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무엇이냐는 말에

20대 여자 혼자 동유럽 여행기 - 프라하 (7)

by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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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무엇이니?

라는 말은 우리에게 그렇게 낯선 질문은 아니다.

처음보는 사람과 친해질 때, 공통점을 찾기 위해 아이스브레이킹 용 질문으로도 많이 쓰인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 동유럽 여행을 하며, 이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


그런데 나는 그 단순한 질문이 갑자기 너무도 낯설게 느껴지며 대답을 못했다.

그리고 나는 그 단순한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놀랐다.


여행에서의 고민과 사색은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잊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왜 그 질문에 망설이다 대답하지 못했을까?

고민의 결과, 그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1. 정말 취미가 없다.

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게다가 집순이인 나는, 그렇다 할 취미가 정말 없는 것이다.

남들이 '취미'라고 부르는 것들을 추구하기에는 이미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그것을 사랑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취미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치로 느껴졌고, 그런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것 같다.


2. '취미'의 의미를 과대해석한다.

'취미'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이 금전이 아닌 기쁨을 위해 하는 활동.

한국적 의미로는, 다양한 예시들이 존재한다. 운동, 악기, 그림그리기 등 때마다 유행하는 취미도 각기 다르다.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고 누군가와 상호작용하기에 좋은 취미생활이다.


그러나 넓게 생각해보자. 내가 기뻐하는 활동은 무엇이 있지?

그래,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통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표출하는 것도 좋아한다.

음,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아한다. (자주는 못가지만 말이다.)

혼자 나를 위한 저녁을 차려주는 것도 좋아한다. 혼자 영화를 보러가는 것도 좋아한다.

맛있는 차를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꽤나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다만, 그것이 세상이 말하는 취미가 될 수 있는지를 의심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3. 취미를 통해 평가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질문을 받은 순간 내가 떠올린 수많은 활동들과 그에 수반된 감정을 되짚어보았다.

'독서'라고 대답하면, 고리타분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까?

'글쓰기'라고 대답하면, 재미없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까?

'맛있는 차'을 마시는 것, '영화'를 보러가는 것, 나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 그것들을 정말 흠뻑 빠져 사랑하는 사람은 전혀 아닌데 나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는 대답이기에, 그 한마디가 날 어떻게 평가하고 판단하게 할 지 순간 두려웠던 것 같다.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텅빈 평가인데 말이다.


여행하며 내내 이런 생각을 하며 깨달은 바가 있다.

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나, 그것에 대해 깊게 빠져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확신이 없는 사람이며, 깊게 빠져들기에는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올가매는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 없어서 여유가 없는 것일 뿐.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기뻐하며 그것들을 자랑스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면, 늘 쫓기듯 여유없이 사는 나의 마음에 여유와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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