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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18. 2023

끈기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끈기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30대 초반, 6번째 퇴사 중인 나는 기성세대의 눈에 전형적인 문제적 청년일지 모른다.

길어야 2년 반,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6번 이상 퇴사를 했다.

한 회사에 10년, 20년 근속하는 '어른'들의 눈에 나는 끈기 없고 미성숙한 'MZ 세대'로 비칠 것이다.


'한 직장에서 3년 이상은 있어야 경력으로 쳐주지'
'이력이 단절되는 건 좋지 않으니까 조금만 더 참고 일해보자'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안 힘든 사회생활이 어딨니?'


사회생활 선배들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직을 많이 할수록 유리한 건 미국이지 한국은 다르다며, 이 업계에서는 3년 이하의 경력을 잘 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끈기 있게 버티는 게 답인가 하는 고민, 나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말하는 3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내가 퇴사를 결정한 것에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그것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일 때가 많았다.

도무지 변하지 않는, 견고하면서도 합리적이지 않은 구조는 내가 그곳에 머물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나이 순에 따른 승진 혹은 승진제도가 아예 없는 조직 구조, 인정받을 수 없는 경력, 비합리적인 연차 제도, 수당없는 야근, 있지만 없는 병가, 역행하는 급여, 10년의 급여 동결, 이해할 수 없는 소통구조, 부조리 고발에 대한 보복, 말단에만 요구하는 투명성, 기준 없이 윗선의 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업무 방식, 성과 가로채기, 성장하지 않는 회사와 나…….

내가 겪은 일들만 나열해도 머리 아픈 수준이다.

저런 것들이 끈기 있게 참는다고 바뀔 수 있는 것들이었다면 퇴사라는 모험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청년실업의 시대에 재취업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누가 그런 용기를 내겠는가?

하지만 그곳에 몇 년을 있어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이 아니라면, 승진을 위해서는 어차피 퇴사 후 재입사해야 한다면, 사내 부조리를 고발했다가 보복받았다면, 내 급여가 10년 동안 동결될 예정이라면 내가 그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


'이 회사는 바뀌지 않아'


나는 매번 확신을 가지고 퇴사하였고, 

퇴사했기에 조금 더 성장하여 조금 더 나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시스템이 완벽한 회사만을 원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인식하고 변화하는 회사, 그런 조직구조가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회사가 아닐까?

세대를 탓하지 말자 변해야 할 것은 새로운 세대가 아니라 낡은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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