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우리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20대 여자 혼자 동유럽 여행기 - 프라하편 (5)

by 제로

이번에는 우연히 같은 숙소에 머무르면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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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30대 언니

언니는 최근 이직으로 고민이 많은 상태에서 마음을 다잡고자 동유럽으로 여행을 왔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했던 언니는 지식도, 경험도 풍부했다.

밝고 쾌활한 성격의 언니는 캘리포니아 사람답게 (?) 정말 긍정적이었지만, 이른 경험에서 묻어나오는 단호함과 단단함도 갖고 있는 듯 보였다.


한국에서 생물공학과를 졸업예정인 23살 동생

곧 졸업과 대학원 입학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첫 해외여행을 왔다고 했다.

혼자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걱정도, 불안도, 그만큼의 설렘도 많아 보였다.


잉글랜드에서 유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는 23살 동생

한국에서의 취업준비와 진로에 막막함을 느끼고 무작정 떠난 잉글랜드행 여정에서 무언가를 찾기를 원한다고 했다.

나는 타지에서 일주일만 있어도 이렇게 불안한데, 터를 잡고 살아간다는 어린 아이가 참 대단해보였다.


스페인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고 있는 언니

스페인 여행객을 상대로 투어가이드 일을 하며 스페인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30대가 되기 전 해볼 수 있는 것을 모두 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쳐갔다. 다들 이 여행이 아니었다면 스쳐가지 못했을 사람이겠지라고 생각하니 너무도 소중했다.


내가 생각치도 못했던 분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렇게도 우연히 여행지에서 만나, 그들의 세상을 조금이나마 듣고 배울 수 있다는게 감사했다.

동시에 내가 속한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 내가 듣고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협소한지,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서로 다른 우리가,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시공간에서, 같은 기억을 공유한다는 것만큼 여행의 낭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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