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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 얼만큼 사랑해?

나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우리 아빠

by 제로

'딸바보' 중의 딸바보 대왕.

느지막한 중년에 나를 가진 아빠는, 딸바보 중에서도 대왕 딸바보이다.


어릴 때는 이런 무조건적인 사랑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날 수록,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두렵다.

내 인생에 아빠만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아빠는 나를 만지면 없어질까 놓치면 부서질까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사람 많은 곳에 차를 끌고 가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아빠는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매일 출근 전 새벽 6시에 나를 일산에서 대치동 학원가까지 태워주셨다.

자기 의견을 절대 굽힐 줄 모르는 60년대생 가부장 세대의 아빠는 내가 하는 말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옳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선천적으로 추위에 약한 아빠는 한겨울 한파에서 저녁에 버스 정류장으로 날 데리러 나오셨다.

그렇게 성격이 불같기도 유명한 우리아빠는 한 번도 내게 쓴소리나 큰소리 한번을 내지 않으셨다.


이 모든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이 무조건적인 사랑이 흔한 줄 알았다.


아빠의 조건없이 퍼주는 사랑을 받고 자란 나는, 다행히도 그 사랑을 내 안에만 꼭꼭 숨겨둔 이기적인 인간이 아닌 남들에게 공유할 줄 아는 다정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자란 내가, 다른 사랑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쓸데없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나중에 아빠 없는 세상에서, 나는 어떤 사랑으로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쓸데없이도 종종 무서워진다.

언제 이 사랑을 다 갚을 수 있을까?

아, 아니. 절대 다 갚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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