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자 혼자 동유럽 여행기 - 오스트리아 (1)
사람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낀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면
첫 째, 웅장한 건축물과 인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에 감동을 받는 편
(예컨대, 파리의 에펠탑, 이탈리아의 두오모성당, 미켈란젤로의 작품 등)
둘 째, 경이로운 자연에 압도되어 감동을 받는 편
(예컨대, 알프스 산맥, 우유니사막 등 )
이것 저것에 구애받지 않고 감동을 잘 받는 편인 나는 지금껏 몰랐다.
내가 완전히 자연에 압도되는 편에 속한다는 것을 말이다.
프라하에서 투어를 신청해 고사우로 가는 길
창 밖 풍경이 마치 하이디가 뛰쳐나와서 인사할 것 같은 풍경이었지만 난 이 때까지도 내가 알프스에 가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냥 무작정 신청한 투어여서 내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던 것이다..)
우리는 '알프스'하면 '스위스'를 바로 떠올리기 쉽상이나, 진짜 알프스가 가장 넓게 분포되어 있는 나라는 오스트리아라고 한다. 스위스의 엄청난 국가적 마케팅 전략(?)으로 우리는 알프스를 스위스의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고사우 호수에서 난 완전히 압도되었다.
이 곳은 겨울왕국 2의 모티브가 된 공간으로, 눈 덮힌 설경이 마치 엘사네 마을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왔다.
추위도 모두 잊을 만큼,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걱정도 다 잊을 만큼 아름다웠고 경이로웠다.
이렇게 거대한 자연 속에서 내가 갖고 있던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조그만하게 수렴되어 사라져버리는 기분이었다.
깨끗한 호수에 비친 설산까지,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눈길을 걸어가는 개도 만났다.
거대한 자연에 왜 눈물이 났는지 생각해보니
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그 곳에 속해있는 나에 대한 감사함
이런 자연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사람인지에 대한 깨달음
그럼에도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대한 놀라움
물론 인간이 만든 엄청난 작품들에도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존재한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을 때, 도시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친숙하지 않다고 느껴졌을 때, 나는 내가 자연에는 별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자연이 만들어낸 섬세하지만 거대한 아름다움에 믿을 수 없는 감동을 느끼는 사람인 것이다.
여러 경험을 하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하나하나 깨닫게 됨과 동시에 내가 시시각각 변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신기하다.
당신들도, 거대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기 자신이 조그만해지는 그러나 밀도있게 단단해지는 경험을 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