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찬양론자 (2) 가을 낭만
가을을 미워하는 사람이 존재할까?
개인적인 사심을 담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다.
어느 날 밖에 나가니 '살랑'하고 불어오는 가을 바람이 주는 설렘
숨 쉬기 한결 편해졌다는 안도감에 크게 들어쉬어 보는 공기
온통 생기로 가득해 시끄럽기까지 하던 세상에 찾아온 청각적 고요
그럼에도 하나 둘 개성에 따라 변해가는 붉고 노란 잎파리들이 주는 시각적 다채로움
가디건 하나, 셔츠 하나 가볍게 입었음에도 덥거나 춥지 않은 적당한 온도가 주는 안정감
갈색, 빨간색, 베이지색, 카키색
빛바랜 색.
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갈 것을 알기에 더욱 사랑하게 되는 유한함
내일 갑자기 겨울이 찾아올 수도 있기에 하루하루 온전히 만끽하고자 하는 조급함
올려다본 하늘이 드넓고 높아서 한참을 바라보고 서있던 순간들
괜히 센치해질 때면 '가을이어서 그래'라고 치부할 수 있는 단순함
날이 좋다는 핑계로 누군가와 함께 나가는 밤산책
그 무엇보다도 나는 점점 일찍 찾아오는 어둠이 왜 이리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