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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로 돌아간 후 나의 삶의 변화

사람들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해도

by 제로

나는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를 아주 열심히 다니던 크리스찬이다.

그러나 그 오랜 역사가 무색하게 교회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합리화로, 기독교 고등학교가 주는 강압에 대한 반발심으로, 사춘기의 알 수 없는 반항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비합리성에 대한 의심으로.


돌아오라 부르시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못들은 척 하기를 반복하다가, 속는 셈치고 그의 부르심에 응답해보았다. 성탄절 행사를 함께 준비해보자는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두 달간 준비기간동안 나는 나의 영혼이 가득 차오름을 느꼈다. 비어있을 때는 내가 비어있음을 느끼지 못했으나, 가득 차고나니 내가 그 때 텅 빈 채로 살아가고 있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1. 계획에 집착하지 않게 되다.

나는 '계획'에 집착하는 사람이다. 하다못해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기로 계획한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세세한 계획에 집착하다 못해 고통받는 사람이었다. 인간의 계획은 늘 틀어지기 마련이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수많은 상황들에 치여 늘 불안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크리스찬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하니 그 모든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나의 계획이 그대로 이루어지면 감사한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뜻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커다란 계획도 마찬가지이다. 준비하는 것이 내가 바라는 시기에 이루어기를 소망하기는 하나, 그로 인해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가 나를 위해 준비하신 타이밍이 있을 것이고 반드시 이루실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2. 감사함의 기도를 할 줄 알게 되다.

지금까지의 기도를 되돌아보니, 참 부끄러웠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해주세요'의 기도가 대부분이었으며, 잘못한 것이 있을 때 '용서해주세요'의 기도가 그 다음이었다. 그렇다면 감사한 적이 있는가? 나는 감사할 일이 참 많은 사람이다. 좋은 부모,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것을 시작으로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면 그 무엇도 감사하지 않을 일이 없다. 그러나 나는 늘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여 무언가를 구하는 기도만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3. 이웃을 돌아보게 되다.

'나'에 너무나 집중한 삶을 살았다. 이기적이었다고 하기에는, 그 삶이 너무나 건조하고 답답했다. 성인이 되고 내 자신을 '세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스팩을 쌓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 집중하면서 지적으로 성장하였을 수는 있으나, 남을 돌아보고 진정으로 공감하는 능력을 퇴화함을 느꼈다. 여유가 없어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나만을 바라봐서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가까이에 있는 나의 주변인들의 고통과 기쁨, 그들의 일상을 지켜보고 함께 하는 것은 내 삶을 더욱 여유롭게 하고, 나와는 멀리 있지만 분명히 연결되어 있는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공감하고 행동하는 것은 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4.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됨을 깨닫게 되다.

기쁨도, 슬픔도 반드시 나눠야 한다. 나는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이 2명이 되니, 슬픔은 나누면 2배가 된다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나의 슬픔도 나누지 않고 남의 슬픔도 나눠갖기 않는 것을 선택하였다.

사람은 그렇게 고립된다. 나의 슬픔을 기꺼이 나눠가짐으로써 그 이상의 위로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으며, 나 또한 남의 슬픔을 나눠가짐으로써 그들에게 그 이상의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다.

공동체라는 것이 그런 것임을, 우리는 그 안에서야 비로소 살아갈 수 있음을 느꼈다.


5. 옳은 선택과 선한 선택 사이에서 선하기를 선택하고자 다짐하게 되다.

나는 내가 인생의 수많은 선택들 속에서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나의 부모님은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현명한' 선택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셨다. 그래서인가 나는 언제나 '현명한' 선택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왔다.

선택의 순간마다 조금씩 찾아가고 정의내리던 그 답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옳은 선택과 옳지 않은 선택에서는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그러나 옳은 선택과 선한 선택 사이에서는 선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현명한 인간이 되기를 다짐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바보라고 하더라도, 세상과의 방향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이익이 되나, 나보다 더 필요한 자가 있을 때에는 그것을 양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타인의 고통에 나의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

그런 현명한 사람이 되기를 다짐한다.


연약한 인간인 나는 언제 다시 교회에서 멀어질지, 이러한 나의 다짐과 깨달음들을 잊고 살아갈 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하고, 그것을 보고 다시 길을 되찾기를 바란다.


나와 같이 길을 잃었던, 길을 잃은 채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의 글이 당신들에게 조금은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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