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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아빠, 택배로 와!!!

기러기 아빠

얼마 전 이산가족이 상봉했다. 그 때를 기억하며...

한동안 애들과 아내 없이 지내다보니 좋은 점도 있고 안좋은 점도 있는데 혼자서 외로운 점이 가장 힘들었다. 큰 딸과 둘째 딸은 본가에, 셋째 딸과 아내는 처가에, 나는 홀로 집에 있는 기러기 아빠!!! 시대가 좋아 흩어져 있는 우리는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 하는데, 어느 날 큰 딸 예원이가
 "아빠!!!택배 아저씨는 매일 오는데 아빠는 왜 안와?, 택배로 오면 아빠도 올 수 있자나?택배로 와!!!"라는 말이 머리 속에 맴돈다.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정말 소중하다. 그것도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을 때 함께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아이가 한살한살 커가면서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하게된다.


지난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것도 아빠와 함께 한 시간은 사실 도무지 생각이 잘 안난다. 몇 개의 조각이 있긴 하지만 생업이 치여 바쁘게 지낸 아버지의 모습이 더 생생할 뿐 함께 한 시간은...나의 삶에 깊이 묻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나의 딸들을 보며 나의 과거를 투영해본다.


함께 할 수 있는 기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는 것 같다. 학교에 입학하면 애들도 본인 스케줄이 있고, 이것저것 한다고 많이 바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한가한 것도 아니고,.... 사춘기가 되면 애들은 친구에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될테고...그러다가 어느 새 어른이 될 것 같다.


최근 싱글라이더라는 영화를 봤다. 증권맨인 기러기 아빠는 아이와 아내를 호주로 조기유학을 보낸다. 2년간 서로의 삶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아빠와 엄마 모두 본질을 잃어 버린 슬픈 현실을 이야기 해 준다. 우리에게, 나에게 살아가는 본질은 무엇일까? 삶의 본질, 일상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어느새 세 딸의 아버지가 되었다. 나 자신의 목표보다 아이들의 꿈과 미래가 더 중요할 지 모른다. 그것이 내 역할이고, 숙제이며...그러함 속에 아빠,부모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 그런...오늘과 내일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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