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업무성과, 좋았던 동료관계, 술을 마시지 않는 회식문화 모든 게 참 좋았지만, 이상하게도 윗선에서는 내가 이곳에 안주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ㅇㅇ아 여기는 네가 오래 있을 곳이 아니야.'
'이직 준비하고는 있지? 더 좋은 데로 가야지'
'우리야 ㅇㅇ가 여기 있으면 좋지만 ㅇㅇ한테는 손해야'
입사 첫 달부터 퇴사할 때까지 매달 진행되던 면담에서 팀장, 부장, 센터장 모두가 돌아가며 나의 퇴사를 종용(?)했다.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지만, 왠지 퇴사계획을 밝히긴 어려웠기에 웃으며 얼버무렸더니 윗선에선 계속해서 나를 근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있으면 안 될 곳에 있는 건가?'
20대 초반의 나는 그 시선들이 이해될 듯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데, 나는 만족하는데 왜 저분들이 안타까워하지?
난 지금 급여도 만족하고 어느 때보다 재밌게 일하고 있는데...
나쁘게 말하면 그분들의 걱정은 오지랖일 수도 있다.
내 인생이기에 내가 선택한다는 20대 초반 나의 마인드도 틀린 건 없다.
하지만 30대 초반인 지금의 나는 그때 그분들의 시선과 말이 진심으로 나를 위한 것들이었단 걸 안다.
스스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실적에 목메는 어린 청년을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해 주고 싶었던 그 마음들이 이제 와서는 마음에 와닿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딱 내가 계산했던 시기에 계약만료와 함께 퇴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면담에서 나의 퇴사와 이후 계획을 알렸을 때 팀장님은 잘 생각했다며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해외 봉사를 갈 계획이란 말에도 굉장히 기뻐하며 응원해 주셨다.
응원해 주시는 말에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계획을 밝힐 걸 하는 생각과 함께 괜시리 미안해졌다.
'00아, 너는 뭐든 잘 해낼 거야.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거야'
비록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경력은 아니었지만
나의 사회생활 중 가장 따뜻한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