몇 장을 주셨는데 그건 마치 직원에게 주는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남편은 결혼한 이후에도 낮이고 밤이고 가게일을 했고 늘 술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 나는 결혼을 하고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내가 늘 울고 있었기에 남편은 나를 피하기 시작했고 불편해했다.

임신 중에 몸이 무거워지면서 가게는 나가지 않았는데 하루는 시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집에 들어오셔서 나를 찬 거실바닥에 무릎을 꿇게 하고는"밥만 먹고 똥만 싸는 쓸모없는 인간 이라며 주정을 하셨다" 그 주정은 3시간 정도 되었던 거 같다. 그렇지 않아도 임신하고 다리가 부어서 힘들었는데 점점 마비가 되어 갔고 머리는 무겁고 이명이 시작되었고 눈앞이 노랗게 시야가 흐려졌다. 그때 나는 엉뚱하게도 어릴 적 독립문 견학 갔을 때 보았던 일제강점기 고문을 당하는 독립운동가를 생각했다. 나라를 위해 고문을 당하는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라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리도 모진 고문을 당하나... ( 독립운동가 분들에게 너무나 죄송하지만 내 그때 심정은 그 비참함과 슬픔이 그 못지않았다) 속없이 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은 비참하고 처참한 나의 시간을 조금은 피할 수 있는 몽상이었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그분은 그렇게도 나를 미워하셨다. 나를 싫어하신 이유는 한 가지 내가 교회를 다니는 신자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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