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한인민박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다

20대 여자 혼자 동유럽 여행기 - 프라하 (2)

by 제로

나에게 혼자 여행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도전이다. 두려움과 불안함을 이겨내고 한 발 내딛었을 때 비로소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상과 넓어진 시야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러한 쾌감 뒤에는 늘 불안함과 공포가 있다. 낯선 곳에서 생길 수 있는 수많은 시나리오들, 이 모든게 처음이라는 나의 무지.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치트키가 있다면 나에게는 바로 '한인민박'이다.


'한인민박'이란, 한국인 이민자가 현지에서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숙소를 말한다.

대부분의 숙박객은 혼자 여행 온 뚜벅이 여행객이나, 가족, 연인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한인민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보통 조식으로 한국 음식을 제공/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기간 여행하는 여행자는 당연히 한국 김치, 한식이 먹고 싶어 밤잠을 못이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 식당은 비싸면서도 우리의 입맛을 자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인민박에서는 마치 한국에서 밥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 민박집 사장님의 조언이 여행을 풍부하게 해준다.

100번 보는 것보다 1번 경험하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인터넷으로 100번 찾아보아도 그곳에서 직접 부딪히며 살아온 사장님의 경험을 이길 수 없다. 어디가 좋은지, 어디가 별로인지, 어디를 꼭 가야하는지, 음식은 어디가 합리적인 가격에 맛도 좋은지 등 한국인의 니즈에 맞춘 조언을 무한정(?) 쏟아내주신다. 아무런 계획이 없이 오더라도 그들의 조언이면 짧은 시간에도 좋은 경험을 속속히 할 수 있다.


3. 타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타지에서 혼자 아파본 적이 있는가? 난 있다. 태국에서는 혼자 개도 안걸리는 여름감기에 걸려 며칠간 숙소에서 끙끙 앓았다. 파리에서도 저녁에 먹은 파스타가 체해서 밤새 토하기도 했다. 대사관은 죽거나, 죽을 위기에 처할 정도로 아픈 것이 아니라면 (..)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은 남다르다. 아플 때 뿐만 아니라 소매치기로 핸드폰을 잃어버렸거나 범죄에 연루되거나 피해를 입거나 .. 도움이 필요한 난감한 순간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 당장 연락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안정감을 준다.


구구절절 한인민박의 특징을 설명한 이유는, 프라하에서 만난 한인민박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내돈내산, 나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사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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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은 한인민박 이름은 '꽃보다 프라하'이다.

나이가 있으신 한국인 부부께서 운영을 하시는데, 모든 부분을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쓰시는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나는 3박을 지내며, 엄마의 정을 느꼈는데..


1. 엄청난 정성의 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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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이 것 뿐인게 아쉬울 지경이다. 3일 내내 이런 밥이 나왔다. 사모님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직접 만드신 밥이다.

나는 원래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사람이어서, 잠을 더 자겠다는 마음으로 조식시간에 누워있었다.

근데 사모님께서 오시더니 날 조심스레 깨우시며 "한 입만 먹고자 응?" 이라고 하시는 것이다.

어릴 때 학교 가기 전 엄마가 하던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밥은 -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 한국에서 먹은 엄마 밥 보다 맛있었다면 어느 정도인지 알겠는가?


2. 아침을 거르는 것을 두고 볼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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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때문에 하루는 새벽 5시에 출발해야 한 날이 있다.

그 전 날 저녁에 조식 대신 아침을 꼭 챙겨먹으라며 바나나와 귤, 요거트 등을 바리바리 챙겨주시는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고 따뜻해서 프라하는 나에게 정많은 나라로 남았다.


그 이외에도, 아플 때 챙겨주신 약들, 직접 하나하나 챙겨주시던 손길들이 모두 다정했다.


타국에서 느낀 한국인의 정은 그 어느것보다 크게 다가왔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가 있다면, 그들 마음 속에 혹시라도 두려움과 불안이 크다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을 주는 한인민박을 선택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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