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쌤 Apr 20. 2023

커피 한잔의 대화가 가져온 변화

# 형님과의 갈등...

수업하랴 아이들 혼내랴 각종 행정업무와 학폭처리에 정신없는 얼마 전 행정실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5가지 항목에 대한 5년 치 정보공개 요청이 들어올 예정이니 미리 준비해 두라는 이야기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학기 초 수업과 행정업무 각종 사고에 대한 처리로 헉헉대고 있었던 학생부 샘들은 모두 멘붕에 빠졌다.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쓸데없는 정보 공개 청구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보들을 자기가 열람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건데...

그런데 정보공개 요청자의 이름이 왠지 낯익었다. 



그렇다. 형님이었다. 



도대체 왜 이 사람이 학생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담임선생님과 한참 통한 통화를 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며칠 전 형님과 비슷한 또래인 생활지도를 담당하시는 샘께 점심시간에 학생부에서 조금 보자고 이야기하라고 부탁을 했다. 단순하게 학생부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학교 생활의 어려움이 없는지와 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형님은 그러한 요청을 다른 의미로 오해한 것 같았다. 


그래도 정보공개 요청이라니 참나...   도대체 왜?!









학생들 중식지도를 마치고 다 식은 밥을 후다닥 먹고 다시 교내를 순찰하던 나에게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학생부 교무실 앞에서 형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친한 선생님께서 전화를 해주셨다.

오늘 점심시간에 커피 한잔 하자고 형님을 불렀는데 약속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 있었던 것이었다. 

바로 학생부로 올라와서 상담실에서 형님과 믹스 커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형님이 우리에게 던져준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제자뻘이지만 존중의 의미로 꼬박꼬박 존대를 하면서 왜 형님을 우리가 부르게 되었는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였다. 형님은 학생부에서 자신을 보자고 하니 예전의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떠올렸던 같다. 하지만 그게 예전의 학창 시절의 기억인지 아니면 사회에 나오기 전의 이야기 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형님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었고 다소 과장되었거나 황당한 이야기에도 공감을 표해 주었다. 그리고 제자뻘이지만 충분히 존중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혹시 교칙을 위반하게 되면 학생으로서 똑같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도 하였다. 형님은 시원하게 수긍하였고 훈훈하게 형님과의 커피 한잔의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은 나이에 비하여 아기 같은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사회생활에 대한 적응이 덜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학생부 교무실에서 흡연하다 잡혀 온 학생들에게 열심히 잔소리를 하고 있었는데 행정실에 전화가 걸려왔다. 


정보공개 청구가 취하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으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엷은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세상 모든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는 허심탄회한 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턴트 믹스 커피 한잔과 같이 이루어지는 10여분 정도의 짧은 시간의 대화였지만 형님에게는 정말 진심으로 마음이 통하고 열렸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도 형님에 대하여 가졌던 인상이 조금은 바뀌게 되었다. 인상과 다르게 조금은 순박하고 아직은 애 같은 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형님!! 우리 종종 커피 한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이전 14화 형님. 드디어 입학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