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구곡간장

雪上加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운 시간…

by gir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동네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카페에 나갔다.

내 생각과 전혀 다른 분위기에 그 여자손님은 남자 셋과 함께 있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까지 해서 나를 그 자리에 불렀는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그 자리에 합석을 했다.

창가 쪽 앉은 한 남자는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옆자리에 앉은 남자는 나를 위아래로 살피며 웃고 있었다.

다른 한 남자는 덩치가 있고 넉살 좋게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당황한 나에게 설명했다. 그 여자손님은 본인 가게의 단골손님이고 이 자리를 아마도 나처럼 나온 모양이었다. 사실 그 남자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주절주절 말이 많은 그 남자는 대충 이런 말을 하는 거 같다. 고작 이런 자리에 거짓말까지 하며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불쾌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이미 상상 속 시뮬레이션까지 했지만 앉아 있었다. 그만큼의 용기가 난 없었다.


그 카페는 연어 요리가 맛있는 집이었는데… 날 위해 주문했다는 음식을 먹으며 나는 그들과 함께이지만 또 함께가 아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답답했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하고 화장실 변기에 앉아 생각했다. "어떻게 말하고 나갈까?""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할까?" " 아이가 깨서 나를 찾는다고 할까??" 그런데 난 이렇고 저렇고 말도 하기 싫었다.

"그래 그냥 집에 간다고 하자!! 이유를 물어볼까?? 그럼 뭐 개인 일이 생겼다고 하지 뭐...."

그녀에게 어떤 핑계를 대는 것 자체가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아 싫었다. 나에게 무뢰한 그녀에게....


화장실 앞에 말없이 창 밖만 바라보던 남자가 서있었다. 남자는 주춤하는 듯하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본인도 이 자리가 많이 불편하고 어렵다고 하며 함께 조용한 카페를 가자고 했다. 평소 내 성격상 적당히 둘러대고 거절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날은 눈이 내리고 커피가 마시고 싶기도 했다.

나와 그 남자는 다른 카페로 이동을 했고 그녀는 덩치가 큰 그 남자의 가게로 자리를 옮기는 거 같았다.

카페 들어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편안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코끝이 찡 하게 차가운 공기가 좋았고 어두운 밤 전봇대 불빛에 반짝이는 눈을 보며 집까지 걸어가며 밤새도록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 남자였다. 나의 번호를 물어 물어 전화를 한 듯했다. 전화를 걸었던

그 남자는 커피를 마시자고 했고 이후 나는 그 남자와 가끔 커피를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말이 없는 그 남자는 그 밖에도 가끔 집 근처까지 찾아와 책이나 커피를 사다 주고 갔다.


그 남자는 호텔, 컨트리에서 요리를 했던 요리사였고 위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나와는 아무것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으로 느껴졌지만 그 남자는 나중에 말하기로 처음 만난 날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와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창밖을 본 이유는 창밖으로 반사되어 비추는 내 모습을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 만남을 나는 계속 이어 갈 수 없었다. 단연코 재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남자에게 지금의 마음을 전하려 그를 만났다. 그는 내 말을 다 듣고 그냥 이렇게 가끔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되자고 했다.

나는 말이 없는 그와의 만남이 편안했고 무엇보다 늘 젠틀한 모습이 싫지 않았다. 남녀 사이에서 친구가 가능할까? 그렇게 물어본다면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그러나 그때 당시 나는 내 앞에 장동건, 공유가 와도 이성으로 느낄 여유? 상태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 남자와 친구도 될 수 없다는 것쯤 나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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