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Aug 18. 2023

병가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병가 :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몇 달을 더 보내고 나니 보조 인력이 지원되기 시작했다.

시니어 인력부터 시간제 선생님까지 한 명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여전히도 바쁘게 뛰어다녔지만, 이전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돈다…?


새벽까지 야근을 일삼았던 행사가 끝나자,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며칠간 힘이 없는 건 누적된 피로로 인한 몸살이라 생각했는데 견디지 못할 어지럼증에 구토증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번 겪어봤던 이석증인가 했는데 주말 내내 쉬어도, 약을 먹어도 낫질 않는다.

도무지 안 되겠어서 회사에 연락을 드려 병가를 써야겠다고 말했다.

일단 걱정하지 말고 쉬라는 대리님의 말에 안심하며 남자친구의 도움으로 겨우 집 밖을 나와 병원을 다녀왔다.

어지럼증에 쓰는 링거를 맞고 나니 상태가 조금은 나아졌다.

병가를 썼으니,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2만 원가량을 내고 진단서도 발급하였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여 병가에 대한 휴가원과 진단서를 행정팀에 제출했다.

내가 내민 서류에 행정팀에서는 '진단서는 필요 없어요.'라고 답하였다.


그리고선 휴가원의 구분이 잘못되었다며 연차로 변경하여 가지고 오라고 하였다.

   

내가 뭔갈 착각했나 싶어 취업규칙을 다시 살펴보았지만, 취업규칙에는 분명 병가가 있었고, 증빙서류로 진단서나 소견서 1부가 기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구하자 돌아온 답변은 입원이 아니면 병가 사용은 불가하단 말뿐이었다.

(취업규칙에는 병가 사용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이해가 안 되지만 따질 시간이 없었다.

여전히도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과 회복되지 않은 어지럼증은 그런 걸 따질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아팠다는 사실조차도 금새 잊혀질 만큼 시간은 바쁘게 흘렀다.


병가가 없다는 게 나의 퇴사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될 줄 그땐 미처 몰랐었다.

이전 24화 야근 수당 : 제발 한 만큼이라도 줍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