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번째 입사는 사실 떠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2번째 퇴사 후 나는 준비하던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사이버대학으로 공부하던 것도 마쳤다.
자격증 개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늘어났지만 정작 그즈음의 나는 취업 준비보다는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취업을 빨리한 편인 나는 아직 대학생인 친구들이 휴학하고 해외로 봉사하기 위해 떠나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선 왠지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도 아직 학생이었다면 경제적인 면에서 더 자유로웠다면 떠날 수 있지 않았을까?'
'정규직으로 입사하고 20대 중반을 거쳐 후반을 향해 달려가면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날 수 있을까?'
'포기할 게 없는 지금이 떠나기 위한 적기 아닐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가정 상황으로 보나, 모아놓은 돈으로 보나 나는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당장 정규직으로 취업하여 안정적인 수입을 갖는 것이 지금 상황에는 정답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부모님은 다녀오라며 흔쾌히 지지해 주셨다.
그렇게 떠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떠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했던 것이 바로 직장이었다.
떠나기 위해선 어학도, 훈련도 필요했고 그 모든 것에는 애석하게도 돈이 필요했다.
떠나는 것 자체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해외 봉사에는 항공료, 생활비가 필요했다.
당장 벌어야 했다. 그것도 이전보다 많이.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사회복지 관련 상담을 하는 콜센터 공고를 보게 되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계약기간의 계약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준비기간과 일치하여 훈련받고 언어 공부하면서 일을 다니다가 계약기간에 맞춰 퇴사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급여도 적당하고, 근무 시간과 장소(종로에 위치)도 훈련받고 언어 공부를 하기에 딱 좋았다.
실업급여가 끝나기 직전 입사 지원을 했고 바로 합격했다.
취업난이 심했던 때여서인지 20대 또래 동기들도 꽤 있었다.
교육받고 업무에 투입될 때쯤엔 한 명밖에 안 남았지만...
그렇게 2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나의 3번째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