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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Aug 18. 2023

낯선 땅의 여름 : 아살람 알레이쿰!

아살람 알레이쿰!


3번째 직장을 다니며 언어 공부, 훈련을 마친 나는 퇴사 후 해외 봉사를 떠나게 되었다.

봉사지는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결정이 되었는데 내 경우는 중앙아시아의 한 나라로 떠나게 되었다.

나는 중앙아시아라는 지역을 잘 몰랐고, 그곳의 언어, 문화 등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다.

떠나기 전 내가 알게 된 정보라고는 철자가 러시아 알파벳과 비슷하다는 점,

여름에는 한국보다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다는 점,

그리고 물이 잘 안 나온다는 점 세 가지밖에 없었다.

그래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곤 러시아 알파벳을 외워가고, 러시아 인사말을 연습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애 첫 비행기에 올라타 9시간여 비행 끝에 중앙아시아에 도착했을 때, 첫 입국부터 삐끗했다.

생애 첫 비행기, 첫 해외 입국이었던 나는 비자를 잘못 발급받았고(비즈니스 비자 발급 안 받고 무비자로 입국), 그 대가로 입국과 동시에 20여만원을 벌금으로 내고 비자 도장을 다시 받아야 했다.

무지의 대가를 세게 치르고 공항에서 3~4시간을 보내고서야 들어왔던 첫 입국 길.

생각보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도로 풍경이 신기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도착했던 집의 모습, 가게의 간판, 사람들의 말소리 모든 게 한국과는 달랐고 그 모든 것이 나에겐 두근거림으로 다가왔다.


비교하자면 한국의 70, 80년대 같은 느낌의 도시에 높은 빌딩보다는 낮고 오래된 아파트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도로에는 다양한 올드카들이 질서가 있는 듯 없는 듯 지나다니고 있었다.

도로가 잘 포장된 동네들도 있었으나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흙길이 나왔다.

건조한 날씨 덕에 흙길로 들어서면 바로 모래폭풍이라도 만난 듯 먼지가 일어났다.

낯설면서도 정감 가는 풍경이었다.

내가 처음 그곳에 도착한 계절은 지금과 같은 여름의 초입이었기에, 한국보다 긴 그곳의 여름이 끝나기까지 약 3개월간은 언어 공부할 시간도 없이 이런저런 캠프를 쫓아다니며 봉사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그 3개월간도 마음이 급했던 나는 현지인 동료들과 더듬더듬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틈틈이 언어를 습득했다.


아살람 알레이쿰!

  

인사를 건네면 무슨 말이 돌아오는지는 이해 못 해도 낯선 땅의 친절한 사람들은 환한 미소로 반겨주었다.

러시아 인사말을 배워갔지만, 그곳에서 러시아말을 하는 외국인을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조건 현지어를 배우려 노력했다.

3개월의 기나긴 여름이 끝났을 때, 열심히 인사하고 다닌 덕에 시장에 아는 사람이 꽤 많아졌고 간단한 대화도 가능해졌다.

물론 이때 잘못들인 언어습관을 교정해 주느라 나의 현지인 언어 선생님은 문법 교정에 꽤나 머리가 아프셨다.

내가 감사하단 인사를 하면 현지인들이 늘 웃었는데 알고 보니 내 감사 인사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에게 감사합니다!"


심지어 내가 구사하는 어휘는 모두 내가 사는 국경 지역의 사투리(*중앙아시아는 내륙지방으로 국가들이 붙어 있어 국경지대는 문화혼합 현상이 심함)여서 한 번씩 수도에 올라갔을 때 현지 친구들이 굉장히 많이 놀려먹곤 했다.

"야~ 너 땅끝사람 다 됐다!"

여름 내내 까맣게 그을려진 얼굴과 신발 모양대로 타버린 발등은 미용적으론 별로였지만 나에겐 괜스레 뿌듯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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