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로 가득한 5번째 퇴사, 휴식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푹 자고, 푹 쉬고, 천천히 이직하는 게 나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했다.
귀국 7일 만에 입사했던 하드워커인 나는 쉬겠다는 결심을 꺾고 한 달여 만에 바로 취직을 해버리고 말았다.
주변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나에겐 휴식이 필요하다며 나의 휴식 선언을 강력하게 지지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유는 나름 있었다.
새로 들어가게 된 회사는 업무 자체에 매력이 넘쳤다. (적어도 나에겐)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고, 새롭고 재밌는 일이 넘칠 것만 같았다.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곳이란 것도 굉장한 매력이었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게다가 그게 뭐라고 나에게 한이 되어버린 '주임'이라는 직급의 공고였다.
주임이라는 직책이 말단이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전 직장에서 직책 가지고 가스라이팅 당하던 나에겐 내 이름 뒤에 붙을 몇 자가 중요하게 느껴졌었다.
열심히 잘해보리라 하는 각오로 들어간 회사는 불모지였다.
기관 자체가 시작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체계가 거의 잡혀있지 않았고, 서류도 엉망이었다.
내 자리는 6개월 이내에 4번이나 사람이 바뀐 자리라고 하였다.
전임자도 1달을 채 근무하지 않고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거라 인수인계받을 것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처음부터 잡아가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서류를 만들고 체계를 잡아가려 애썼다.
그렇게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한 채 바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